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이후창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코사 Gallery KOSA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0(관훈동 37번지) B1 Tel. +82.(0)2.720.9101 www.kosa08.com
흙의 변신変身 - 다시 고성종전高聲鐘展에 붙여 ● 지난 1982년에 있는 고성종高聲鐘의 도예전陶藝展에 붙인 서문에서 나는 그 글을 다음과 같은 귀절로 끝맺었었다. 『귀속적이고 완상용(玩賞用)이 아닌 도자기, 오다가다 마주칠 수 있는 형상의 도자기, 그것을 새삼스럽게 나는 고성종에게 바라고 싶다.』 이와 같은 바램 때문만이 아니라, 고성종의 그의 작품세계를 차츰 더 우리의 친근한 일상적 주변에도 접근시켜 오고 있다. 여전히 그는 각종의 「봉투」 시리즈를 계속해 오면서 또 한편으로 그 모티브를 점차 확산시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봉투는 봉투이되, 그 봉투의 종류 또한 봉투의 질감의 다양화를 시도하는 한편, 봉투의 「변신(変身)」하는 모습을 추적하려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상식적인 이야기이기는 하나 종이의 원료인 펼프는 그 원재(原材)가 나무이다. 그러고 보면 나무와, 또는 그 뿌리와 기둥과 종이봉투와의 사이에는 일종의 숙명적인 일종의 운명 공동체 같은 것이 존재한다. 그리하여 뿌리에서 기둥으로, 그것이 다시 펄프로 변하고 마침내는 봉투하고 하는 문명 세계로의 변신하는 그 사연이 고성종의 일련의 근작에서 보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시도는 고성종으로 하여금 도자예술의 보다 근본적인 재검증(再檢証)이라는 문제로 이끌어가고 있다. 즉 흙을 빚는다는 것과 그것에다 어떤 형상을 부여한다는 것, 그리고 흙이 본래의 질감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전혀 새로운 현실 체험을 우리에게 제기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고성종은 도자예술을 일정의 「영(零)의 상태」로 환원시키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어떤 「모델」을 미리 설정해 놓고 흙을 빚어가는 것이 아니라, 흙과 손과의 만남에서 오히려 작가의 상상력과 의도가 촉발되어 거기에서 투박하면서도 신성한 형태의 환타지아가 태어나는 것이다.
규격화된 모델에 구애되지 않고 흙의 질감과 모양새를 그대로 살려내고 있는 고성종의 도예작품에서, 특히 근작에서 새롭게 눈에 띄는 것은, 이른바 「회화적 효과」에 대한 그의 관심이다. 회화적 효과라고 해서 도자기 표면에 그림을 그려 넣는다든가 또는 강렬한 색채의 유약 효과를 말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거의 「비정형(非定形)」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일그러진 도자기의 형체(形体)도 형체이려니와, 그 표면이 매우 다양한 음영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마치 화면 위에 화가가 거친 텃치를 남기고 분방한 획을 그어나가듯, 고성종은 점토 표면에 그 표면을 더듬는 듯한 손끗 자욱으로 물결지게 하여 또는 손끝으로 그어진 획으로 파이게 한다. 그리하여 점토의 표면 전체가, 무광의 자연색을 그대로 지니고 있으되 활기찬 표정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이 회화적 효과는 고성종의 근작에서 처음 시도된 것으로 보이는 일종의 「삽입(揷入)」 수법에 의해 한층 극대화되고 있다. 「삽입」이란, 점토 표면에 상표 또는 문자 따위를 그려 넣는다는 뜻이다. 이는 아마도 회화작품에 있어서의 「파피에 콜레」에 버금가는 것으로 생각되기도 하거니와, 그와 같은 회화기법이 대담하게 도입됨으로 해서 도예의 표현 영역은 가일층 확산 되어 갈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도예의 개념 그 자체까지도 확산시켜 가는 것이며, 그리하여 도예는 여기에서 고상하고 아름다울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이른바 전위 조각의 뒷굽을 밟을 필요도 없이 우리의 일상적 공간 속에서 하나의 「도예 오브제」로 엄연히 자신만의 독자적 존재를 주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1987.4) ■ 故 이일
종이의 원료는 펄프고 이것은 나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종이는 인간의 삶과 문화를 윤택하게 해준 인공물이지요. 인간은 종이를 자연에서 추출했다면, 작가인 나는 자연에 기대어 종이를 추상했지요. 그래서 나의 모든 최근 작업은 ‘자연으로부터’라는 명제로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종이는 인간에게는 진화이자 유용한 산물일 것입니다. 나는 자연에서부터 종이로의 변환 과정에 몰두해 왔습니다. 왜냐하면 평생 나의 매체가 되어준 흙으로 어떻게 추상할 것인가가 숙제였기 때문이죠. 작가로서 나의 과업이었습니다. 나무에서 비롯된 종이 형상을 제작하기 위해 흙을 붙이고, 다지고, 덧그리며 결국 나무의 근원인 흙의 매체를 자연으로 빌려와 나의 조형적 감각을 더하고자 한 것입니다. 생태계의 흐름과 상생 관계에 나의 산물을 살포시 얹어놓고 싶은 겸허한 마음으로 봉투와 나무를 응용한 작품을 제작해 왔습니다. 지금까지의 작업과정과 현재의 나의 작업관은 결국 아웃사이드인(Outside In)입니다. 바깥세상의 비전과 미래 그리고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어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흙, 물, 바람, 불,그 리고 자연에 대한 사랑으로서. 밖에 있는 모든 자연적 요소를 안으로 끌어들여 인간의 손작업을 통해 새로운 작품을 재창출시켜 다시 밖으로 내보내어 전시하고 설치하는 작업 활동을 그동안 꾸준하게 지속해 온 동력이기도 하겠지요. 그래서 저의 대표작 「봉투」도 이러한 생각과 행위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졌으면 합니다.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변화 줄 수 있는 Outside In……. ■ 고성종
Vol.20230816c | 고성종展 / KHOSUNGJONG / 高聲鐘 / ceram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