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돌소리

김병준展 / KIMBYUNGJUN / 金秉俊 / painting   2023_0913 ▶ 2023_0921 / 일,월,공휴일 휴관

김병준_물 위의 세 사람_캔버스에 유채_116.8×80.3cm×3_202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울산광역시 북구 주최,주관 / 북구예술창작소 소금나루2014

관람시간 / 09:00pm~06:00pm 토요일_09:00pm~03:00pm / 일,월,공휴일 휴관

소금나루 작은미술관 울산 북구 중리11길 2 북구예술창작소 Tel. +82.(0)52.289.8169 www.bukguart.com @bukguart

주로 인물을 회화로 다루고 있는 김병준의 작업은 형식적으로 크게 두 시리즈로 나누어 바라볼 수 있다. 첫 번째는 2013년 무렵부터 2022년까지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연작으로 대부분 1960-1970년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어린아이나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듯 보이는 인물의 얼굴을 클로즈업하여 그린 것이다. 두 번째 시리즈는 2022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집중적으로 제작 중인 회색빛 인물들이 등장하는 회화들인데, 공통적으로 잔잔한 물이나 고요한 숲을 배경으로 지니고 있다. 두 시리즈의 공통점을 짚어본다면 오랜 시간 동안 작가는 실존하지 않는 인간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고, 차이점을 변화의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첫 번째 시리즈에서 초점이 없거나 흐려 불안한 듯 보였던 화면 속 인물들이 두 번째 시리즈에서는 물이라는 거울을 통해 자기 자신을 응시하는 모습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 전자에서 김병준은 인물의 동공의 초점을 없애는 것뿐만 아니라 움직이는 영상을 일시정지시킨 것처럼 잔상이 생긴 상태, 출처를 알 수 없는 굵은 붓 터치가 얼굴의 중앙을 가로지르거나 검고 붉은 선들이 얼굴을 흐르는 모습 등을 통해 공허한 감정과 불길한 정서를 표현하였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작가의 상태가 일부 투영되거나 캐릭터의 비극적인 운명이 촉발하는 감상이 인물과 겹치기도 하였다. 반면 후자의 시리즈에서는 인물 자체의 정체성은 모호하지만 단단한 외곽선을 지닌 분명한 인체가 고뇌하거나, 명상이나 호흡하는 자세를 취하는 모습과 함께 물속의 자신을 뚜렷이 응시하고 있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여기서 물은 무언가를 반사하는 일 외에도 수면 밖의 것을 덮어버림으로써 화면과 화자, 보는 사람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장치로서 기능하고 있다. 나무와 숲, 섬과 산, 수영장과 같은 배경은 작가가 레지던시 등을 통해 새로운 환경을 만나며 화면까지 진입하게 된 것인데, 물과 유사한 작용과 역할을 지니고 있다.

김병준_포유암(包有岩) 위에 앉다_캔버스에 유채_65.1×45.5cm_2023
김병준_테트라포드 위를 걷다_캔버스에 유채_65.1×45.5cm_2023

한편 두 시리즈를 종합하여 바라볼 때, 김병준의 회화에서 실존하지 않는 인물이라는 중심 소재와 함께 균일한 톤을 유지하게끔 돕는 요소는 그가 쓰는 컬러들이다. 특히 그는 올리브그린과 크림슨 레이크, 페르시안 블루를 섞어서 나타나는 회색을 다수의 작품에서 사용하고 있는데, 약간의 녹색을 띠는 이 회색은 매번 조금씩 다르지만 인물을 보편적인 존재로 만든다. 누구보다도 작가에게 회색은 성별, 인종, 나이, 직업 등 개체가 지닌 개성을 중성적인 형태로 중화시키며 죄책감이나 부채감 없이 자유롭게 인간을 다루게 하기도 하고, 나아가 작업을 시작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중립적인 감각을 유지하며 완성까지 닿을 수 있게 하는 수행의 구심점이 되기도 한다.

김병준_차가운데 짭짤하면서도 미끄러운_캔버스에 유채_65.1×45.5cm_2023
김병준_손 잡은 사람들_캔버스에 유채_193.9×130.3cm_2023

마지막으로 이번 북구예술창작소에서 몽돌 소리와 같은 미세한 자연의 소리를 비롯하여 삼면화 형식의 회화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김병준의 신작을 위하여 고민해야 할 것을 꼽아본다면 무엇일까? 그가 다루려는 세계는 인물과 풍경을 통과하거나 경유함으로써 밝히는 인간의 공통적인 철학과 수행 등 회화가 오랫동안 모색했던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측면들과 적지 않은 부분이 맞물려 있는 듯 보인다. 이러한 정면 대결을 위하여 인물을 그리는 일에 대한 구조적인 접근이 보완된다면 보다 견고하게 지향점을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가 그리는 회색의 인물들과 작가 자신의 자아가 어떻게 연결되거나 또는 분리되고 있는지, 한 화면에 다수의 인물이 등장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는 어떻게 다른지, 배경의 역할을 어디까지 부여할 것인지 등을 질문하며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최희승

김병준_몽돌소리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3
김병준_몽돌소리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3
김병준_몽돌소리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3
김병준_몽돌소리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3
김병준_몽돌소리展_소금나루 작은미술관_2023

파도소리가 들려온다. / 소리를 따라가면 어떤, 무언가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 미지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 / 반복되는 파도의 무의미함은 안식으로 다가온다. / 안식과 평화에 기대면서 공포와 대면하려는 아이러니함이 싫지 않다. // 발을 담그면 내 안으로 깊숙이 흡수되어 하나가 되고 / 모든 감각이 뿌리를 내리고 멀리 퍼져나가는 그것은 무엇일까. // 지평선으로부터 찾아온 파도는 나를 만지려다 저 멀리 되돌아간다. / 다가오고 멀어지는 파도는 누군가의 인생을 닮아있다. // 자갈 구슬이 파도를 따라 데굴데굴 / 요란을 떨며 방황하다 결국 자리를 찾아 안착하고, /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자갈들은 여전히 요란스럽다. ■ 김병준

Vol.20230913g | 김병준展 / KIMBYUNGJUN / 金秉俊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