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23_0901_금요일_05:00pm
작가와의 대화 / 2023_0908_금요일_05:00pm~07:00pm
관람시간 / 11:00am~05:00pm / 일,월요일 휴관
갤러리 더 씨 Gallery the C 서울 용산구 임정로 35 (효창동 3-117번지) 2층 Tel. 070.7869.0078 www.gallerythec.com @gallerythec
『No Subtitles 자막없음』은 단편적으로 볼 때 각기 다른 언어•문화권에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언어는 하나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수단으로 우리는 언어를 통해 의사소통은 물론 관계를 형성하고 공동체의식을 만들어 간다. 즉,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다른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는 뜻과 같다.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상대방의 언어를 자신의 언어적 의미로 오역하는 경향으로 인해 때로는 언어가 문화 간 의사소통에 장애물이 되기도 하며, 같은 언어 문화권 안에서도 몸짓 언어의 신호나 행동의 의미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 여기 세명의 작가는 각기 다른 이유로 자신과 다른 언어 문화권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여러가지 현상을 경험하며 적응- 포기- 수용의 과정을 반복한다. 영국출신 아티스트 알란 에글린튼은 그의 한국인 여자친구 은지와 그가 익숙한 언어인 영어와 불어로 의사소통을 하였는데 은지를 따라 방문한 한국에서는 그녀의 가족과 소통하기 위해 한국어라는 제 3의 언어를 사용하게 되면서 그는 둘 사이에 놓인 문화적 차이와 그에 따른 해석의 다양성을 깨닫게 되었다. 김정인은 2008년 미국 오클라호마(Oklahoma) 주 털사(Tulsa)의 한 국제결혼가정에서 지내게 되었는데 대부분의 이민자 3세들이 그렇듯 -미국인으로 살지만 집안에서는 1세대인 조부모의 영향력 아래 생활 습관이나 관습들을 답습하며 살아가는 것처럼- 김정인 작가가 머물던 집의 문화도 다르지 않았다. 털사는 아이러니하게도 1880년대 인디언 정착지로 개발된 도시이나 1901년경 유전이 발견되어 이후 세계 굴지의 석유 도시로 발전하며 현재는 미국에서 가장 큰 아르데코(art déco) 건축 큐레이션 중 하나의 본거지로서 역할도 하고 있는 도시이다. 이러한 도시의 이민자들은 더욱더 그들의 문화를 견고히 지키면서도 사회의 일원으로 잘 흡수되기 위해 문화적 충돌을 피하기 위한 더 많은 노력을 할 것이다. 배진희는 영국 유학 시절 하우스 쉐어(share a house)를 통해 서로 다른 언어 문화권의 사람들이 모여 살며 영어로 소통하면서 생기는 문화적 충돌을 경험함과 동시에 런던의 이방인 집단으로서 서로를 보살피고 이해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서로 간의 문화적 차이는 보다 큰 집단인 영어 문화권에 의해 별거 아닌 것이 되고 그들만의 유대감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각자의 모국어가 아닌 제2의 언어로 제 3의 문화를 이해하는 과정은 결코 직역될 수 없었던 것이다. ● 알란 에글린튼, 김정인, 배진희 세명의 작가가 모인 자리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여러 차례 작업 미팅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언어적 차이에서 오는 이해의 다름을 경험했는데, 이 과정속에서 서로에게 누군가 자막을 달아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결국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각자의 작업의 본질과 같은 지점으로 귀결된다는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 최근 들어 OTT 시장이 확대되면서 서비스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각 문화권마다 송출되는 영상의 자막 사업도 규모가 엄청나다. 영상의 자막들은 단순히 대화를 이해하는 것을 너머 영상의 배경이 되는 문화를 이해하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가 된다. 하지만 가끔은 잘못 번역 된 자막이 올바른 판단이나 해석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 잘못된 자막은 이로 인해 전혀 다른 방식으로 문화를 받아들이게 되거나 오해를 사거나, 심하게는 적대심까지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언어가 화자와 청자 사이의 의사소통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맥락을 필요로 한다. 청자로서, 화자의 의도된 의미를 추론하기 위해 화자에 관한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이 전시에서 배경지식이 제외된 단순한 활자로서 인식되는 자막은 제거된다. 