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혹은 우리를 호리는 것들 이야기 Nine Tailed Tall Tales: Trickster, Mongrel, Beast

제이디 차展 / Zadie Xa / mixed media   2023_0713 ▶ 2023_1012 / 월요일 휴관

제이디 차_구미호 혹은 우리를 호리는 것들 이야기展_스페이스K_서울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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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큐레이터와의 대화 / 2023_0905_화요일_11: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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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 전시관람 사전예매

스페이스K_서울 SPACE K_Seoul 서울 강서구 마곡중앙8로 32 Tel. +82.(0)2.3665.8918 www.spacek.co.kr @spacek_korea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 스페이스K 서울은 오는 7월 13일부터 10월 12일까지 런던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캐나다 작가 제이디 차 (b.1983 Zadie Xa)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구미호 혹은 우리를 호리는 것들 이야기(Nine Tailed Tall Tales: Trickster, Mongrel, Beast)』란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한국 문화와 설화에서 영감받은 작가의 작품 33점이 소개된다. '제이디 차'는 한국계 캐나다인으로 겪어왔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혼종의 정체성과 타자성에 대해 탐구해 왔다. 특히, 한국 전통 설화의 구미호, 마고할미, 바리공주 등의 캐릭터와 여성이 주도해 온 한국 전통 샤머니즘에 대한 관심을 회화와 조각, 설치 등으로 풀어낸다.

제이디 차_깊은 꿈에 빠지다 Dream Deep_캔버스에 유채_200×360cm_2023

Eternal Moonshine-무속, 어머니의 길 - 톳제비 ● 송이를 팔러 장에 다녀오던 친척 아저씨가 집에 돌아오지 않아 가족들이 찾아 나섰다. 가족이 그를 찾았을 때 그는 거나하게 취한 상태로 가시덤불에 누워서 바지를 걷은 채 물이 따뜻하니 좋다는 말을 반복했다. 동네 어른 하나는 논을 둘러보러 갔다가 젊은이와 몸싸움을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몽당빗자루였다고 했다. 마을 사람 몇은 이들의 술주정이 심하다 했고 몇은 톳제비가 한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나는 톳제비가 나올지 모를 밤길을 무서워했다. 내가 듣고 상상했던 톳제비가 도깨비의 안동 지방 방언이란 것을 알게 된 건 성인이 되어서이다.

영매 ● 고등학생 시절 동생은 흔히 말하는 꼴통이었다. 이따금 가출했으며 아침 컨디션에 따라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 많았다. 부모님은 오늘은 학교 가지 말고 계곡에 닭을 먹으러 가자고 동생을 꼬드겼고 동생은 학교를 안 가도 되니 만족스러워하며 길을 따라나섰다. 동생을 태운 차는 아주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갔고 차에서 내린 곳은 무당이 거주하는 신당이었다. 무당은 신옷(神-)으로 갈아입은 후 칼춤 등을 추며 잘 차려진 제사상 앞에서 여러 조상신을 불러냈는데, 우리 가족을 지키는 장군신부터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외할머니 등이 차례로 무당의 몸을 빌려 동생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할아버지로 빙의된 무당은 동생과 할아버지만 아는 둘만의 이야기를 건네기도 하고, 친구에게 받아온 옷 중 특정 옷을 지정하며 당장 버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그리고 외할머니 차례가 와서는 부모님이 제사상에 올린 노잣돈을 주섬주섬 걷어서 동생에게 쥐여주며 생전과 같이 따뜻한 말투로 동생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날 이후 동생은 한참 동안 학교에 결석하지 않았다.

