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rt to Heart

김현영展 / KIMHYEONYOUNG / 金炫映 / ceramics   2023_0810 ▶ 2023_0827 / 월,화요일 휴관

김현영_Heart to Heart展_갤러리인 HQ_202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2:00pm~07:00pm / 월,화요일 휴관

갤러리인 HQ GALLERY IN HQ 서울 서대문구 홍연길 97 (연희동 719-10번지) 1층, B1 Tel. +82.(0)10.9017.2016 @_innsinn_

마음가짐: 부피를 저 스스로 지니는 일에 대해서 ● 가장 이상적인 사랑이 있다면, 그것은 이상에서 현실로 내려와 든든한 바탕을 이뤄야 한다. 연애는 물론, 사람을 마주하고 대한다는 궁극적인 의미에서 말하는 사랑 둘 다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사랑이 처음에는 어렴풋이, 그러나 확실한 이상을 품고 있을지라도 허공에서 영영 붙들고 사는 것은 어렵다. 무르익은 사랑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그것은 사랑이라는 결실, 말하자면 그 결과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열매가 단번에 열리지 않는 것처럼, 결실은 그 과정에서 익히고 배우는 작은 실천을 거듭해 나오는 것이다. 나무가 햇빛을 받고, 땅에서 자양분을 얻고, 바람을 쐬고, 가지치기를 주인한테 받으며 결실을 도모하듯 사랑도 무르익는다. 그것은 비단 수동적이라고만 할 수 없는, 자기 수양의 과정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사랑의 추구’라는 말도 그렇다. ‘추구’는 무언가를 바라고 쫓아가는 행위를 뜻하지만, 그 열망을 향해 지나치게 돌진해서는 안 된다. 내가 있는 자리, 그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로 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경험을 간직하는 일이 필요하다.

김현영_Heart to Heart展_갤러리인 HQ_2023
김현영_Heart to Heart展_갤러리인 HQ_2023
김현영_Heart to Heart展_갤러리인 HQ_2023
김현영_Heart to Heart展_갤러리인 HQ_2023

쌓여가는 경험은 얼마나 셀 수 있을까. 사실 셀 수가 없는데, 쌓인 경험들에서 변수—또 다른 가능성 또한 발생하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오는 힘과 다르게, 쌓여가는 경험은 인간 내부의 고요함에 조금씩 변화를 유도하고 익혀나간다. 인간은 현실의 경험을 수용하는데, 단순히 받아주기만 하지 않는다. 수용체—‘그릇’이라는 단어는 인간의 경험에 빗대어 우리가 종종 떠올리는 말이다. 그런데 오히려, 인간은 그릇을 만들고 스스로 그릇이 되어 무언가–타자는 물론, 나 자신까지—를 받아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개인전 『Heart to Heart』에서 김현영의 작업은 흙이라는 재료를 다룬 입체 작업이다. 그가 도예를 배우고 탐구하는 과정에서 그릇을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고 앞으로 만들 가능성도 있다. 전시장에서 소개되는 작가의 작품은 그릇이 가진 받아주는 ‘역할’에 주목하는 대신 부피를 향한다. 그릇의 얇음에 단단함과 튼튼함이 있어야 물을 잘 받아주는 것처럼, 김현영의 작업 또한 견고하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릇의 두께가 가진 얇음에 밀도를 찾아내 부피를 지니도록 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릇을 만들고 스스로 그릇이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김현영_Heart to Heart展_갤러리인 HQ_2023
김현영_Heart to Heart展_갤러리인 HQ_2023
김현영_Heart to Heart展_갤러리인 HQ_2023

전시장에 걸린 달력 모양의 작품은 색 조합이 대응하는데, 편지의 모양새를 유지하면서 위아래 색이 반전되어 나타난다. 작가가 탐구한 흙과 유약의 조합은 계산되지 못한 변수로 인해 예상했던 모양새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다. 가마에서 꺼내어 보니 깨져 있거나, 식히는 과정에서 균열이 생기기도 한다. 단순히 작품을 굽는 시간뿐만 아니라 배경과 형상의 조합과 함께 재료의 비율을 고민하는 시간과 꺼내보고 작품의 상태를 확인하는 시간까지 포함해, 기다림의 시간이 거기에 있다. 편지를 교환하는 일 못지않게 실제 작업 과정에서 기다림의 시간은 단번에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이 과정은 더 단단해지길 바라면서 차곡차곡 쌓아가는 연습의 시간이다. 그 안/속에서—시간 속에서, 울타리 안에서, 체험 속에서, 쌓여가는 과정에서 단단함을 향하기, 그것은 더 큰 단단함을 손에 잡기 위해 알맹이처럼 작은 실천을 받아들인 마음가짐에서 출발한다. 부피와 두께를 지닌 작품은 단순히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계산과 계산할 수 없는 힘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그간 큐브나 네모 형상에 집중해 온 것처럼, 작가에게 이 형상은 제약을 저 스스로 부여하는 것과도 같다. 하지만 이는 부정적인 시각이 아니다. 그 형상을 유지하는 일은 부정적인 태도가 아니라 오히려 쌓여감을 안으로 받아들이고 몸소 배워가는 일이다.

김현영_Heart to Heart展_갤러리인 HQ_2023
김현영_Heart to Heart展_갤러리인 HQ_2023
김현영_Heart to Heart展_갤러리인 HQ_2023

사랑은 하루만에 이뤄지지 않는다. 하루하루 보내는 마음, 그것은 어쩌면 사랑이라는 형상에 도달하기 위한 절실한 연습적 단계일지도 모른다. 더 큰 사랑을 이루려면, 뿐만 아니라 허공에 매달기 대신 실제에 살려면 연습적 단계를 쌓아가야 한다. 연습의 시간이 단단해야 더 큰 단단함을 향할 수 있다. 마음은 비록 추상적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태도가 자리 잡을 때, 그 자리는 외부에서 주어진 것이 아니라 나로부터 시작되어 단단해지게 된다. 김현영의 입체가 지니는 부피는 단순한 시간의 누적이 아닌, 내가 나를 다듬는 외적/내적 과정의 결정체로 거기에 있다. 입체立體—서 있는 몸이 아니라 서는 몸으로써, 거기에 있다. ■ 콘노 유키

Vol.20230810e | 김현영展 / KIMHYEONYOUNG / 金炫映 / ceramics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