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zy Reflection

불확실성의 시대, 정체성 찾기 ● 오늘날을 불확실성의 시대라고들 한다. 삶이 복잡해지고 존재가 다양성을 갖게 되면서 견고하게만 여겨졌던 '자아-진실'이 분열되고 다중화되어 자기 자신의 본질성조차도 의심하게 되는 시대가 되었다. 하나의 물질이 동시에 여러 공간에서 존재가능한 양자의 시대, 자신의 ID(identity: 정체성)로 나를 대신하는 디지털 아바타를 무한 생성-복제할 수 있는 시대, 신체의 일부를 기계로 대체할 수 있는 시대, 이제는 실재-허구의 구별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나'라는 주체를 과연 정의할 수 있을까. ● 존재를 견고히 하기 위해서는 확고한 주체성 정립이 있어야 한다. 그 이전 시대에는 '내가 나로서 존재'한다는 것은 그저 당연하고 확실한 것이었지만 오늘날에는 그 당연한 주체성이 분열의 위기에 처해 정립하기가 힘겨워지고 있다. ● 질풍노도의 시기,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자기 정체성을 찾기 위해 방황하듯 김태현 작가도 그 시기를 지나며 이를 출발점 삼아 자신의 예술작업을 시작했다. 이제 한 발 더 나아가 보펀적 주체성 정립이라는 주제로 작업을 펼치며 불확실성의 시대를 사는 우리의 주체성 회복을 위해 고군분투 하며 작업하고 있다.

김태현_Hazy Reflection #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9×168cm_2023

김태현_Hazy Reflection #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8×49cm_2023

김태현_Hide and Seek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97cm_2022

김태현_Hide and Seek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97cm_2022

김태현_Leaving 2019 #15_종이에 아크릴채색_39.4×27.2cm_2023

김태현_Leaving 2019 #16_종이에 아크릴채색_39.4×27.2cm_2023

Hazy Reflection: 모호성의 반영 ● 우리의 신체만큼 자신을 확고히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신체는 정체성을 담는 물질로서 제1의 주체라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개개인의 생김새가 다르고 매순간의 감정표현이 다르며, 나의 생각과 삶을 표현하고 실행하는 것이 우리 몸이다. 몸은 그 사람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다. ● 전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김태현 작가는 인물을 주제로 하여 개인의 특수성을 뭉개어 모호하게 만들어버림으로써 가능한 모든 모순, 복수성, 다양성을 이미지 안에 쓸어담는다. 그것은 하나의 대상으로서 명확한 파악을 좌절시킴으로서 오히려 감상자 개개인의 경험과 사유, 상상, 해석을 일으키고 끝내 자기 자신을 그 안에 대입시킴으로써 자아의 본질에 도달하게 한다. 나와는 분리된 그저 명확한 어떤 객체로서 존재하는 이미지가 아니라 내가 작품 속으로 들어가 중첩되고 합체되면서 자기자신을 투영하게 되는 것이다.

김태현_Leaving 2019 #17_종이에 아크릴채색_39.4×27.2cm_2023

김태현_Leaving 2019 #22_종이에 아크릴채색_39.4×27.2cm_2023

김태현_Leaving 2019 #23_종이에 아크릴채색_39.4×27.2cm_2023

김태현_Leaving 2019 #24_종이에 아크릴채색_39.4×27.2cm_2023

김태현_Leaving 2019 #25_종이에 아크릴채색_39.4×27.2cm_2023

김태현_Tiny Giant_종이에 콘테_54.5×39.3cm_2023

김태현_Tweener #3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0.9×72.7cm_2023

현실의 표면 아래 감춰진 의미를 드러내다 ● 그 이전 작품들에서 언뜻언뜻 드러나던 인물이 요즘 더욱 뭉개지면서 추상성이 강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김태현 작가는 현실의 표상을 한 꺼풀 벗겨내고 그 안에 뭉개져 있던 다중적 정체성을 모호하게 표현하고 있다. 견고해 보이는 주체의 단일성을 벗겨내면 그 안에 복잡하고 모호하게 자리잡고 있는 존재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 모호함이 다양한 해석을 일으키며 궁극적으로 더 깊숙이 존재하는 자아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 작품을 감상하는 많은 분들이 작가가 펼쳐 놓은 아찔한 자아 찾기 여행을 즐기시길 바란다. ■ 이승신

Vol.20230819d | 김태현展 / KIMTAEHYUN / 金兌玹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