대신 세명의 작가는 문화적 소통을 위한 언어를 제공한다. 따라서 작품을 관람함에 있어 타자의 개입으로 인한 불필요한 해석이나 오해는 제거되고 관람자는 청자로서 이들이 제공하는 이미지 언어를 해석하여 자기만의 자막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인 Jeongin Kim ● TULSA : 우리 할머니는 한국 사람입니다. 이 사진은 미국 오클라호마 주 작은 도시인 털사에 살고 있는 한인 국제결혼 가정의 아이들을 촬영한 것이다. 털사에는 약 800여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고, 그 중 국제결혼 커플의 비율은 10%미만이다. 털사는 기독교 문화가 강하고 폐쇄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외지인에게 온화하고 관대하다. 현지 시민들은 대부분 집이라는 물리적인 장소를 기반으로 하여 가족 단위로 활동하는데, 이 곳 국제결혼 가정의 아이들도 대부분의 시간을 본인의 집이나 조부모의 집, 친척이나 이웃의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기 때문에 다른 가정과의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인식이 이루어질 기회가 적고 성인이 되어서도 각 가정의 문화적 영역은 고유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 2008년, 나는 우연한 기회에 이 작고 평화로운 도시의 한 국제결혼 가정에 거주하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상의 흥미로운 복합문화적 요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고 아이들을 통해 이것을 기록했다. 그들은 스스로를 온전한 미국인이라 여겼으며 누구도 할머니의 모국어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할머니의 특별한 삶의 방식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있었다. 누구든 예외 없이 집 안에선 신발을 벗어야 했고 양반다리를 하고 바닥에 앉는 것에 익숙했다. 아침식사로는 된장국을 먹고 싶어 했으며 식탁 앞에는 무릎을 세우고 앉았다. 이 작업은 털사에 머물렀던 2년 반의 기간과 세 번의 추가 방문을 통해 진행되었으며 약 20가정의 환영과 사랑, 협조로 완성되었다.
Alan Eglinton (알란 에글린튼) ● "Yes No Maybe" 알란 에글린튼은 그의 연인 은지가 당연히 "yes"라고 대답했다 생각했다. 그가 청혼하던 날 그들은 분명 즐거운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그녀는 어떤 대답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몇 달 뒤, 함께 떠난 은지의 모국으로의 여행 때도 그녀는 여전히 망설이고 있었다. "Yes No Maybe"는 일종의 더미북과 같은 형태를 하고 있다. 이는 알란이 작업을 발전시킬 때 종종 사용하는 방법으로 한 권의 책에 작업의 전부를 펼치듯 옮겨 놓고 여러 번 검토하고 다시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사진 이미지들과 다양한 용도의 종이 조각들, 앞 뒤 맥락 없이 쓰여진 짧은 메모들은 이 젊은 커플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 그리고 그들 사이에 놓인 문화적 차이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배진희 Jinhee Bae ● Letter; Dear My Friends 10년 전 런던으로 온 젊은이들이 일상 속에서 각자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이야기하고자 했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 온 대부분 사람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모방하고 공유하며 때로는 부정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문제에 끊임없이 부딪히게 된다. 이런 고민은 문화적 갈등과 충돌의 원인이 되거나 순응과 적응을 통해 새로운 사회의 일원으로서 다른 문화 속으로 동화되기도 한다. 이는 곧 모두의 일상이 진보하고 성장하는 의미로 작용한다. 런던을 떠난 지 10년이 되던 2016년에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간 친구를 찾기를 연락처나 소셜 미디어 등의 통해 시작하여 14명과 연락이 닿았고, 그들을 만나기 위해 샌디에고, 오슬로, 아이슬란드, 타이페이, 상하이 등에 찾아갔다. 10년 후 이야기는 단순하게 현재 각자의 위치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업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현재와 과거의 조우를 통한 또 다른 문화 공유의 의미를 가진다. ■ 배진희
Vol.20230903b | No Subtitles 자막없음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