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풍경Disjunctive Landscape

황선영展 / WHANGSUNYOUNG / 黃善瑛 / photography   2023_0822 ▶ 2023_1015

황선영_화북공업단지 #2_디지털 프린트_82.6×74.7cm_2023

작가와의 대화 / 2023_1209_토요일_03:00pm

기획 / 문화공간 양 후원 / 제주특별자치도_제주문화예술재단

관람시간 / 12:00pm~06:00pm

문화공간 양 Culture Space Yang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거로남6길 13 Tel. +82.(0)64.755.2018 www.culturespaceyang.com www.facebook.com/culturespaceyang @culture.space.yang

황선영의 사진, 이미지 존재론1. 황선영 작가는 '문화공간 양'의 레지던시 작가로 입주하여, 인근의 화북공업지역을 관찰하며 '세상에 없는 풍경'을 만들었다. 작가는 프랑수와 줄리앙의 저서 『풍경에 대하여: 풍경으로 살아가기, 또는 이성이 지나친 것』을 떠올리며 '삶이 끊임없이 활력을 얻는 근원'이 바로 풍경이라는 점을 환기시킨다. 프랑수와 줄리앙은 중국학 연구회 회장을 역임한 프랑스의 동양학자이다. 풍경에 대한 줄리앙의 성찰은 중국 산수화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풍경에 관한 줄리앙과 같은 인식은 서구의 17-8세기 '장면'을 바라보는 관점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줄리앙은 삼원법(三遠法)에 따라서 공간을 구성하는 것, 자연의 한 요소로 인간을 이해하는 우주적인 관점 그리고 이런 태도를 바탕으로 산수화(山水畵)를 제작하는 방식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작가가 줄리앙을 떠올리며 채취한 '화북공업지역'의 이미지들이 이번 전시인 '어긋난 풍경'을 구성한다. 「어긋난 풍경」은 '형식적으로도 내용으로도 이질적인 것들이 한 몸에 들어 있는' 풍경이다. 황선영은 클로즈업으로 이미지를 건진 다음(작가는 자신을 '이미지 사냥꾼'이라 말한다), 그 이미지로 수 없는 배열을 실험한다. 클로즈업은 이미지 주변의 이야기를 털어내는 방식이다. 이야기를 털어낸 이미지는 사실상 '지각적인 인식'의 대응물이자 작가 지각의 연장물이기도 하다. 이렇게 수집된 조각들이 반복적이면서도 우연적으로 배열을 바꾸며 나열되다가 한순간 세상에 없는 풍경에 도달한다.

황선영_화북공업단지_디지털 프린트_125.5×177.5cm_2023

작가의 말처럼 반복적인 배열 속에 태어난 풍경은 미리 예견된 의미나 내장된 메시지가 없다. 이미지가 배열되면서 형식을 만들고 그것으로 풍경의 내용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어긋난 풍경'은 기대나 규정도 없이 의미의 텅 빈 장소로 관객의 눈길을 기다린다. 어떤 의미이든 관객과의 만남에서 풍경은 또 새로이 시작된다.

황선영_화북공업단지 #1_디지털 프린트_40×59.4cm_2023

황선영은 사진 매체가 갖는 특성에 매력을 느낀다. 현실에 대한 기록이면서도 동시에 직접적인 기록의 흔적을 넘어서는 사진의 '같음과 다름의 차이'가 황선영 작가가 애착을 갖는 지점인데, 바로 이러한 차이가 '어긋난 풍경'의 제작방식과 그 결과물, 작품에 그대로 드러난다.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배열하면서도 배열의 기준으로 인해 다른 부분이 들쭉날쭉 이어진다. 지붕선이 맞아떨어지는가하면 바로 아래 바닥 선이 맞지 않는다. 오름의 능선을 맞추다보면 이미지가 놓인 화면의 높낮이가 맞지 않는다. 작품은 '맞고 맞지 않음'이 함께 모여 이미지 꼴라주가 전체 풍경을 이루는 것이다. 한눈에 자연스러워 보이는 듯해도 들여다보면 맞지 않는 차이의 선들이 이어져 있다. 반복 속에 증식되고 있는 형식은 반복되는 모티프를 뻔히 알면서도 그 이미지의 굴레를 넘어서게 한다. 프렉탈의 변이이자 손으로 만든 프렉탈이고 할까. 황선영 사진작업은 반복적인 배열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풍경 속에 다른 길을 내는 작업이다.

