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메타포 If Reality Is the Best Metaphor

손수민展 / SHONSOOMIN / 孫秀旼 / video.installation   2023_0706 ▶ 2023_0730 / 월요일 휴관

손수민_In God We Trust_HD 영상, 사운드_00:12:09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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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하는 『2023 신진미술인 전시지원 프로그램』 선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주최,주관,후원/ 서울시립미술관 그래픽 디자인 / Julia Schäfer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서울혁신파크 SeMA 창고 SEOUL INNOVATION PARK_SeMA Storage 서울 은평구 통일로 684 4,5 전시실 Tel. +82.(0)2.2124.8800 sema.seoul.go.kr

은유에 대하여"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관점이 되는 일상의 개념적 체계는 본래 은유적이다." – 레이코프&존슨 『삶으로서의 은유 Metaphors We Live by』(1980) ● 손수민의 작품이나 전시가 전시 제목 『현실은 메타포』를 증명하기 위한 도구는 아니지만, 그가 선택한 제목은 작품 곳곳에서 인간의 현실인식을 점령하고 있는 메타포에 대한 작가의 관점을 만나는 가이드가 되어준다. ● '메타포'의 이름으로 하나의 정의 위에 다른 정의를 덧씌우는 일은, 대상의 의미를 심화시키거나 증폭시켜 사유를 확장시킬 수 있지만 한편, 본 의미를 불필요하게 뒤틀 수도 있다. 창조적 노력 없이 관습적으로 소환되는 은유는 지루하기까지 하다.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예술이 가진 창조성의 근원으로 칭송받던 메타포가 일상의 관점을 주도하는 개념적 체계로 받아들여질 때, 메타포는 '창조적'이라는 명분으로 의미를 왜곡할 가능성이 생긴다.

손수민_In God We Trust_HD 영상, 사운드_00:12:09_2023

세상을 지탱하는 믿음의 구조에 대하여 ● 비메오 링크를 통해 12분 남짓한 영상작품 「In God We Trust」를 보고 난 뒤, 나는 동명의 작품들을 찾아보고, 오래간만에 2007년 피터 조셉 감독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시대정신 Zeitgeist: the Movie」도 찾아봤다.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는 2013년, 피터 조셉에게 'God Is Dead' 뮤직비디오 제작을 의뢰했다. ● '신'이야말로, 믿음에 대한 얼마나 강력한 은유인가. ● 세계의 경제 흐름을 주도해 온 미국과 그 핵심에 자리 잡고 있는 유태 자본의 역사를 정치, 사회, 권력 문제와 종합적으로 조망하면서 총체적으로 공격한 영화로 평가받는 '시대정신'의 자본을 향한 뉘앙스는 손수민의 「In God We Trust」 안에도 발견할 수 있다. 손수민은 현실을 메타포로 만들어버리는 데 '자본'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았다. 자본이 성장시키는 필멸의 욕망, 자본의 힘을 추종하는 종교적인 믿음은, 의심을 허락하지 않는 절대성을 획득한다. 기이한 믿음의 스크럼을 짜고 우리를 그 영향력 안에 가둔다. 자본이 그의 존재를 위해 설계한 구조 안에서 우리가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은, 우리 역시 그 구조의 일부라고 믿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손수민의 작업은 이처럼 자본의 구조로서 살아가는 우리의 면면을 채집한 영상들의 재조합을 통해 끌어 올린다. ● 어떤 단어로 '자본'을 정의내릴 수 있을까. 약속, 신뢰, 신용, 믿음, 교환, 욕망, 독식, 갈등, 생존, 파괴, 성공, 폭력, 명분, 손해, 문제해결, 도구, 가속, 카르텔, 승자독식, 금수저, 신분, 계급, 계층, 전략, 삶의 목표, 왜곡된 삶의 목표, 거짓된 삶의 목표, 실체 없음, 허상, 판타지, 거짓말, 분노, 구별짓기, 시대정신. 세상의 모든 단어가 '자본'을 설명한다. 자본은 바다 깊은 곳에 가라앉아 신화가 되기도 한다.

