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는 균형

김보경展 / KIMBOKYUNG / 金俌炅 / painting.installation   2023_0714 ▶ 2023_0803 / 일,월,공휴일 휴관

김보경_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는 균형展_동작아트갤러리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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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관 / 동작문화재단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일,월,공휴일 휴관

동작아트갤러리 Dongak Art Gallery 서울 동작구 보라매로5길 28-1 Tel. 070.7204.3257 @djartgallery_

차분하고 격렬하게 ● 지독한 장마 예보에 겁을 먹었던 날들이 생각보다 시시하게 혹은 다행히도 평온하게 지나갔다. 비구름이 지나가고 나니 꽤나 또 당연하게도 습한 공기가 머물렀다. 숨이 턱턱 막히는 공기를 피해 2층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쾌적한 공기 속에 비어 있는 구석진 자리에 앉아 검은 테두리가 둘러진 창틀의 창문을 통해 창밖을 바라본다. 건물 꼭대기까지 솟아 있을 것 같은 초록의 은행나무가 시선의 초점이 닿는 2/3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나무 뒤로 내리쬐는 햇살의 색감과 그로 인해 느껴지는 바깥 온도의 정도,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자동차들의 움직임,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그들의 색감과 버무려진 몸짓, 대단한 의식과 인지가 없이도 그 장면에서 보여 지는 감각적인 모습과 감정은, 즉각적이지만 동시에 축척된 무의식과 경험이 함축적으로 점철된 순간이다. 그 순간 나의 감각이 그 장면을 아름답다고 느꼈을 때, 그 아름다움의 결정은 내가 내리는 것인가 무의식적 경험의 축적에 의해 이미 결정 내려져 있었던 것일까? 와 같은 질문에서부터 김보경 작가의 작업은 시작된다.

김보경_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는 균형展_동작아트갤러리_2023
김보경_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는 균형展_동작아트갤러리_2023

김보경 작가의 작업은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오브제 내지는 풍경이라 할 수 있으며 동시에 시공간의 영역을 넘어선 상태, 일종의 선택적 감각 공간 속에 있는 인상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래서일까 묘하게 영화 '패터슨'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영화는 미국 뉴저지 주의 작은 도시인 패터슨에서 살고 있는 주인공 패터슨이 아내와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는 버스 운전기사의 이야기다. 굉장히 일정한 패턴의 삶 속에서 반복적이지만 그 반복 속의 운율을 '시'로 기록하는 주인공과 열정과 애정으로 바탕 되어 변주로 가득한 삶 속에서 일정한 안정적인 인생을 사는 주인공의 가장 가까운 인물(아내)이 주를 이루는 내용이다.

김보경_균형을 바라보는 정원의 새벽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23
김보경_푸른공기_캔버스에 유채_72.7×37cm_2023

패터슨은 매일의 삶에서 크게 변화되는 것은 없다. 일정한 규칙 속에서 이뤄지는 삶, 그 삶의 일정한 규칙과 패턴을 선택하는 것은 스스로이다. 선택이 된 것은 매일 다른 버스 승객들과 그들의 이야기정도?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사소한 변수도 가끔 존재하지만)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에 대해 시를 쓰는 패터슨의 입장에서 매일의 다른 승객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큰 '선택됨'에 해당될지 모른다. 다만 그 '선택됨'에 의해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선택하는 것은 감각적이며 동시에 훈련적이고 또한 익숙함이다.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가다듬으며, 운율을 만든다. 그가 매일의 반복되는 일상에서 선택의 선택을 더 하는 순간이다.

김보경_달속풍경일까_캔버스에 유채_45×45cm_2022
김보경_The duality of volume and surface_혼합재료_가변크기_2023

패터슨의 아내는 매일의 삶을 크게 변화 시킨다. 커튼의 디자인을 바꾸고, 집안 벽의 색을 바꾸며, 매일 다른 샌드위치와 식사를 한다. 늘 새로운 목표와 꿈을 꾸고, 잘 때 역시 매일 다른 꿈을 꾼다. 그럼에도 좋아하는 색의 패턴은 제법 일정하며, 남편에게 하루는 어땠는지 물어보고, 반려동물과 남편의 산책을 장려한다. 불규칙한 삶에서 선택의 선택을 유지하는 순간이다.

눈앞의 그림과 작가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자. 매일의 삶이 크게 규칙/불규칙, 일정/변화될 수 있다. 선택할/선택하지 않을 수 있으며 선택될/선택되지 않을 수 있다. 김보경 작가에게 있어 앞서 말한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삶 혹은 그게 아니어도, 그의 작업에서 색과 모양을 선택하고, 조화를 염두에 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보인다. 익숙하게 인지할 수 있는 오브제와 전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형태의 것들의 만남, 어우러짐, 맞닿아 경계를 이루고 있는 부분까지 사실 그림에서 작가의 삶을 유추한다는 건 귀여운 오만함(?) 일지 모른다. 매끈하게 떨어지는 질감과 조금은 거칠게 비워진 영역이 만난다. 매끈함과 매끈함이 만나고, 방향의 경계가 일정하지 않다. 찢어지고 벗겨지며 이어 붙어있고 겹쳐있다. 안정적이며 동시에 미세한 어긋남이 존재한다. 화면 속의 선택된 부분과 전체에서 작가의 개입의 영역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일 수 있을까? 다시 그림을 보자. 그림 안 사이와 사이에 놓여 진 선택들을 떠올린다. 어디를 통해 어디로 향해 갈 수 있는지 상상하고 느껴보길 바란다. ■ 안부

Vol.20230714d | 김보경展 / KIMBOKYUNG / 金俌炅 / painting.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