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프로젝트 그룹 MM 큐레이터,전시서문 / 임초롱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월요일 휴관
현대미술회관 Center of Contemporary Art 부산 수영구 망미번영로85번가길 9 @centerofcontemporaryart
그럼에도 변하지 않고 시대를 관통하는 기준 시대적 변화와 불안함 ● 우리는 시대적 전환기를 맞으며, 낯설고 두려운 새 시대를 맞이했다. 챗GPT, 메타버스, 온택트, AI, 인류세 등 구체적인 언어와 함께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회.정치적 혼란과 환경 생태적 변화는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어느 시대나 과도기에는 혼란과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이전과 다른 기이한 지점이 보인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시점에 경제적 풍요와 함께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수평적이고 경계가 없는 온라인 세상을 넘나들며 빠름과 재미,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며 시간을 사유재 로 인식하며 살고 있다. 그로 인해 낯선, 새로운 것에 대한 감각이 둔 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이한 현상은 코로나가 종식되고 온라인의 세상에서 오프라인으로의 영역이 확장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 이런 현상에 원초적인 본능으로 불안함을 느낀 현대인들은 미닝 아웃Meaning Out을 하고 가치 추구, 가치 경험을 지향하려고 한다. 본원적인 용도와 물적 성능에 만족하는 합리적 가치 추구에서 벗어나, 이전에는 함부로 드러내지 않았던 사회.정치적 신념 등을 적극적으로 표출한다. 이런 윤리적 경험은 시대적 전환기를 겪으면서 느껴보지 못하던 충족된 감각이나, 감정, 관계적 체험 등을 경험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예측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불안함이 미래에 대한 공포로 다가와, 안정감을 느끼고자 하는 인간적인 본능으로 점점 성장하여 자신 만의 지속 가능한 삶의 가치를 만들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변하지 않는 가치의 탐구 ● 이런 현상을 주목하고, 프로젝트 그룹 MM의 4인의 작가들은 개인의 변하지 않을 가치를 찾아 시각화하고자 한다. MM은 각자가 지니고 있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서로에게 자극이 되어 지속 가능한 예술과 예술가의 삶을 이뤄보자는 취지에서 모인 그룹이다. 빠르게 판단되고 종결되는 가치보다 다양한 충돌이 일어나는 주관성에 창작자의 세계와 자아, 공동체, 개별의 공통적인 관심을 두고 회화, 조각,설치, 영상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예술적 사유가 서로에게 사고의 지점이 될 수 있도록 중점을 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들은 빠르게 변하는 것들에 둘러싸여 경계 사 이에 위치하는 불안정한 감정을 일으키는 것, 불확실한 것에 관심을 가진다. 동시에 가치 있는 삶을 위해 변화하는 현상에서 결과적인 부분이 아닌 그 본질에 대해 집중하며 접근했다. ● 전시 제목인 『김상수 찾기_Finding Mr. Constant』는 변하지 않고, 항상 일정한 값을 갖는 수인 '상수'의 의미를 더 해 창작자가 찾은 상수의 가치를 이번 전시를 통해 향유자들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곽은지 작가는 비물질적이고 비시각적인 존재들이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운동성의 순간을 세밀하게 포착하는 능력을 지녔다. 운동성을 포착하기 시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던 존재들일지라도 일정한 에너지가 차올라 임계점을 지나면 실체적인 존재가 되는 것처럼 느껴서이다. 예를 들면 감정이 복받쳐 올랐을 때 눈물이 쏟아진다든지, 수증기가 가득 모였을 때 피부에 맺힌 물방울이 된다든지, 바람이 거세지면 파도의 포말이 선명해지는 것처럼 현상이나 감각으로 보이지 않는 존재들을 느낄 수 있다. (작가노트일부 발췌) 이렇게 느껴진 경험을 작가는 회화에 표현했다. 전시장의 창 문 살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한 회화작품은 오른 편에서 왼편으로 진행할수록 불규칙하고 유동적인 흐름을 만들어 가도록 구성했다. 작품에서 보여주는 「가치」의 운동성은 '절대적'인 것인지. '옳음'인지 모른채. 어떠한 가치로 정립되기 전의 단계를 보인다. 다만 뚜렷한 실체가 있다고 느껴지는 그 순간을 물감의 투명도, 점도, 두께가 각각 다른 물감들이 서로 섞이고 만나는 레이어를 통해 보여준다. 작가의 고민은 평면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우수 작가와 협업하는 설치작업에서는 기존의 가치가 새롭게 등장하는 가치에 의해 흔들리는 모습과 그럼에도 이상적인 합의에 도달하고자 하는 욕망을 물의 진동과 그 물을 통과해 천장에 투사되는 매핑된 영상으로 보여준다. 영상에 등장하는 규칙적인 직선들은 우리가 지나온 시간 동안 불변의 진리라고 믿었던 가치의 표상이며, 물의 파동으로 일그러지고 흔들리는 모습은 이러한 가치들 또한 사람들의 합의와 변화하는 세상에 따라 새롭게 판단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가노트 일부 발췌) 영상의 파도는 에너지를 품고 부딪히지만 다시금 한 덩이의 물로써 돌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전시장에 온 김상수들에게 추상적인 감각 경험을 제공하며 가치 충돌은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서로를 적대시하지 않고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가치를 위한 고민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아 전달하고자 한다.