손수민_In God We Trust_HD 영상, 사운드_00:12:09_2023

비트에 대하여 ● 영상의 구조를 지탱하는 비트와 템포는 심장의 박동과 조응하면서, 자본의 흐름이 유도하는 희노애락과 만난다. 일상적인 환경안에서 채집할 수 있는 움직임의 소리에 비트를 올리니, 비트가 편집의 질서를 구축하고, 흐름을 지휘한다. 비트 위에서, 짜맞춘 듯 뜨겁게 타오르고 허무하게 무너져내리는 세상이 극적이다. 영상에 등장하는 주요 무대인 지하철과 증권거래소에서 포착한 개별적인 움직임들은, 서로 다른 이유로 발생하여 메시지를 발화하는 중이다.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펼쳐진 장면들이 그의 비트 위에 교차편집되는 순간, 움직임의 기저에 놓인 욕망이 동기화되면서 우리를 움직이는 힘의 실체을 향한 질문으로 연결된다. 코어의 힘으로 봉에 매달려 회전하고 점프하는 댄서의 긴장감이, 변화하는 비트와 템포를 타고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증시의 흐름, 그와 연동하는 감정의 드라마와 접속한다. 'Beat It'을 추었던 마이클 잭슨의 스텝이 현란하다. 그들이 균형을 잃는 순간, 많은 것이 무너져 내릴 것이다.

손수민_현실은 메타포展_서울혁신파크 SeMA 창고_2023 (사진_임장활)
손수민_현실은 메타포展_서울혁신파크 SeMA 창고_2023 (사진_임장활)

지하철에 대하여"나에게 주어진 무대가 없다면, 만들어야 한다." 무대를 욕망하는 댄서들은 지하철 통로를 무대로 만들어 버렸다. 전철의 힘에 이동을 대리한 채 멈춰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승객들 사이에서 댄서들은 발란스를 찾고, 호흡을 조절하고, 움직임의 리듬에 예외성을 집어 넣으며 분위기를 지배한다. 이들의 공연은 지하철의 용도를 일시적으로 확장시키는데, 승객의 모두가 '관객'이 되는 건 아니었다. 누군가는 댄서의 현란한 움직임에 주의를 빼앗기지 않고,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손수민_현실은 메타포展_서울혁신파크 SeMA 창고_2023 (사진_임장활)

가장 비효율적인 것에 대하여 ● 손수민은 「뮤직박스」로 음악을 연주하는 가장 비효율적인 방법을 찾았다. "표준화된 세계의 기준에서 벗어 다양한 관객들의 창의적인 가능성을 환영"하는 이 제스처는 효율적인 세상을 향한 저항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유희, 일탈로서 공간을 점유한다. 표준화의 명암이 자본의 명암과 교차편집된다.

손수민_뮤직박스_퍼포먼스_2023/2018 (촬영_정순영)

눈을 감는 것에 대하여"욕망이 얼마나 좋은데. Greed is good." 그러니까 눈을 감는다. 화면의 암전이 시공간의 개념적인 이동과 연결과 비약을 돕는다. 은유는 불편한 현실에서 달아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욕망에 대하여"인생, 돈, 사랑, 정보를 향한 세상 모든 종류의 욕망은 인류가 도약할 수 있도록 구원했지." "욕망은 잠들지 않는다. 다른 모습으로 등장할 뿐." 르네 지라르를 소환해본다면, 개인의 욕망은 개인 고유의 것이 아닌, '타인이 원하는 것'이다. 욕망하는 개인은 그 욕망을 부채질하는 매개체를 통해 어떤 대상을 욕망하게 된다. 손수민은 그의 작업을 통해 욕망의 동력을 살필 것을 끊임없이 요청하고 있다. 그것은 자본이고, 자본은 욕망의 오염된 은유이다.

손수민_뮤직박스_퍼포먼스_2023/2018 (촬영_정순영)

반복에 대하여 ● 옛것과 새것 사이에 어떤 관계가 성립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인간은 학습이 불가능한/불필요한 존재인 양, 과거로부터 그 무엇도 배우지 않고, 망각을 핑계삼아 자본에 휘둘려 거대한 몰락을 반복한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인간에게 불안을 가져 온다면 예측 가능한 반복은 피로감을 쌓는다. 누군가는 '몰락'의 시점을 예측하지만, 정보를 지배하는 이들은 이를 은폐하고, 대중은 이 예측을 불신하면서 한시적인 안전을 확보한다.

은유의 함정에 대하여 ● 수잔 손탁은 『은유로서의 질병』에서 메타포의 문제점을 각성시켰다. 그는 질병을 불필요하게 무엇인가의 '은유'로 만들어버리는 현실을 기술한다. 현실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도록 가리는 이미지로 악용되는 은유의 함정, 은유의 폭력, 은유의 정치를 비판한다. 은유는 종종 폭력적이고, 사악한 방식으로 대상을, 왜곡해 대상이 원래 가지고 있는 의미와 무관한 맥락에 대상을 위치짓고, 이데올로기를 확산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은유에 이르는 창조적 노력은 쉽게 오염될 뿐 아니라, 확산된다. ● 그러므로, "우리는 은유를 폭로하고 비판하고 물고 늘어져 완전히 쓸모없게 만들어야 한다." (수잔 손탁)김지연

Vol.20230706c | 손수민展 / SHONSOOMIN / 孫秀旼 / video.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