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낯설지 않은

김윤정_장건율_한혜림展   2023_0901 ▶ 2023_0910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임소진 주최 / (사)부곡온천문화예술협회 후원 / 문화쳬육관광부_경상남도_경남문화예술진흥원

관람시간 / 11:00am~05:00pm / 월요일 휴관

창녕문화예술회관 Changnyeong Culture&Arts Center 경남 창녕군 창녕읍 우포2로 1189-25 (교리 991번지) 소전시실 Tel. +82.(0)55.530.1911 www.cng.go.kr/art.web art.cng.go.kr

『낯선, 낯설지 않은』은 2023 창녕아티스트레지던시 입주작가의 결과 보고 전시로 9월 1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된다. (사)부곡온천문화예술협회는 2017년부터 창녕군 부곡온천 관광특구에 위치한 호텔을 활용하여 작가 레지던시를 운영해 왔다. 온천 비수기, 손님이 뜸해진 호텔 방을 시각예술가에게 내어주며 작가에게는 창작 활동의 기회를 지역 주민에게는 문화예술 향유의 경험을 제공했다. 문화불모지에서 마주한 창작자와 지역민. 처음에는 서로가 낯설었지만 이내 서로가 주는 신선한 자극과 호기심에 자연스러운 교류가 시작되었다. 레지던시는 호텔 관계자와 지역 주민의 도움, 창작자의 협조로 서서히 자리 잡을 수 있게 되었다. 팬데믹 기간 잠시 휴식기를 가지다 올해는 공간의 변화와 장르의 융합이라는 특별한 시도를 선보인다. 레지던시는 기존의 호텔이 아닌 창녕읍에 위치한 디지털곤충학습관에서 진행되는데, 이곳은 폐교된 이후 오랜 시간 방치되었다가 생태연구가인 현재 운영자의 지속적인 돌봄과 정성으로 다양한 생명체가 살아가는 자연 친화적 공간으로 재탄생하였다. 어쩌면 도시 생활이 익숙한 우리에게 불편할 수 있는 환경이지만 바꿔 생각해 보면 느린 호흡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시각예술가만으로 이루어졌던 레지던시는 '시각예술과 문학의 만남'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우며 체류형 예술융합 공동체 형성을 목표로 설정한다. 시각예술가 4명과 문학작가 2명으로 구성했으며 나이, 지역, 경력에 제한 없이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에게 기회를 주려고 노력하였다. 어느 때보다 실험적이었던 이번 레지던시에서 예술가들의 적극적인 교류와 건강한 자극을 기대해 본다.

낯선, 낯설지 않은展_창녕문화예술회관_2023
낯선, 낯설지 않은展_창녕문화예술회관_2023
낯선, 낯설지 않은展_창녕문화예술회관_2023

항상 존재하고 있지만 우리가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흙, 공기, 밤하늘의 별 그리고 스쳐 지나가는 주변인까지. 하지만 매일 걷던 길이 무척 새롭게 느껴지는 어떤 날처럼 이들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 마냥 눈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세 명의 작가는 이러한 순간을 섬세하게 포착하여 작업으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하나의 지점으로 연결된다. 전시 『낯선, 낯설지 않은』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가는 것들을 재인식하고 사유하는 행위를 통해 일상의 낯선 면모를 발견하는 김윤정, 장건율, 한혜림의 작업을 소개하며 이를 통해 각자의 하루와 주변의 존재를 살필 수 있는 평온한 마음을 제안한다. 김윤정의 작업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돌, 즉 암석과 광물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여러 나라와 도시에 머물던 작가는 몇 년 전부터 암석을 통해 특정 장소, 지역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이는 창녕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작가는 레지던시에 머무는 동안 창녕의 지질 유산 장소를 탐방하고 관찰하며 사진, 드로잉, 자수와 판화를 통해 그가 행하는 작업 전반을 면밀히 기록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업은 창녕에서 보낸 작가의 시간과 작업 실천이 결집된 하나의 기록물이라고 볼 수 있다. 작가는 이러한 기록적 작업을 통해 인간의 시간과 인간이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지구의 역사를 추적해보고 이를 대조하여 표현하는 방법을 계속해서 연구 중이다.

낯선, 낯설지 않은展_창녕문화예술회관_2023
낯선, 낯설지 않은展_창녕문화예술회관_2023
낯선, 낯설지 않은展_창녕문화예술회관_2023

꽃, 식물 등 자연물에서 추출한 조형적 요소를 재해석하는 장건율은 창녕을 비롯해 밀양, 청도 등 주변 도시 구석구석을 누비며 다채로운 자연의 순간을 담았다. 그중에서도 저수지, 산과 숲을 다니며 수집한 장면을 바탕으로 제작한 풍경 작업은 기존의 작업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다. 개체와 부분적 요소가 집중되었던 작업은 하나의 풍경으로 확장되었다. 꾸준히 크고 작은 변화를 보여주는 그의 작업은 단순한 형태로 수렴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그럼에도 작업이 단순해 보이지 않는 까닭은 간결함 속에 녹아 있는 무수한 고민의 흔적 때문일 것이다.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조화로운 화면을 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그리고 또 지워 나가는 과정의 반복. 장건율은 경험에서 비롯된 고유한 시선과 낯선 감각을 유지하며 보편적인 소재에서도 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낯선, 낯설지 않은展_창녕문화예술회관_2023
낯선, 낯설지 않은展_창녕문화예술회관_2023

김윤정과 장건율이 창녕의 곳곳을 거닐며 작업의 소재를 찾았다면 한혜림은 레지던시 공간 자체를 십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공간 운영자와 많은 시간 소통하고 교감하는데 특히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며 작은 생명체를 소중히 대하는 그의 연구 방식과 삶의 태도에 주목한다. 곤충을 관찰하며 만난 찰나의 아름다운 순간, 사람들과 함께하며 느꼈던 감정과 인상이 고스란히 남겨진 그의 작업은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한편, 전시장을 가득 채우는 '뽀드득, 뽀드득' 소리는 작가가 채집하고 편집한 자연의 소리인데 집중해서 들어보면 그 안에는 물소리와 새소리를 비롯한 여러 소리가 담겨있다. 함께 살아가는 존재에 대한 사소한 관심에서 출발하는 한혜림의 작업은 우리에게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다양한 감각을 통해 은유적으로 일깨워 주고있다. ■ 임소진

Vol.20230910c | 낯선, 낯설지 않은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