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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3_0911_월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5:00pm
설문대여성문화센터 Sulmundae Women's art Center 제주도 제주시 선덕로8길 12(연동) Tel. +82.(0)64.710.4246 www.jeju.go.kr/swcenter/index.htm https://storage.net-fs.com/hosting/6718810/123/
주변을 탐구하는 미적 태도 ● 한윤정은 늘 자신과 자신의 주변을 탐구하는 작가이다. 현재까지도 작품에서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음식은 유학 시절 낯선 곳에 놓인 자신과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며 사람마다 서로 다른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그리기 시작했다. 제주도 서귀포에 있는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에서 작업했던 2017년과 그다음 해까지는 음식보다 자연에 더 집중했는데, 이 또한 주변에 관심을 두는 작가였기에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후 제주시로 작업실을 옮기면서 구도심에서 볼 수 있는 오래된 식당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제주시 구도심에 있는 예술공간 이아의 레지던시에 입주해 있는 동안은 식당 건물에서 식당이 있는 거리로 주변을 보는 시선을 넓혔다. 이때 작업한 「서문로 20부터 14까지」(2022)는 사실적으로 그린 식당 건물과 아크릴 상자로 만든 간판 등을 콜라주 해서 만든 부조 작품 여러 개를 길게 연결해 실제 서문로의 거리 일부를 보여주었다.
다시 바다가 보이는 한적한 어촌 마을로 작업실을 옮겼지만, 아직 그의 주변은 구도심이다. 그러나 표현 형식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이러한 변화는 2021년부터 감지된다. 당시 작품들은 보통 10호 정도 크기에다 부조 형태였는데, 「제과점과 아주머니」(2021)는 크기가 100호로 무척 커졌고, 캔버스 틀 두께를 두껍게 하고 나무판을 좌측과 간판 아래에만 덧붙여서 부조 느낌만 난다. 100호가 조금 넘는 「반점의 하루」(2022)에서는 20cm 두께로 패널을 만들어 측면에도 그림을 그렸지만, 부조 느낌이 더는 나지 않는다. 이후 작품에서는 두께도 일반 캔버스 틀과 같아졌다. ● 입체에서 평면으로의 변화도 극적이지만, 작품의 크기가 커지면서 인물이 작품마다 전면에 등장한다. 이전 작품에서는 인물이 선 드로잉으로 표현되거나 신체 일부만 그려져 눈에 띄지 않거나 드물게는 인물을 그리지 않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는 관람자가 식당 자체보다 사람에 더 집중하도록 하고, 작품 속 사람들의 관계를 상상함으로써 저마다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게 한다. 따라서 작가 자신이 직접 방문한 식당을 그렸으나, 그림 속 식당이 실제 어느 식당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간판이나 창문 등에 쓰여 있는 꿩, 두루치기, 갈치, 고등어, 빵, 콩국수 등의 글씨와 일부만 보이는 식당 이름은 정보를 전달하기보다 이야기에 현실성과 구체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식당처럼 사실적으로 재현하지 않고 인물을 과장하거나 생략해서 표현함으로써 작품을 있는 것의 확인이나 경험의 공유가 아닌 열린 서사의 장으로 이끈다.
작품에서의 변화가 두드러질지라도 이전 작품과의 연관성도 발견된다. 우선 식당 밖에서 식당 안을 관찰하는 시선으로 그렸다. 작가는 문밖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순서를 기다리는 아저씨」(2023) 속 손님의 시선보다도 더 먼 거리를 두고 식당 안을 관찰한다. 또한, 다양한 시점의 장면을 한 화면에 구성했다. 예를 들어 「삐삐 슈퍼」(2020)에서 가게는 정면에서 바라본 시점으로 그려졌는데 오른쪽의 담과 길은 측면에서 바라본 시점으로 사선으로 놓여있다. 이와 같은 다양한 시점은 「빨간 벽돌집 1층 식당」(2023)의 식당 건물과 식탁에서도 발견된다. 또한, 식당 내부에 사람의 얼굴이나 음식을 크게 그린 「서문로 20부터 14까지」처럼 「갈치조림과 고등어조림」(2023)에도 식당 안 손님을 얼굴만 크게 그려 넣었다. ● 한 화면에 여러 인물이 등장하면서 여러 시점의 화면 구성은 시각적 형식에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시간의 공존이라는 의미의 측면으로 확장된다. 즉 한 장소에 그려진 인물들이라 할지라도 그곳에 머문 시간대가 다르다. 이로 인해 시선의 흐름에 따라 시간의 흐름이 생기고, 이러한 시간의 흐름은 서사 구조를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각각의 인물마다 각각의 에피소드를 지니고 이 내용이 연결되어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한 작품 속 인물들이 서로 고립된 듯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서사 구조 때문이다.
앞으로의 작품 계획을 고민하면서 식당 주변으로 자연을 그리거나, 식당 창문 밖으로 풍경을 그리는 작품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항상 주변에 관심을 두고 이를 작품에 반영해 온 작가의 작업실이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는 어촌 마을에 있으니, 당연히 떠오르는 생각일 것이다. 풍경에서 식당으로 소재가 바뀌는 해에 그렸던 「작업실 옆 식당」(2019)에서는 식당과 자동차 도로와 들판을 나란히 병치했다. 「푸드 트럭」(2019)에서는 푸드 트럭 오른쪽으로 하늘을 넓게 그렸다. 이처럼 지금까지 계속 주변의 변화에 따라 작품의 변화를 거듭해 온 작가의 치열함이 구도심의 식당을 어떤 모습으로 자연과 어우러지게 할지 기대하게 만든다. ■ 김연주
Vol.20230911f | 한윤정展 / HANYOONJEONG / 韓侖廷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