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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주관 / 최예림 후원 / 인천광역시_인천문화재단 본 전시는 인천광역시와 (재)인천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2023 예술창작지원사업』으로 선정되어 개최되는 사업입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잇다스페이스 itta space 인천 중구 참외전로 172-41 갤러리 1 Tel. +82.(0)10.5786.0777 itta1974.modoo.at @itta_space
삶과 사물로서의 회화 - 삶과 시간 ● 같은 곳에서 일어나 비슷하게 지난 하루의 궤적을 돌아본다. 손으로 만져질 듯 또렷한 오늘은 그러나 어제와 같지 않다. 우리는 언제나 조금 전까지 무지(無知)했던 시간을 겪어야 할 따름이다. 시간은 나에게로 옴과 동시에 떠나는 열차 같아서, 돌아보는 순간 아득히 멀어진다. 나는 여기 있을 뿐인데, 시간이 나를 계속 지나친다. 이런 시간을 잠시나마 붙잡게 해주는 것이 타인의 삶이다. 타인의 그것은 나의 이것과 동일한 속도로 흐른다. 같은 선상 위에 점 찍어진 여러 삶이 여기 있다. 그 흐름 안에서의 마주봄과 부딪힘이 삶에 정거장을 세운다.
최예림의 첫 개인전 『Rainbow Pastry』는 작가가 살아가며 접한 타인의 삶, 나 이외의 것과 함께 일궈온 삶을 여러 개의 캔버스 위에 펼친다. 구체적인 형태를 포기하고, 하나의 평면 위에 엷은 색으로 포개어진 물감은 다른 삶의 면면을 보여준다. 밝은 사각형과 원으로부터 점층적으로 쌓아 올려진 레이어는 아래의 면을 비춘다. 백색에 가까웠던 색이 불투명하고 어두운 색으로 겹쳐질 때까지, 작가는 같은 과정을 수차례 반복한다. 일률적으로 흐르는 시간 아래 비슷한 움직임으로 정해진 면적을 채운다. 면적에 부여된 각각의 색은 삶의 '다름'을 나타내는데, 이 다름이 따로 떨어져 분리되어 있지 않은 이유는 나와 타인 사이에 발생하는 마찰 때문이다. 면과 면 사이를 가로지르는 붓질은 사각형과 원의 교집합을 더하여 위로 나아간다. 이를테면 노랑에서 주황으로, 주황에서 초록으로, 어두운 보라색으로 채워진 면적이 각자의 크기를 점한다. 이제 내 것이었던 삶이 낯설게 다가오고, 타인의 것이라 여겨졌던 것이 익숙하게 느껴진다. 시간이 아무리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지라도 주어진 총량은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다.
사물과 우연 ● 포개어진 색의 면적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이미지가 아닌 하나의 사물이다. 즉 사각형과 원형의 캔버스 표면 위에 엷게 칠해진 색은 그 표면의 물성으로부터 분리되지 않은 채 하나의 사물에 이른다. 캔버스라는 흰 표면을 배경에 두고, 색은 그 형태를 따라 겹쳐지고 더해진다. 이처럼 최예림이 추구하는 조형 언어는 최소한의 것만을 취한다. 최소한의 형태, 최소한의 색, 최소한의 붓질은 그 속성이 사물에 이르기까지 계속된다.
다만 작가가 '최소'의 것으로 다루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색이 겹쳐짐에 따라 나타나는 우연 연성일 것이다. 계획된 색 조합 또한 실제 섞이고 칠해지기 전까지는 그 결과를 알 수 없다. 캔버스의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맨 위의 색은 그러므로 사물에 더해진 우연의 결과다. 여러 겹의 색이 덧대어져 만들어진 이 우연은 사물에서 삶의 영역으로 캔버스의 표면을 다시금 옮겨 낸다. 그렇다면 최예림의 회화를 이루는 것은 삶을 표방하는 색, 색면으로 이루어진 사물, 삶과 사물을 연결하는 우연이라 할 수 있겠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각자의 삶을 이루는 시간의 축은 우연히 어딘가에서 만나 정거장을 이룬다. 우리가 서있는 이곳 또한 그 정거장이 되길 바란다. ■ 모희
Vol.20230802h | 최예림展 / CHOIYELIM / 崔睿琳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