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상세계 The World of Color

김성빈展 / KIMSEONGBIN / 金珹彬 / painting   2023_0713 ▶ 2023_0717

김성빈_색상세계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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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학고재 신관 Hakgojae Gallery, Space 2 서울 종로구 삼청로 48-4 B1 Tel. +82.(0)2.739.4937 www.hakgojae.com @hakgojaegallery www.facebook.com/hakgojaegallery

"자신의 마음을 빼앗는 훌륭한 사람이나 아름다운 사람이나 자상한 사람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나쓰메 소세키, 송태욱, 『 춘분 지나고까지 』 , 현암사, 2015, p312) ● 제각기 인생의 분기점을 특정한다면 그건 무엇으로 인한 회고일까? 김성빈은 그림 그리는 행위를 '도피'로 명명하며 자신의 작품세계를 되돌아본다. 시선의 끝에는 배움에서 온, 작가이자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일종의 각오가 서려있다. 탈 출구의 역할로써 시작된 그림은 원동력이 되어 식일의 의식과도 같아진다. 그러면 그림은 수단이면서 목적이, 작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다.

김성빈_명암_캔버스에 유채_130.3×518.3cm_2022
김성빈_우리는 같은 하늘 아래에서 만났다._캔버스, 패브릭에 연필, 유채_130.3×193.9cm(가변크기)_2022

출발점과 종착점이 불분명하다는 데에서 기인한 (작품세계를 구축하는 과정으로 광의적 개념의) 도피의 불안함은 그림이 의식적 행위가 되고 나서부터 되려 온전한 자신만의 몰입을 가능케했다. 말보다는 행위의 지속성 자체로 설명하는 게 더 의미 있을 일련의 그리기 과정을 거치고 나면 어느새 작가의 눈앞에는 '그림 같은 풍경'이 있고 우리는 "변화는 스며들다 한순간에 터진다"라는 그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다. '도망 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 관용구와는 다르게 김성빈은 현실에서 도망쳐 도착한 색상세계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곳이 자 "내 모든 것"이며 자신을 둘러싼 외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편하게 갈 수만은 없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작가는 회피의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자문하며 계속 해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 김성빈은 미술을 시작한 이래로 유화, 연필, 오일 파스텔, 압축 목탄 등 다양한 재료의 혼합과 그에 따른 효과적인 표현 방법을 실험해왔다. 찰나를 이끄는 무형의 모든 것들이 재료 의 물성으로, 그리기 방식으로 치환되어 발현된다. 때론 종횡무진한 필치로 때론 느리게 혹은 덮어 버리기도 하면서 순간적인 우연성에 기대어 즉흥적인 작업을 행한다.

김성빈_정원_캔버스에 유채_60.6×72.7cm_2022
김성빈_정원2_캔버스에 유채_72.7×90.9cm_2022

작가는 나쓰메 소세키 『우미인초』에서 '색상 세계(色相世界)' 란 키워드를 전시의 제목으로 인용하였다. 작품들 속 색상 세계의 풍경은 현실에서 볼 법하지만 정확히 어디라고 지정 할 수 없다. 특유의 색으로 실존하는 것들을 실존하지 않는 것처럼 변형하기 때문이다. 화면에서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색은 양태보다 앞서 이곳이 어디인지는 보고 있는 당신에게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처럼 금세 시선을 차지하고 극명한 명암의 대비는 그에 일조한다. 색상세계. 붉은 우미인초(양귀비꽃)를 연상시키는, 몽롱하고도 섬광같이 강렬한 색감으로 이루어진 세계. 창작자와 창작물의 간극이 분명한 특별한 서사와 거대한 세계관이 있는 가상의 세계가 아니라 취(醉) 함 만이 있는 공간으로, 어쩌면 색상세계가 작가를 끌어들인다는 게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색상세계는 '섬광의 색' 을 지녔지만 무해( 無 害 ) 하고 잠잠해 보인다.

김성빈_섬광_종이패널, 캔버스에 연필, 오일 파스텔, 목탄, 유채_가변크기(좌), 130.3×130.3cm(우)
김성빈_마음_캔버스에 유채_65.1×45.5cm_2018

작가는 "나의 그림을 본 사람들 중 단 한 명이라도 나와 같은 변화를 맞이한다면 나의 세계는 올바른 전진이라 생각한다."라며 누군가의 삶의 긍정적인 전환점이 될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한다. 그의 꾸준한 도피가 더 이상 도피가 아닌 정착이 되기까지 색상세계는 작품의 산실로서 허물어지지 않을 것이다. 김성빈의 『색상세계』 를 마주한 관객은 그림 안의 시간이나 존재 따위의 소용을 잊은 채 과거도 미래도 아닌, 그저 있는 그대로의 지금 여기. 세계와 세계의 경계에 서서 저마다의 세계를 떠올리게 된다. ■ 이하은

Vol.20230713f | 김성빈展 / KIMSEONGBIN / 金珹彬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