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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갤러리밈 엠큐브 프로젝트 후원 / 삿포로시_텐진야마아트스튜디오
관람시간 / 10:30am~06:00pm / 9월 28,29일 휴관
갤러리밈 GALLERY MEME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3 4층 Tel. +82.(0)2.733.8877 www.gallerymeme.com
2023년 5월, 나는 홋카이도 요이치에 있는 후고페 동굴을 방문했다. 그 방문은 미리 계획된 것이 아니라 우연히 만나 친해진 한 예술가의 일정에 즉흥적으로 합류하게 되면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동굴이라고 듣고 오긴 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깊고 어두운, 전형적인 동굴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곳은 동굴의 암벽을 보존하기 위해 세워진 작은 규모의 박물관이었다. 암벽을 둘러싼 두터운 유리는 수천 년 전 새겨진 800여 개의 작은 형상들을 현재로부터 보호하고 있었다.
유리 벽 하단에는 프린트된 이미지와 함께 버튼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관람을 원하는 부분의 버튼을 누르면 그곳의 조명이 켜지는 시스템이었다. 버튼을 누르자 암벽 곳곳에 세워진 작은 무대가 드러났다. 막이 오르면 표면에 아로새겨진 형상들이 두터운 이야기 층을 품은 채 정지해 있었고 나의 상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암전이 찾아오곤 했다. 나는 몇 번이고 버튼을 누르며 수천 년 전의 시간을 실감해 보고자 했다. 하지만 시간은 예술가가 강한 의지로 새겨 넣은 온갖 이미지들 안으로 납작하게 사라진 지 오래였다. 사라지기를 거부한 정보만이 남아 기호가 되었다. 망각으로의 흐름을 거스르는 에너지를 품은 채.
삿포로로 돌아온 다음에도 나는 계속해서 동굴에 대해 생각했다. 동굴에서 펼쳐지곤 했던 한 공동체의 의식에 대해. 간절한 기원과 소망들에 대해. 그 과정에서 예술가가 경험했을 놀라운 비전에 대해. 곧 사라지고 말 어떤 허상을 단단하게 붙잡고자 했던 그녀의 집념이 나를 자꾸만 동굴로 이끌었다. 나는 그녀가 본 것을 보고 싶었고 그녀가 겪은 것을 겪고 싶었다. 나는 그녀가 남겨놓은 세계의 파편을 더듬으며 보다 뚜렷하게 그 세계를 상상하고자 하였다. 그 세계야말로 수천 년 전의 한 예술가와 내가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대화는 허구 안에서만 성립된다. 나는 이미지 안에 얼어붙은 정보의 타래를 조심스레 꺼내 풀며 그녀의 전언에 담긴 세계의 얼개를 짓는다. 그러자 이야기가 녹으며 숨겨 두었던 시간을 방출하고 그 안에서 마음 놓고 잠을 자던 존재들이 서둘러 숨바꼭질을 시작한다. 이미 물방울로 흩어지고 있는, 하지만 그들의 잠 속에서는 여전히 동결되어 있을, 본래의 이야기에 다시 속하기 위해 그들은 헛된 동작을 되풀이한다. 그 사이 에너지는 방향을 잃고 술렁이며 여기저기서 발광(發光)한다. 세계를 잃느니 차라리 함께 사라지고자 하는 그들의 열망에 맞서 나는 몇 번이고 손을 뻗는다.
깨고 싶지 않은 꿈에서 깨어난 어느 아침처럼, 무언가 빠르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감각을 느끼면서도 있는 힘껏 이미 사라진 것의 잔상을 쥔다. 그리곤 손을 펴지 않은 채 그들이 여전히 여기 있다고 믿는다. 그 믿음 안에서 우리는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움켜쥔 주먹 속에서, 동굴처럼 깜깜한 그곳에서 사라진 존재들이 꿈을 꾼다. 그 꿈을 그녀에게 회신하려 한다. ■ 김소영
Vol.20230913h | 김소영展 / KIMSOYOUNG / 金昭暎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