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심리학 Mineral Psychology

박승희展 / PARKSEUNGHEE / 朴承希 / painting   2023_0805 ▶ 2023_0827 / 월요일 휴관

박승희_광물심리학 Mineral Psychology展_오분의일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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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3_0805_토요일_04:00pm

아티스트토크 / 2023_0812_토요일_03:00pm~05:00pm

주최 / 예술협동조합이루_오분의일 후원 / 태영D&I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토요일은 24시간 관람가능 운영시간 외 윈도우 갤러리만 운영

오분의일 One Fifth 1/5 경기도 광명시 양지로 19 어반브릭스 4층 437호 Tel. +82.(0)2.2688.7771 @onefifth_5_1

젤리신의 시공간을 유영하는 순간, 우리는 전적으로 다른 세계를 마주하게 된다 ● 신에게는 시제가 없다. 신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동시에 산다. 전시 공간에 방사형으로 펼쳐진 작품들은 태초와 멸망이 뒤섞이고 그 시제를 구분할 수 없는 젤리신의 세계를 의미한다. 젤리신은 시제 없이 존재하므로 젤리신의 이야기는 이미 발생한 과거의 사건일 수도, 아득히 먼 미래일 가능성도 있다. 원인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로 구성된 세계의 인지 방식을 벗어난 이야기가 우리 눈앞에, 출렁, 도래한다. 우리의 시선은 작품 앞에서 '천처어언히이. 천처어언히이' 유영한다. 젤리신의 세계에 도달하다 보면, 문득 궁금해진다. 작가는 도대체 왜 신이라는 초월적 존재에게 무르고 물컹한 모양을 선물했나?

박승희_광물심리학 Mineral Psychology展_오분의일_2023
박승희_당신을 위한 춤 3_천에 목탄_228×160cm_2023
박승희_광물심리학 Mineral Psychology展_오분의일_2023
박승희_광물심리학 Mineral Psychology展_오분의일_2023
박승희_광물심리학 Mineral Psychology展_오분의일_2023

추측하건대 그는 신에게 물렁하고 몰캉한 형태를 부여함으로써 쉬이 다가갈 수 있게 만들어, 인간으로 하여금 선교에 대한 경계의 마음을 풀게 하려는 심산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작가가 젤리신의 존재론적 속성인 유연함이 이 세계를 구성해 나가는 가능성이자 본질이라고 믿고 있다는 사실이다. ● 특히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동정이라는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동정의 의미는 타자를 차가운 마음으로 대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동정심을 갖는다는 것은 타자에 대한 연민을 느끼는 것뿐만 아니라 그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분노, 환희, 불안과 같은 다른 감정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심리 상태에 주목한 이유는, 이성적 논거가 아닌 감정적 동요가 현실을 다르게 보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도의 감정적 상상력은 이 세계를 우리가 아는 그대로 보지 않게 하는 시점을 가능하게 한다. 현실의 순간들에서 모든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때 그것으로부터 탈출해 '느리고 평형을 이룬 세계'를 꿈꿀 수 있는 가능성의 순간이다. 작가는 캔버스를 조합해 시간과 공간이 무의미한 세계를 펼쳐 보인다. 토막 나 배치된 캔버스들은 하나가 다른 하나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인과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각각의 작품은 개별적으로 읽을 수 있으나 이어지고 엮이면서 하나의 타래를 이룬다. 군집을 이룬 개별의 캔버스 작품들은 시공을 초월하는 젤리신의 관점을 은유한다.

박승희_우리들만의 춤을 추어보자 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4×33cm_2023 박승희_광물심리학_te×t_가변크기_2023
박승희_똥의 부활 1_종이에 흑연, 색연필_30×42cm_2022
박승희_받으시오_종이에 흑연, 색연필_30×42cm_2022
박승희_너희의 심장을 위로해줄께_종이에 흑연, 색연필_30×42cm_2022
박승희_광물심리학 Mineral Psychology展_오분의일_2023
박승희_다시 태어나는 우리 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4×33cm_2023
박승희_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가변설치_2023

특히 씨실과 날실이 얽히고 어긋 매어진 천에 여백 공간을 가득 채워 움직임을 거칠게 표현한 작업은 신의 무거운 존재론에 대한 은유이다. 신의 존재는 지구에서 얼마간 살아가다, 사라지고 마는 가벼운 존재인 인간과 다르다. 생성과 소멸로 이루어진 일직선의 시간이 아닌, 영원히 순환하는 시간을 살아가는 젤리신의 감정의 기저에는 동정이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젤리신의 입꼬리를 처음으로 내려 그렸다. 얼굴이 캔버스 속에 녹아 눈동자가 위치한 자리인 망울도 울렁이는 듯한 젤리신의 모습은 태초부터 인간 세계를 바라본 신의 긍휼의 마음을 은유한다. 이처럼 작가가 감정으로 차오르는 상태를 표현하고자 시도하는 것은 불가해하다고 여겨져 도달하지 못했던 세계로 향하는 길을, 닿을 수 있는 거리로 축소하는 감정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 그 상상력으로 인해 박승희의 작업에서는 살아있는 모든 것이 움직이며 춤춘다. 뿌리 내려진 나무, 정지해 있는 산, 만개하는 잎사귀 모두 서로를 당기고 밀어내며 약동하는 존재다. 자연과 광물, 인간이 내뿜는 에너지는 연결되어 있고 또 순환한다. 이것은 회화 표면에서 푸른색과 밝은 노란색, 그리고 밤색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동세로 응집된다. 작가는 즉각적인 그리기 행위를 통해 붓을 긋고 물감의 층위들을 차곡차곡 쌓아 한 덩어리가 되어 굳어지게 했다. 미묘하게 겹친 색 덩어리들의 움직임에, 눈에 보이지 않았던 감각의 흐름이 가시화된다. 각기 다른 크기의 캔버스에 응집된 자연 풍경과 추상적인 동세의 회화들은 동시에 전시 공간을 진동시킨다. 이때 휘어지고 이어진 붓질은 지구 표면을 이루고 있는 유기체들 사이에 흐르고 있는 에너지를 의미한다. 그것은 박승희가 구축한 세계관에서, 광물의 존재를 은유하는지도 모른다.

박승희_나를 바라봐, 그리고 너를 바라봐 7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2×41cm_2023
박승희_바이토맬루비 나무 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46cm_2023
박승희_나를 바라봐, 그리고 너를 바라봐 3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7×35cm_2023
박승희_바이토맬루비 나무 3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2×41cm_2023
박승희_나를 바라봐, 그리고 너를 바라봐 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7×35cm_2023
박승희_우리들만의 춤을 추어보자 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4×33cm_2023

힘의 진동이 하늘로 부상하는 것인지 혹은 중력을 받아 땅으로 향하는 것인지 단정할 수 없는 작품들을 따라 전시장을 공회전하다 보면, 우린 이미 젤리신의 시공간을 유영하고 있다. 시공을 초월한 신의 관점을 이해하자, 이질적으로 구분되었다고 여겨지던 세계들이 교집합을 이루어 지상을 구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또 쉽게 간과하지만 신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우리 아닌 것으로 믿었던 존재들과 충분히 가까이 있다. 따라서 박승희는 시간과 공간의 흐름이 무의미한 젤리신의 관점을 빌려 이 세계를 단수로 감각하던 인간의 위상 공간을 재배치하는 것이다. ■ 유승아

Vol.20230806d | 박승희展 / PARKSEUNGHEE / 朴承希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