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now here

박병일展 / PARKBYUNGIL / 朴炳一 / painting   2023_0902 ▶ 2023_0916 / 일,월요일 휴관

박병일_landscape-대승폭포_화선지에 수묵_400×90cm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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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인스타그램_@byungilpark_artist

초대일시 / 2023_0908_금요일_05:00pm

후원 / 강원특별자치도_강원문화재단

관람시간 / 11:00am~05:00pm / 일,월요일 휴관

르큐브갤러리 LE CUBE GALLERY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박수근로257번길 2-97 Tel. +82.(0)33.482.4110 lecubegallery.my.canva.site @lecubegallery

"나를 둘러싼 세상은 늘 거기에 있었고, 내가 준비가 되면 보여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준비가 되었을 때, 세상은 오직 아름답게만 보였다." (H.D.Thoreau) ● 박병일은 현재를 작품에 담는다. 그의 관심은 늘 '지금, 여기'이고, 그곳에서 만난 여러 순간은 그의 방식으로 소환된다. 청년이면 한 번쯤 비자발적 유목민의 삶을 거친다. 그 역시 그래왔고, 그가 삶의 장소를 옮길 때마다 마주했던 그때, 그곳의 풍경은 가볍지 않은 무게감으로 작가의 20여 년의 작업 세계를 관통한다. 나를 있게 하는 내 주변 풍경, 그리고 나를 익명의 누군가로 살아가도록 하는 도시의 모습은 언제나 그의 화면 위에서 현재를 발산한다. 박병일은 개인전 『지금, 여기』에서 2023년 자신의 현재를 드러낸다. 도시에 살며 도시 풍경을 그렸던 그가 삶의 터전을 옮겨,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팬데믹을 겪으면서 작가의 '자연'에 대한 이런 관심이 새삼스럽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여기'가 바로 삶의 장소라는 이유로 그는 자신과 자연과의 연결고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박병일_landscape-울산바위_화선지에 수묵_200×720cm_2023

폭이 7미터가 넘는 화판에 빽빽하게 채워진 「울산바위」를 비롯해 사뭇 비장해 보이는 「대승폭포」, 그리고 「광치계곡」으로 이어지는 박병일의 산수는 기존의 작품보다 강도가 조금 달라졌다. 농도는 진해지고 묘사는 단순해졌다. 또한 「울산바위」, 「대승폭포」, 「광치계곡」과 같은 제목에서 그가 집중한 부분이 무엇인지 우리는 짐작해 볼 수 있다. 과거 「풍경」을 제목으로 사용해 왔던 것과 비교해 보면, 이번 전시에서는 대상 자체에 그 무게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우리는 작가가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박병일_landscape-광치계곡_화선지에 수묵_45×265cm_2023

중국의 비평가 허진웨이는 그의 바라보기 방식에 대해 "박병일은 웅대한 구도형식에 대하여 거시적 방식으로 도시의 미미함을 굽어보고 있다. 이러한 미미함을 통해 개인의 떠돌이 외로움을 표현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아마도 처음 '울산바위'를 마주한 작가는 자신을 압도하는 그 타자적 힘에 우연히 높은 곳에 올라 도시 풍경을 바라보았을 때의 첫 느낌을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이 거대한 자연이 도시가 품은 시간 만큼이나 여러 겹의 시간과 기억을 품었다는 것을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한 인고의 시간을 품었음을 감지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그가 지금의 대상들에게 몰입하는 이유가 되어준다.

박병일_landscape-십이선녀탕_화선지에 수묵_80×80cm_2023

작가의 몸의 시간을 통과하여 세상으로 나온 그의 작품은 메마르고 갈라진 세계를 뜨겁게 이어주며, 우리 안의 숭고와 조우토록 한다. 내적 노정을 통한 이 정서적이고 원형적인 조형의 힘이 감상자로 하여금 진정한 자신과 소통하는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내는 우리에게 그가 내어주고 싶었던 것은 언제나 거기에 있었고, 지금도 있는 자연 그 자체일 것이다, ● 특히, 작가의 시선은 자연에 대한 그의 애정을 가늠케 한다. "아름다움이란 대상에 대한 관조에서 오는 것이다." 라는 칸트의 말처럼 작가가 무심히 바라보았을 그 빛나던 순간은 우리가 그토록 보고 싶은 풍경의 시작이 되었다. 회화를 특정한 공간에서 본다는 것은 매우 감각적인 경험이다. 본다는 것은 작가가 느끼고 머문 시간을 수용하고 허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을 기록하고자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그 순간에 대한 기록이 되어버린 그의 작품은 그렇게 '지금, 여기'가 되어 몸 안의 수많은 결핍과 허기를 품은 우리 앞에 가만히 놓여 진다.

박병일_landscape-해송_화선지에 수묵_200×122cm_2023

박병일의 작업은 언제나 자연에 대한 회귀적 감상을 지닌 산책으로부터 시작된다. 산책은 그가 세상을 의미하기 위한 직접적 방법론으로서 그의 호기심은 그를 항상 더 멀리로 이끌었다. 서울을 떠나 '여기'에 정착한 작가에게 자연은 일상의 공간의 되었고, 그가 도시 산책자로서 마주했던 풍경은 산이 되고, 바위가 되고, 폭포가 되었다. 그리고 그의 삶 속에서 '지금, 여기'가 되어 쌓여간다.

박병일_landscape-토왕성폭포_화선지에 수묵_400×90cm_2023

활은 얼마간 무위의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한다. 늘 팽팽하게 긴장해 있는 활은 그 힘을 잃어버리기에 가만히 놓아두어 견고함을 회복시키기 위함이다. 아마도 박병일의 '여기'에서의 시간이 그러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시간을 지나 더욱 견고해진 그는 의도된 느슨함으로 '여기'의 풍경을 정확하고 아름답게 포착해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도시를 그리던 박병일이 삶을 장소를 옮긴 후, 그의 산책은 아이처럼 자라서 거인이 되었고, 그렇게 그의 길은 넓어져 위태로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어느새 그 길을 내어주고 있다. ■ 박미란

박병일_지금 여기展_르큐브갤러리_2023

Park Byung-il embodies the present. His attention has always been 'now, here' and summoned up the moments he has faced there. Young people experience the life of involuntary nomads at least once. He is also too. The scenery he faced whenever he moved his place of life has weightily penetrated his 20 years of work. The scenery around me which exists me and the sight of the city that makes me live anonymously were always expressing the present on his work. Park Byung-il, 『Now, here』 displays his present. He, who had lived in the city and painted the scenery there, he has now moved his base and this exhibition focuses on nature. Recently, through the pandemic, the artist's interest in "nature" may feel nothing new. However, the artist is making the connection between himself and nature more active because "here" is the place of life. ■ Park Mi Ran

Vol.20230905i | 박병일展 / PARKBYUNGIL / 朴炳一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