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원미술세계 THEONE ART WORLD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24 4층 Tel. 070.4289.3397 theoneartworld.kr @theone_artworld
혼돈의 사회를 변화시키는 전복과 도전의 예술 ● 삽과 양동이를 든 청년들이 제2한강교(양화대교) 밑으로 모여든다. 음습한 다리 밑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이윽고 비장한 얼굴의 청년들이 삽으로 구덩이를 파기 시작한다. 각자 무덤을 만들 듯 좁고 깊은 구덩이를 파낸 후에는 색 비닐과 천을 몸에 감고 한 사람씩 안으로 들어간다. 목이 잘린 시체처럼 머리만 내놓은 기이한 장면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관람객들이 그들에게 물세례를 퍼붓는다. 바람이 할퀴듯 차가운 물이 부정하고 더러운 것들을 씻어낸다. 무덤에서 나온 후에는 기다란 천에 기성세대를 고발하는 글을 써 내려간다. 강국진, 정강자, 정찬승이 벌인 해프닝 「한강변의 타살」은 1968년 국전의 심사 비리가 터진 해에 기성세대에 대한 비 판의식을 표출하기 위해 진행됐다. 매장과 화형의 방식으로 표현한 이 해프닝은 지금도 회자될 만큼 사람들의 마음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지금, 그들이 씻어내고 태워냄으로써 정화하고자 했던 미술계의 병폐는 다시 살아나 예술 권력·자본과 결탁하 며 우리의 감성을 타락시키고 절망감으로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 총과 칼, 검은 선글라스를 낀 감시자는 사라졌지만 미 술 행정은 퇴행하고, 미술계를 비판하는 기사는 자가 검열이 되어 편집된다. "저항의 대상이 사라진 시대, 예술이 무엇을 할 수 있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저항의 대상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 공기처럼 스며있고 내재화되어 있다. 그리고 예술이 타파하고 도전할 대상은 항상, 언제나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 올해는 실험미술의 해라고 할 만큼 한국 실험미술을 조명하는 전시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퇴폐미술이라고 낙인이 찍혔던 한국 실험미술의 귀환은 단순히 그 시대의 미 술을 재조명하기 위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지금 한국 실험미술을 소환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굳어진 관행을 깨부수고 불안하고 위태로운 사회를 전복시키기 위한 즐거운 소통과 유희가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이번 호에서는 억압과 규제가 일상이던 시대 파격적인 실험으로 예술과 사회의 소통을 이어왔던 한국 실험미술을 조명한 다. 1960-70년대 한국 실험미술 이후 방향성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 더원미술세계
018 EDITORIAL 020 FOCUS
ARTISTS 026 정강자 여성 예술가가 아닌 예술가가 되기까지 / 전세운 032 이불 가면 쓰기, 가면 벗기, 가면 씌우기 / 정영수 038 임수빈 응시의 지형도 / 김진엽
SPECIAL FEATURE 046 혼돈의 사회를 변화시키는 전복과 도전의 예술 / 김수은 054 실험예술을 다시 생각한다 / 이경모 062 불온과 퇴폐의 상징 한국 실험미술의 귀환 / 전세운 068 더원미술세계 제1회 좌담회 억압과 금기에 맞선 한국 실험미술의 빛나는 순간들과 그 이후 / 김수은 082 심문섭 순환과 확장의 연금술 / 김수은 090 김영진 거꾸로 되짚어 마침내 다다른 '은유' / 이도준
SPACE 100 강화도의 자연과 예술을 품은 숲속 미술관 해든뮤지움 / 김수은 106 김윤신 느릿느릿 황소처럼 / 이경모
ART WORLD 112 NEWYORK Vermont Studio Center Residency / 민소정 114 JAPAN 세키 나오미 『조각으로 살아가는 것』 / 미야타 테츠야 116 INDONESIA 『THE SPIRIT WITHIN』 / 피르다 아멜리아
SERIAL 121 윤현희의 예술을 곁들인 심리학3 생명체의 탄생 - 키네틱 아트의 역동적인 세계 126 박재현의 아프리카 조각3 아프리카 조각 예술의 원시성과 기술력 128 정병헌의 그림 읽기1 정(釘)으로 사랑(情)을 캐어 내다
ISSUE 133 게임과 사회, 관객의 탄생을 넘어 / 고동연 138 2023 아트바젤 인 바젤 / 이도준 142 빛의 시어터 『달리, 끝없는 수수께끼』 / 이도준
EXHIBITION 147 REPORT 공성훈, 김성룡 서슬에 올라탄 빛 / 김종길 152 REVIEW 174 NEWS 176 BOOK 177 POSTSCRIPT 178 SUBSCRIPTION
Vol.20230701d | 혼돈의 사회를 변화시키는 전복과 도전의 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