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IA-소화계

신재은展 / SHINJAEEUN / 申才恩 / installation   2023_0913 ▶ 2023_0927

신재은_Cherry Nana Jackson_종이에 인쇄_10×15cm×200_2023_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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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23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10기 입주예술가 프로젝트 결과보고展

주최,기획 / 대전문화재단_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관람시간 / 10:00am~06:00pm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Artist Residency TEMI 대전 중구 보문로199번길 37-1 Tel. +82.(0)42.253.9810~3 www.temi.or.kr www.facebook.com/TEMI.2014 @temiresidency www.youtube.com/channel/ UCtMaa0XjFPdmvrn1yuexonw

대전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시각예술 레지던시,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이하 창작센터)에서 10기 입주예술가 신재은 『GAIA-소화계』, 이정성 『사람을 찾습니다』 전시를 9월 13일(수)부터 9월 27일(수)까지 개최한다. 지난 2월에 입주하여 테미예술창작센터에서 활동 해온 예술가 신재은, 이정성 작가는 창작지원금과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이번 개인전을 통해 그동안 진행해 온 창작활동을 발표한다. ● 『GAIA-소화계』는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에 관한 주제의 복합 설치 작품 전시다. 생명체는 먹이사슬 안에서 에너지원을 섭취하여 새로운 물질로 전환시키고 배출하면서 대자연의 거대한 에너지 흐름을 만들어 낸다. 인간 역시 이러한 자연의 일부이지만 인간은 스스로를 자연과 분리되어 있는 특별한 존재 혹은 자연과 융화되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존재라 여기면서 자신이 배출한 부산물 또한 자연 생태계에서 소화될 수 없는 이물질로 치부하곤 한다. 작가는 본 전시를 통해 먹을 수 없고 먹힐 수 없는 금단의 영역 안과 밖을 넘나들며 우월감과 죄책감과 같은 인간 감정의 근원을 살펴보고 '먹기' 라는 생명체의 근본적인 행위로부터 대자연 속 인간의 존재의 의의를 질문한다. ● 전시는 1층과 1.5층 두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층은 대자연의 질서에 귀속되어 다른 생물들과 다를 바 없이 물질 대사 흐름에 따라 에너지 흡수와 배출을 하는 인간 생물종과 유기물로 분해되고 에너지원으로 전환되는 인간의 부산물을 관조한다. 한편 2층은 작업 과정 중 발생한 변수의 사건들에서 발생되는 윤리적 질문들을 통해 인간이 먹을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고찰해 본다. ■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신재은_이것은 나의 몸_숙성고, 스테인리스 스틸, 닭고기 소시지(작가가 사육한 닭의 계육 10%와 국내산 닭고기 기계발골육 86.8% / 기타첨가물: 후추, 넛맥분말, 코리엔더분말, 소브산칼륨, 복합인산염, 정제염, 정백당), 작가의 퍼포먼스_2023
신재은_이것은 나의 몸_숙성고, 스테인리스 스틸, 닭고기 소시지(작가가 사육한 닭의 계육 10%와 국내산 닭고기 기계발골육 86.8% / 기타첨가물: 후추, 넛맥분말, 코리엔더분말, 소브산칼륨, 복합인산염, 정제염, 정백당), 작가의 퍼포먼스_2023

"무엇을 먹을 수 있고 무엇을 먹을 수 없는가." ● 『GAIA-소화계』는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에 관한 주제의 복합 설치 작품 전시다. ● 생명체는 먹이사슬 안에서 에너지원을 섭취하여 새로운 물질로 전환시키고 배출하면서 대자연의 거대한 에너지 흐름을 만들어 낸다. 인간 역시 이러한 자연의 일부이지만 인간은 스스로를 자연과 분리되어 있는 특별한 존재 혹은 자연과 융화되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존재라 여기면서 자신이 배출한 부산물 또한 자연 생태계에서 소화될 수 없는 이물질로 치부하곤 한다. 작가는 본 전시를 통해 먹을 수 없고 먹힐 수 없는 금단의 영역 안과 밖을 넘나들며 우월감과 죄책감과 같은 인간 감정의 근원을 살펴보고 '먹기' 라는 생명체의 근본적인 행위로부터 대자연 속 인간의 존재의 의의를 질문한다. ● 전시는 1층과 1.5층 두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층은 대자연의 질서에 귀속되어 다른 생물들과 다를 바 없이 물질 대사 흐름에 따라 에너지 흡수와 배출을 하는 인간 생물종과 유기물로 분해되고 에너지원으로 전환되는 인간의 부산물을 관조한다. 한편 2층은 작업 과정 중 발생한 변수의 사건들에서 발생되는 윤리적 질문들을 통해 인간이 먹을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고찰해 본다.