황선영_오름_디지털 프린트_52.4×126cm_2023

반복적인 작업방식은 황선영의 작업에 시종일관 이어져 온 방식이다. 자연물이든 인공물이든 대상이 무엇이든 그녀의 이미지는 지각의 연장물로서 별도의 시공간을 만들어 내는데, 이 점이 황선영 작품의 중심에 놓여 있다.

황선영_천년나무_디지털 프린트_76.7×84cm_2023

2. 제주도의 화북공업지역은 화북포구가 있는 고장이다. 예전에는 제주목 관아로 가기 위해 이 포구에 내렸다고 한다. 현재 제주항보다 훨씬 큰 주요 항구였던 것이다. 화북공업지역은 쾌적한 관광도시를 조성하기 위해, 제주도 전역에 산재해있던 제조업체를 한 곳에 입주시키기 위해 1987년에 조성된 단순한 공업지역이다. 비교적 최근에 조성된 공업지역이면서도 거리 풍경은 다른 세상의 시간이랄까, 한가한 시간이 흘러간다. 대형건물 때문인지, 확 트인 하늘 때문인지 이 지역은 시간도 커다란 블록처럼 갇혀있다. 거대한 공구상이나 레미콘 공장 같은 건물들, 폐차장과 한쪽 면에 가지런히 놓인 빨강버스들, 다이소의 대형 물류 차량 등이 거리를 메우고 있고 드문드문 보이는 작은 밥집에서 이 공간은 생기를 얻고 있다. 이 모두를 떠받치는 하늘과 함께 화북지역은 초현실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작가는 이 시공(時空)의 블록을 가르며 인위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이 혼재한 어느 찰라를 포착하여 이미지를 끌어 낸 것이다. 작가는 '제주의 광활한 하늘을 배경으로 단순하면서도 조형적인 형태의 공장지대'에서 기계적이며 기하학적인 산업미의 매력에 사로잡히면서 '어느 날 물류창고 입구에 가려진 천막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그야말로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이 바람을 타고 풍.경.이 되는 순간'이었다고 한다. 인공물이면서도 동시에 잎사귀 같은 자연물을 떠올리는 이 순간의 이미지 존재가 바로 작품이 된다.

황선영_화북공업단지 #3_디지털 프린트_61.7×124.2cm_2023

이번 전시의 특징 중 하나는 사운드 미디어 작가와 협업한 것이다. 이현태 작가와 협업하여 전시한 단채널 영상작업이다(황선영, 이현태, 「어긋난 풍경」, 단채널 영상). 이현태는 유튜브에서 다른 사람들이 올려놓은 영상 속에서 이미지와 소리를 가져와 컴퓨터로 작곡하고 연주하는 작가이다. 우연적이며 반복적인 황선영의 작업방식과 상통하는 면이 있어 두 작가는 의기투합하여, 단채널 영상 작품을 제작했다. 이현태 작가는 하늘과 바다가 반반 차지하는 황선영 작가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그 이미지를 회전하고 다르게 배치하며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 낸다. 황선영 작가는 정사각틀에 하늘과 바다를 정확히 반반씩 배치하고 '어느 방향으로 붙여도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만들어…서로 다르게 회전하면서 재배치되었을때 미로같기도한 다양한 무늬의 길을 내고 싶었다'고 한다. 이현태는 이를 유튜브에 올려 실시간 스트리밍을 통해 한 자리에 불러낸다. 15개의 이미지가 90도씩 회전하며 서로 다른 리듬으로 움직이며 각각의 이미지들은 소리를 갖는다. 회전할 때마다 전체적인 이미지 구성과 패턴은 달라진다. 이현태와 협업한 「어긋난 풍경」은 다양한 경우의 수가 전개되는 이미지 연주곡이다. 15개 각각의 이미지가 회전하면서, 전체 하나의 이미지를 이루지만, 전체는 각 이미지가 회전할 때마다 다른 전체로, 그리고 다른 음악으로 연주되고 전시되는 영상작품인 것이다. 사진에서 영상으로, 협업으로 확장한 이 작품 역시 반복 속에 울리는 영상의 존재함, 그 존재의 소리이다.

황선영, 이현태_어긋난 풍경_단채널 영상_00:08:00_2023
황선영_화북공업단지 #4_디지털 프린트_83.8×54.7cm_2023
황선영_화북공업단지 #5_디지털 프린트_70×70cm_2023

황선영은 이렇게 사진을 통해 '차이의 풍경이자 반복의 풍경'을 생성하면서, 세상에 없는 풍경으로 풍경의 감각을 제시한다. 풍경의 감각, 이것은 이미지 자체, 이미지 존재의 감각에 다름 아니다. ■ 남인숙

Vol.20230822h | 황선영展 / WHANGSUNYOUNG / 黃善瑛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