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의 방

권수녕_김유진_김은정_이채원展   2023_0812 ▶ 2023_0901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김최은영

관람시간 / 11:00am~05:00pm / 주말_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아트스페이스 이고 artspace EGO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창룡대로80번길 10-6 B1 @artspace_ego

이고는 ego의 러시아식 발음이다. '에고'라는 발음이 주는 선입견에 대한 약간의 트릭 같은 느낌의 이 전시 제목의 속내는 '나'다움이다. 때문에 이고의 방은 '나 다운'으로 가득 찬 공간인 셈이다. '자아', '자존심', '자부심' 등으로 해석되는 이고는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이자 자존이다. 그러나 사회라는 규칙 속 우리는 종종 나다움을 잊거나 잃고 집단에 매몰되고 만다.

이고의 방展_아트스페이스 이고_2023
이고의 방展_아트스페이스 이고_2023

4명의 작가가 그린 이고의 방은 개인적인 공간이자 사회적인 대상이다. 특별하지 않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무엇들이다. 그 '무엇'은 모두 다르다. 나무(권수녕)와 찻잔(김유진)과 식사 자리(이채원)와 산행(김은정)은 수많은 무엇 중 하나이나 작가에게 있어서는 선택한 공간, 주목한 대상이다. 이들의 선택과 주목은 고유의 '자아'가 반영된다. 일반적 무엇에서 특별한 그것으로 전이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권수녕_꿈_비단에 채색_90×60.6cm_2022

풍경은 거세되고 가로수(권수녕)만 남았다.실상 가로수의 사회적 역할은 주인공이기 쉽지 않다. 보도블럭으로 가득 찬 도시라는 주인공을 위해 좁은 철망 아래 뿌리를 내리고 원치 않는 가지치기를 거침없이 당한 가로수 한 그루. 매우 쉽게 볼 수 있는 이 무엇은 권수녕의 선택과 주목으로 다양한 의미를 획득한 그것이 된다. 주목하지 않을 때는 미처 볼 수 없었던 거칠게 잘려나간 가지와 가까스로 물을 획득할 수 있는 작은 물받이용 철망은 사회 속에서 방치된 자아, 존중받지 못한 자부심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앙상한 가로수는 절망적이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꽂꽂하다. 자존심을 지켜낸다. 이고의 방 풍경이다.

김유진_흐르다(Flow)_비단에 채색_45×73cm_2022

카페와 집,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찻잔(김유진)이다. 모양도, 문양도 단정하고 예쁘다. 그러나 평화롭고 고요해 보이는 외적 요소로만 찻잔의 성격을 부여하긴 이르다. 마리오네트처럼 매달려있거나 위태롭게 쌓여있다. 모를 리 없던 찻잔이 낯설어진다. 일상 속에서의 낯섦은 환기와 같다. 예술의 기능 중 하나다. 매달린 찻잔은 자아와 자유를 잃은 모습으로 읽히기도 하고 위태롭게 쌓인 찻잔은 흔들리는 자존감을 내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시각예술을 부정적으로만 읽을 필요 또한 없다. 여전히 아름다운 문양을 내포한 찻잔 그 자체의 자존은 사고의 다양성을 갖은 자부심으로 해석해도 전혀 해롭지 않기 때문이다. 자부심 높은 이고의 방이다.

김은정_promise_견본채색_70×75cm_2022

나무와 숲이 보이는 산의 풍경(김은정)이 오롯하지 않다. 지구처럼 둥글게 말려있거나 부분부분 삭제된 듯 해체되어 보인다. 옛 그림의 방식으로 그려진 김은정의 회화에는 자아가 크게 개입되어 있다. 있는 그대로의 산수를 사생한 것과는 거리가 있다. 작가적 해석에 의해 그려진 산수에서는 오히려 많은 이야기가 숨겨 진다. 거의 모든 그림에 등장하는 선들은 작가의 시선이자 동행하는 방향 등을 나타내는 신호다. 선을 따라 작품을 감상하면 산수의 풍경이 이전의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국면의 감각을 드러낸다. 그렇기 때문에 선은 곧 작가의 시선인 셈이고 작가의 자아의 실존을 드러내는 요소로 작용된다. 이고의 방의 실존의 모습이다.

이채원_구애_장지에 나무, 석채_91×116.7cm_2019

음식을 나누어 먹거나 장만하는 일상의 식탁(이채원)은 전체적인 모습이 아니다. 작가가 포착하고 선택한 특별한 위치의 장면이다. 화면을 잘라낸 듯한 이 모습을 통해 평범한 일상의 모습이 드라마틱한 요소를 갖게 된다. 즉, 감상의 영역을 넓혀주는 행위다. 자아의 자존적 일상의 해석이 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낸 것이 아닌 작가의 재해석에 의한 작품들은 크기와 무관하게 무게감 있는 내러티브를 담보한다. 한 장면에서 한 씬으로, 한 이야기로 확장된다. 나의 식탁에서, 나의 부엌에서 내가 주인공이 되어 사는 삶이다. 자부심 높은 이고의 방이다. ● 이고의 방은 이기적인 개인주의의 방이 아니다. 자아를 찾고, 자부심과 자존감이 살아있는 예술가의 방이다. 이들의 공간은 우리와 유사하기 때문에 우리 역시 이고의 방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내포한다. 예술, 우리 모두 알고 있고 보아온 것들을 다시 보게 하는 일이다. 그리하여 다시금 새로운 가치와 기능을 발견하는 일이다. 오늘 목격한 이고의 방에서 나는 이전에 놓쳤던 나의 이고를 발견한다. 이고의 방은 충분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 김최은영

Vol.20230813c | 이고의 방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