신재은_이것은 나의 몸_FHD 영상_00:20:00, 반복재생, 가변설치_2023
신재은_식도를 넘어_아크릴에 UV 프린트_50×50×0.3cm×7, 가변설치_2023
신재은_이것은 나의 몸_스테인리스 스틸, 정육고리, 밀웜이 섭취하고 남은 스티로폼 조각_가변설치_2023

1층 / GAIA의 눈 ● 플라스틱의 일종인 스티로폼이 자연에서 분해되어 인간의 에너지원으로 전환되는 생태계에 관객을 초대한다. 본인은 전문가들의 자문과 학술 논문을 통해 밀웜 장내에 스티로폼을 분해 소화하는 미생물이 존재하여 스티로폼을 유기물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최근의 과학적 연구 결과를 접하였고 이를 토대로 '스티로폼-밀웜-닭-인간'으로 이어지는 먹이사슬 구조를 설계하고 실행했다. 3개월간 밀웜 2만 마리를 사육하며 스티로폼 조각을 급여했고, 10주 간 스티로폼을 먹은 밀웜을 닭 3마리에게 먹인 후 그 닭으로 인간이 섭취할 수 있는 소시지로 가공했다. 이 소시지는 관객과 전시장에서 나누어 먹게 된다. 그리고 사육 중 수집한 밀웜과 닭의 분변은 흙으로 돌아가게 된다. 관객은 자연의 에너지 순환 단면을 보여주는 작가의 작품 세계에 진입하여 스티로폼에서 유래한 에너지원을 소화 흡수할 수 있다. 소시지를 먹고 소화하며 전시를 관람하는 동안 스티로폼은 관객의 신체 일부로 서서히 전환될 것이다. 스티로폼은 인간이 되고 인간은 흙이 되고 흙은 새로운 생명이 되는 것이다. 가루처럼 잘게 분해되었다가 다시 하나의 덩어리로 결합되어 새롭게 탄생하는 자연의 물리적 에너지 순환을 관조하면서 그 속에 존재하는 생물의 한 종으로서 머물러 보기를 바란다.

신재은_이것은 나의 몸_작가가 사육한 닭의 분변_가변설치_2023
신재은_마지막 오후_FHD 영상_00:30:00, 반복재생, 가변설치_2023

1.5층 / 인간의 눈 ● 변수가 생겼다. 작업의 본 기획은 스티로폼을 갈색 거저리의 유충인 밀웜에게 먹인 후 그 밀웜을 요리하여 인간이 먹는 것이였다. 밀웜이 스티로폼을 소화할 수 있는 곤충인 동시에 식용 곤충이기도 한 점에서 착안한 것이었다. 하지만 전문가 자문을 받으며 현재로서는 스티로폼을 섭취한 밀웜의 식품 안전성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닭을 거쳐 섭취하는 것으로 기획을 변경하게 되었다. 새로운 먹이사슬을 구현하기 위해 우리나라 닭고기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로스 품종의 육계를 양계장에서 얻으며 가공육으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특별히 갓 부화한 병아리가 아닌 도태를 며칠 앞둔 종계 노계를 선택하였다. (치킨이 되는 실용 닭은 평균 2개월에 육고기로 도축되고 종계는 평균 1년 3개월 사육 후 도태 처리된다.) 소시지와 같은 가공육은 보통 도태된 노계로 제조되기 때문이었다. 암컷 3마리와 수컷 2마리를 데리고 왔지만 작업실로 오는 길에 차 속에서 스트레스로 암컷 한 마리가 폐사했고, 수컷 한 마리는 앓다가 도착한 지 다섯 시간 만에 결국 폐사했다. 닭을 처음 가까이서 보고 만져보는 것이라 긴장되기도 했지만 닭을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보살피면서 첫날에 두려움이 사라지게 되었던 것 같다.

신재은_GAIA-소화계展_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_2023
신재은_Cherry Nana Jackson_종이에 인쇄_10×15cm×200_2023_부분

노계 사육을 계획한 이후 돌보는 동안 닭 생의 최고의 시간을 보내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반려 동물 용품들과 간식들을 준비했는데 그때부터였을까, 아니면 이름을 붙여준 순간부터였을까. 고통스러워하는 닭을 안고 토닥이던 시점부터였을까. 나에게 닭은 반려 동물과 가축 사이 어디쯤이 되었다. 밀웜과 닭은 같은 생명이지만 나는 닭을 무척 편애했다. 유튜브로 닭의 언어도 공부해서 '행복하다'라는 의미의 소리를 흉내 낼 수 있게 되었고 닭들에게 들려주는 것이 일상의 낙이 되었다. 발음을 제대로 했을 때 닭들이 알아듣고 반응해 주는 것이 특히 귀여웠다. 내 생일에는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꽃등심과 망고, 체리를 사서 닭들과 나누어 먹기도 했다. 처음에는 사과와 상추에도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꽃등심, 망고, 체리 이후로 배추 같은 건 가끔 뱉어버리기도 했다. 닭들과 한 날 산책을 준비하다가 암탉 두 마리가 순간적으로 서로 충돌하는 사고가 났고 한 마리는 다리 골절, 한 마리는 원인불명으로 주저앉게 되어 동물병원을 다니게 되었는데, 진료 대기 중에 만난 어떤 손님이 "어머, 이 닭은 참으로 복 받았네." 라고 말씀하시던 것이 계속 맴돈다. 이 닭은 과연 복을 받은 것인가.

"구출하셨나 봐요. 좋은 일 하시네요." 라는 질문에는 "아니요, 그냥 데려온 거예요." 라는 이상한 답을 했다. 첫 진료 접수 때 간호사 분이 "반려 닭 이름이 뭔가요?" 하고 물어보셨는데 '반려'라는 단어를 곱씹다가 이름을 말하지 못하고 "닭입니다." 라고 답하는 바람에 체리의 첫 약봉투에는 '이름: 닭'이라고 적히기도 했다. 꼬순내를 풍기던 체리, 잭슨, 나나는 먹을 수 있는 닭인가 없는 닭인가. ■ 신재은

* 꼬순내: 동물의 피부에서 나는 특유의 고소하고 사랑스러운 냄새.

Vol.20230913e | 신재은展 / SHINJAEEUN / 申才恩 / 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