제이디 차_트릭스터, 잡종, 짐승 Tricksters, Mongrels, Beasts_ 캔버스에 유채, 트립틱_240×600cm_2023

토속신앙 ● 한국인에게 무속은 생활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정월대보름에 달을 보고 소원을 빈다든지 등산로나 바닷가 관광지 등에서 돌탑을 쌓는 모습은 누구에게나 익숙하다. 화를 면하기 위해 혹은 승진이나 시험합격을 기원하기 위해 부적을 구매하기도 한다. 무속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진 유일신 종교인들이나 Z세대 중에도 많은 이들이 무속인을 찾아가서 미래를 점치거나 인터넷에서 사주풀이 등을 한다. 한국은 조선시대 유교문화와 일제강점기 등을 거치며 무속에 대한 다양한 박해가 이루어졌다. 일제의 민족문화 말살 정책에 따른 박해와 유일신 종교가 한국에 진출하며 운영했던 학교 등을 통해 우리의 무속은 미신 혹은 무지의 대표적 사례로 규정되었다. 그 종교적 갈등은 김동리의 소설 '무녀도, 1936'에도 드러난다. 무당의 사생아로 태어났기에 마을에서 천대받던 아들이 집을 떠나 신학교육을 받은 후 집에 돌아온다. 무당인 어미는 예수교를 믿는 아들에게 예수 귀신이 들었다 하고 아들은 어미에게 마귀가 붙었다며 걱정한다. 이어진 갈등 속에 아들은 자신을 예수 귀신으로 오인해 휘두른 어미의 칼에 죽게 된다. 무당은 예수 귀신이 아들을 잡아갔다고 말했으며, 매일같이 귀신 쫓는 주문을 외우다가 결국 다른 이의 굿을 하는 도중 물속으로 들어가 다시 나오지 못한다. 토속신앙은 이렇게 해방이나 계몽이란 명분 아래 자행된 폭력에 저항하며 음지로 밀려난 채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화이트채플 갤러리 ● 런던 화이트채플 갤러리의 옛 서고로 쓰였던 1층 전시 공간의 문을 열자 어두운 공간에 스폿 조명을 받은 무녀복이 보인다. 어둠으로 둘러싸인 넓은 공간 가운데 작은 집처럼 보이는 구조물이 뒤쪽에 있고 무녀복 양옆에는 건물을 지키는 해태나 사자처럼 보이는 짐승 두 마리가 매달려 있었다. (이 캐릭터는 작가가 키웠던 강아지와 현재 키우는 강아지에게 전설 속에 나오는 수호 동물의 역할을 부여한 작품이다) 집 형태로 지은 공간에 들어서자 페인팅들이 병풍처럼 공간 안쪽을 둘러싸고 있었다. 사원이나 신당은 중국의 도교 문화에도 많이 나타나고 여러 색상의 천으로 꾸며진 샤먼적인 풍경은 바이칼 호수를 중심으로 한 몽골과 러시아 그리고 유라시아 전역에 널리 분포되어 있어서 신당처럼 지어진 집 안에 들어서기 전까진 넓은 범위의 아시아 샤머니즘을 떠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구조물 안에 그려진 호랑이와 까치 그리고 무당 등이 그려진 그림을 보고 작가가 한국 사람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알아챌 때쯤 신당 안에서 영어로 나오던 내레이션이 한국어로 바뀌면서 나이 든 여자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나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경험했다. 그래서 들어올 때 지나친 신옷(神- )을 다시 찬찬히 보니 갑옷처럼도 보이는 그 옷에는 무당이 퍼포먼스를 할 때 쓰는 무시무시한 형태의 칼이 아닌 부엌칼 모양의 패치와 김치 그림들이 잔뜩 붙어 있었다.

제이디 차_미래의 우리들 Future Selves_캔버스에 유채_70×55cm_2023 제이디 차_미래 할미 Future Crone_캔버스에 유채_90×70cm_2023

디아스포라 ● 제이디 차는 한국계 이민자 2세로 밴쿠버에서 자랐다. 많은 이민자들의 자녀가 그렇듯, 작가는 백인이 장악하고 있는 밴쿠버 북쪽이 종종 본인의 자리가 아니라고 느꼈다. 그녀는 어머니가 들려주는 한국의 옛날이야기(민담, 설화, 전설)를 들으며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 사람을 호리는 여러 트릭스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머릿속에 그녀만의 한국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이런 한국의 전통과 민속에 관한 관심은 황혜숙 박사의 마고할미에 관련된 논문이나 김기영 감독의 영화 '이어도, 1977' 등을 접하며 더욱 깊어진다. ● 회화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는 에밀리 카 예술 디자인 대학에 들어간다. 개념미술과 추상미술 등의 미술이 주도하던 학내 분위기는 작가에게 큰 매력을 주지 못했다. 미술대학에서 그녀는 자신의 정체성에서 파생된 디아스포라와 식민주의 등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회화로 풀어낼지 고민했다. 작가는 대학 졸업(2007) 후 캐나다를 떠나 스페인 마드리드로 이주한다. 그곳에서 4년 반을 보낸 후, 런던으로 이주해 왕립예술대학(RCA) 석사과정을 졸업한다. 회화에서 시작된 그녀의 작품은 의상, 퍼포먼스 조각 등으로 확장하며 다양한 각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었다. 이때 파트너 베니토 메이어 바예호(Benito Mayor Vallejo)와의 토론과 협업은 작업을 이어가는 큰 동력이 된다. 바예호와의 첫 공식 협업은 2016년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라이브 퍼포먼스에서 사용한 마스크를 그가 제작하며 시작됐다. ● 캐나다를 떠난지 10년이 지난 2019년, 그녀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태평양 북서쪽, 캐나다 주변에 서식하는 동물들을 상징적으로 작업에 포함한다. 영국에서 작가는 우연히 벤쿠버 인근 바다에 서식하는 J pod(무리)라고 알려진 유명한 범고래 가족에 대한 기사를 접한다. 무리의 수장인 범고래 그래니는 2016년에 죽었는데, 그녀는 더 이상 생식능력이 없었음에도 무리에서 아주 소중한 존재였으며 오랜 경험으로 익힌 지혜를 무리에 전승하는 집단의 리더였다. 작가는 범고래의 모계 사회 구조와 자신의 가족 구성원, 그 중에서도 작가가 존경하는 어머니나 다른 강인한 여성들로부터 지혜를 물려받은 경험에서 유사점을 찾았다. 작가는 한국의 풍속을 연구하며 한국 무속의 여성주의적이며 탈식민주의적인 부분과 문화적 억압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존재해 온 점에 매료되었다. 한국에서 무속은 두렵고 금기시된 주제일 수 있는데 특히 나이 많은 세대들에게 그러하다. 작가가 어머니와 함께 한국을 여행했을 당시, 그녀의 어머니는 딸이 전통 물품 파는 곳에서 집어 든 무당 방울을 보고 기겁을 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딸이 무당이 되려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사로잡혔다. 한국의 굿과 마당놀이를 포함한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제이디 차의 지속적인 관심은 서펜타인 갤러리(2016)와 베니스 비엔날레(2019)에서 보여주었던 범고래와 할머니가 등장하는 다양한 공연들에 영감을 주었다.