김현작가는 SNS에서 이름이 김상수인 인물들을 검색한다. 그렇게 찾은 김상수에게 자신의 상수 「Constant」, 불변의 가치가 스스로에게 무엇인지 물어본다. 김상수들에게 전시의 취지와 작업 이야기를 간단히 소개한 후, 동의를 얻어 인물을 조각한다. 그들에게 각자의 상수가 무엇인지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김상수들의 가치에 김현 작가가 바라보는 주관적 감정을 더해 가상의 인물이 재탄생된다. 이러한 창작 과정을 통해 관점의 확장과 이로 인한인간성의 탐구까지 이해의 영역의 넓혀가는 중이다. 우리는 현시대를 이해하려고 하지만 늘 실패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을 거라는 어렴풋이 느껴지는 믿음만 각자에게 있을 뿐이지 정의가 내려진 게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정의가 내려진다면 새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다. 태국의 왓포 사원에는 누워있는 부처가 있다. 열반(완성된 깨달음의 세계)에 오르기 직전의 부처의 모습이다. 결과에 도달하기 직전에 부처가 남긴 말이다. "마음도 놓아버리고 몸도 놓아버리고 누우려고 두 다리를 땅에서 들었다. 머리가 베개에 닿기 전, 발이 침대에 닿기 전, 막 누우려고 하기 직전에 내 일생에 가장 특별한 일이 생겨나고 말았다. 이러한 상태를 행주좌와 중 어디에 넣어야 하는가? 걷는 것도, 서 있는 것도, 앉아있는 것도 누운 상태도 아니었으니 그 네 가지 상태를 벗어난 짧은 순간에 나의 모든 탐심과 일체의 번뇌가 모두 소멸한 지혜로 깨달아 얻은 것이다. 행복이 어떠합니까, 라고 누가 물으면 '직접 체험하고 만나야 이해할 것이다'라고 해야 하리라.” 어렴풋이 느껴지는 경계, 가치에 대한 정의를 다락방 안쪽에 자리하고 있는 김현 작가의 작품이 향유하는 김상수들에게 번뇌의 불을 놓아버리고 열반에 이르는 감각 직전 상태를 불러일으켜 사유할 수 있는 기이한 경험을 해 보길 기대한다.
박소현작가의 작품 '상수의 방'은 작가 본인과 작가 측근의 10명의 「김상수.the Constant」들이 같이 참여했다. 각자의 상수들은 오래된 물건 또는 특정 메시지가 담긴 물건을 작가에게 전달하였다. 이 작업은 상수들이 가진 애틋한 기억과 감정을 과거의 순간들 속에서 찾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과정 속에서 남겨진 가치를 더듬게되는데, 상수들에게 그 가치는 불안한 것이 아닌 불확실한 것도아닌 지금도 내 곁에 존재해 현재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으로 남겨진다. 오래된 것, 변하지 않는 익숙한 것이 주는 편안한 감정상태를 유지하고자 가치를 부여해 버려지지 않게 하려는 인간의 본성이 느껴진다. 박소현 작가는 공간과 작품의 관계성에 관심이 많다. 그간의 전시에서도 전시장 공간의 특성을 고려한 전시들을 보여주었는데 이번 전시에서도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전시장의 특색을 살려 조부모님이 거주했던 물리적 공간을 추억하고자 ● 집의 벽지를 드로잉으로 재현했다. 그것과 동시에 옆 벽면에는 상수들의 사연이 담긴 물건명이 기념비처럼 새겨진 비누가 전시되어 있다. 비누는 사용하다 보면 마모되어 본 형태를 점점 잃어가고 변형되다 결국 자체 소멸하는 특수한 성질이 있다. 비누의 물리적 존재는 사라져도 비누에 대한 기억과 오감은 여전히 잔존한다. 이러한 비누의 성질은 물건과 기억의 관계를 대변한다. (작가노트 일부 발췌) 작가는 메타버스, 가상현실이 아닌 실재와 기억 사이의 경계를 오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세상의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 삶의 일부분으로 현재까지 공존하는 존재들 또는 우리들만의 상수들을 경계의 세계 '상수의 방'에서 찾아가길 바란다. ■ 임초롱
Vol.20230911g | 김상수 찾기 Finding Mr. Constant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