제이디 차_자매 Sisters_캔버스에 유채_50×65cm_2023

골칫거리들, 구미호 혹은 우리를 호리는 것들 ● 작가는 사회의 그늘이나 변두리에 존재하는 것들에 관심이 많다. 쓰레기봉투를 헤집어 놓는 여우나 갈매기, 한국의 경우 고양이나 비둘기처럼 많은 이들에게 골칫거리로 여겨지는 존재들은 어디에나 있다. 그들은 주류의 질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매력을 발산하기도 하고 때로는 공격성을 보이거나 은폐술 등을 시도하기도 한다. 마치 전설 속 구미호나 뱀파이어 혹은 일본의 캇파 등이 인간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것처럼 말이다. ● 자신보다 약한 존재에 대한 폄하나 자신과 다른 것에 대한 경멸은 사회 곳곳에서 포착된다. 그것이 인종적인(혹은 순혈주의) 것이 될 수도 있고, 성적인 것 혹은 다른 정치 성향이나 종교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작가는 이렇게 조롱받고 하찮게 여겨지는 존재들에게 강한 에너지를 부여한다. 이들은 제이디 차의 작품 속에서 평행세계를 연결하는 메신저일 수도 있고 신성한 힘을 지닌 수호자일 수도 있는 것이다.

산자의 공간, 입구 ● 스페이스K에서의 전시 공간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공간은 산 자의 공간이자 또 다른 차원으로 가는 입구이다. 이 공간의 중심에는 해태를 타고 있는 마고할미가 있다. 망자를 저승까지 안내하는 자로 알려진 꼭두는 보통 호랑이의 등에 탄 문신(선비)의 형태가 주로 알려졌지만, 이 전시에서는 해태를 탄 마고할미가 길의 안내를 맡았다. 해태는 봉산탈춤에 등장하는 사자탈에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으며, 마고할미는 한반도 전역에 사당 및 지명 등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신화 속 인물로, 자기 배설물 등으로 산과 협곡을 만들고 하늘을 밀어 올리는 여신이자 창조신이다. ● 해태를 탄 마고할미의 양쪽에는 한국의 보자기가 연상되는 다양한 색상을 조합한 두 폭의 천 조각이 걸려있다. 보자기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문자 대신 바느질로 이어진 모계의 지식을 뜻한다. 하나는 한국에 뜨는 7개의 달, 또 다른 하나는 밴쿠버에서 지는 7개의 해를 상징하고 있다. 이 두 보자기는 앞으로 펼쳐질 두 문화의 만남을 예견함과 동시에 앞으로 펼쳐질 공간을 안내하는 지도 혹은 새로운 세계를 향해 열린 창처럼 보인다.

제이디 차_구미호 혹은 우리를 호리는 것들 이야기展_스페이스K_서울_2023

어디도, 어디도 아닌 ● 두 번째 공간인 미로는 위에서 봤을 때 보자기와 같은 형태로, 카펫과 벽 색깔을 통해 분할 및 연결되어 있으며 다양한 형태의 꼭두들이 미로의 벽 위에 세워져 있다. 꼭두는 한국의 상여 위에 설치한 목각인형으로 죽은 자를 무사히 저승까지 안내하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이번 전시에서 호위무사, 재주꾼, 무희, 악사, 시종 등의 꼭두들은 미로의 곳곳에서 관람객을 다른 차원으로 이끄는 안내자의 역할을 한다. ● 따라서 미로는 이승과 저승이 교차하는 지점인 동시에 한국과 밴쿠버를 연결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미로 안에는 캐나다의 풍경을 배경으로 한국의 보자기에서 영감을 받은 색면의 조합으로 만든 십장생도 '일출이 죽음을 만날 때, 2023'을 비롯해 다양한 종들의 이종교배 혹은 의인화된 짐승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새로운 형태의 풍경이나 크리처로 다시 태어난 이미지들은 다양한 문화의 충돌에서 탄생했다. 미로의 시작점에 있었던 젊은 호랑이 가면은 출구 지점에 이르러 나이 든 할머니 호랑이 가면으로 바뀐다.

제이디 차_구미호 혹은 우리를 호리는 것들 이야기展_스페이스K_서울_2023

신성한 공간, 너머 ● 마지막 공간은 신전이나 신당처럼 신성한 공간을 연출한다. 공간 가운데에는 무당들이 입는 신옷과 비슷한 옷이 걸려있다. 이 작품의 제목은 '바리공주, 2022'이다. 그녀는 다시 이승으로 가지 못하고 죽은 자들을 저승까지 안내하는 안내자의 역할을 하게 되는 전설 속 인물이다. 이 작품은 두 번째 공간의 벽 위에 설치되어 있는 꼭두들과 함께 런던 화이트채플 갤러리에서도 전시된 작품으로 차원과 차원을 연결하는 중간자들이기에 이번 전시는 화이트채플 전시와도 연결이 된다. ● 공간의 가장 중심인 높이 10m, 폭 18m의 벽 앞에는 계단과 함께 신당 형태의 구조물이 지어져 있다. 그 안에는 그림이 설치되어 있는데, 지금까지 본 여러 작품에서 등장했던 트릭스터, 잡종, 짐승 등이 세 폭의 제단화 형식으로 그려져 있다. 신화나 전설 속 영물은 대부분 강인한 존재나 뛰어난 존재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문장과 깃발 상징에 자주 사용되는 그리핀은 영웅적인 동물인 독수리와 사자의 잡종이다. 용과 말의 잡종인 용마 역시 그렇다. 하지만 제이디 차의 제단화에는 로열패밀리나 권력을 상징하는 동물이 없다. 그리고 그리핀 대신 하찮아 보이는 갈매기와 여우의 혼종 등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동물들 뒤쪽엔 달빛 아래 거대한 뿔소라가 자리하고 있다. 소라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기에 자신이 가는 곳 어디든 자기 집이 되는 존재이기도 하고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동물들 뒤에는 안개가 자욱한 문이 있고 그 문은 알 수 없는 곳으로 우리를 인도하고 있다.

제이디 차_모계 母系 A Meeting of Mothers_캔버스에 유채, 딥틱_200×360cm_2023

모계 ● 제이디 차는 한국계 캐나다인으로, 디아스포라적 정체성, 세계의 역사와 가족으로부터 내려온 유산, 그리고 이종(異種) 간의 소통을 다루는 확장된 작업을 전개한다. 그녀의 이름은 한국어 영문 표기 방식인 Cha가 아닌 Xa를 사용한다. 부계의 성(姓)을 따르는 한국 문화에 살짝 벗어난 표기방식을 통해 유추가 쉽지 않은 이름을 지었다. 작가는 지워지거나 억압된 이야기를 드러내기 위해 한국의 문화 유산을 다룬다. 작가에게 예술은 가면극, 공연, 의상 그리고 스토리텔링 등을 통해 문화적 행로를 탐구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태양 아래 남성 중심의 문자로 기록된 역사가 아닌, 달빛 아래 바느질을 통해 구술로 이어져 온 어머니들의 길을 따라 그녀의 작품이 한국에 왔다. 마고할미, 삼신할미, 산신, 바리공주, 무당 그리고 해녀로 이어진 우리 모든 어머니의 자손인 그녀는 남성 중심의 사회가 지속되며 한국인에게도 점점 잊혀가던 존재 마고할미의 이름에 숨을 불어넣어 그녀만의 방식으로 창조신 Grandma Mago를 세상 널리 알려 나갈 것이다. 제이디 차가 전시 설치를 위해 한국에 도착한 날(7월 3일)은 올해 첫 수퍼문(Super Moon)이 뜨는 날이었다. 존재했지만 그녀의 기억에 없는 외할머니는 그녀와 시간만 달리한 채 같은 땅, 같은 달빛 아래 서 있다. ■ 이장욱

Vol.20230713e | 제이디 차展 / Zadie Xa / mixed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