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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3_0525_목요일_04:00pm
후원 / space xx_서울특별시_서울문화재단 주최 / 장입규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월요일 휴관
스페이스엑스엑스 space xx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128가길 1 B1 www.facebook.com/spacexx @space_xx_
때때로 디지털 화면 속 이미지를 실재reality로 인식해야 하는지, 가상virtual reality으로 인식해야 하는지 그 존재의 정체성이 궁금할 때가 있다. 실재하는 현실 속 이미지는 가상이 모방하는 존재인지, 가상이 나타남으로써 실재를 증명하는 역설을 함축한 존재인지 말이다.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이 디지털 시스템으로 전환되고 그것을 구축하고 활용하는 것에 많은 에너지를 쏟는 현재에, 작가 장입규는 오히려 그 대척점에 있는 아날로그 방식을 작업의 방법론으로 채택해 디지털 환경의 프로세스를 물리적인 방식으로 번안한다. 작가의 작업은 오늘날 디지털 이미지와 기술을 소비하고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근간으로 하며 이러한 태도는 이번 개인전 타이틀 《네 행복은 스크린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의 한 문장으로 함축된다. 이는 이성복(1952-) 시인의 에세이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의 제목을 차용한 것으로, 디지털 환경 안에서 질서가 깨졌을 때 느끼는 당혹감이나 우울감 등 디지털 매체에 지나치게 의존적인 우리의 모습을 빗대며 비대해진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 사용을 역설적이고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네 행복은 스크린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전에서는 오늘날 디지털 시스템이 갖는 주체성과 디지털 가상이 현실 세계와 전복되었을 때 얻어진 원본original의 의미, 그리고 디지털 문법을 물리적 공간에서 노동력이 수반된 작업 방식으로 번안하는 작가의 태도에 주목하며 원론적이지만 유의미한 질문이 발생하는 지점과 그 행간을 살펴보고자 한다.
장입규의 작업은 대상을 해체하고 기호화된 이미지를 실재화하며, 부재를 통해 현전을 증명한다. 이전 작업이 버려진 사물을 발견하고 수집해 디지털 편집 프로세스인 자르고cut 붙이는paste 과정을 거쳐 본래 사물이 가진 의미와 맥락에서 독립된 또 다른 원본을 창출하는 것이었다면, 최근 작업은 디지털 편집 프로세스를 이용하는 방식은 동일하게 유지하되 디지털 시스템과 이미지, 문법 등 비물질적인 대상이 매개가 되어 디지털을 모방한 실재가 등장하는 것으로 확장되었다. 《네 행복은 스크린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전에서는 이같이 작가의 탐구 대상과 개념의 확장을 중심에 두고, 더 이상 버려진 (원하는) 오브제를 수집하기 어려운 환경과 빠르게 유입되는 디지털 기술, 매체에 적응하며 또 다른 방향성을 모색한 작업을 제시한다. 이로써 기존의 작업 방법론에서 디지털 메커니즘을 도입하는 것으로 방식을 확장하며 디지털 가상과 현실 세계와의 상관관계를 구체화하며 그 실체를 드러낸다. 디지털 영상 편집 프로그램의 타임라인 바timeline bar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재해석한 작품 「timeline(clock)」(2021)은 시간을 자르고 붙이는 일련의 과정을 아날로그 시계로 제작해 기이한 형태의 조형성을 내세우며 현재의 좌표로 재구성한다. 각각 다른 시간의 덩어리를 품은 화면 안에서 시침, 분침, 초침은 각자의 속도로 돌아가며 불규칙한 여백으로 발생한 시곗바늘의 부딪침과 멈춤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간극과 상충을 은유한다. 디지털 이미지의 부피를 인지하는 시지각에도 간극이 발생하는데 「study of layers」(2022)는 디지털 편집으로 해체되고 재조합된 이미지가 많은 단계를 거침에도 불구하고 공간감을 상실한 채 평평하고 납작한 결과물로 보여지는 지점에 주목한다. 디지털의 편집 과정을 시뮬레이션하며 실제 공간에서 오브제를 자르고, 붙이고, 레이어를 쌓는 과정을 거쳐 층과 두께를 물리적으로 감각할 수 있도록 구현한 이 작품은 디지털 문법을 차용한 조각적 해석이 반영되어 보는 각도에 따라 엇박자를 내며 시지각적 간극을 발생시킨다. 디지털/인터넷 프로그램에 적용된 대부분의 아이콘이 현실 속 사물이나 자연 이미지에서 기인한 디자인이라는 것을 포착한 작가는 이를 실재화하는 실험을 통해 대상이 속한 위치에 따라 변증법적으로 변화하는 속성을 가시화한다. 「modern tools」(2023)는 포토샵이나 일러스트 프로그램 등에서 빈번히 다루는 툴tool을 재현하며 디지털 환경에서 유용하지만 현실에서 사용할 수 없는 이미지(도구)를 단단한 모양을 갖춘 오브제로 드러낸다. 용도를 상실하고 기호적 의미만 남은 이 오브제는 현실-가상-현실로의 번안을 거듭하며 실체의 허구성을 강조한다. 여기서 파생된 「visible and invisible」(2022)에서는 디지털 아이콘이 단순히 현실을 모방한다는 한계에서 벗어나 디지털 환경 자체에서 새롭게 생성된 기호를 발견하고 이를 물리적으로 재현함으로써 현실에서 그 용도와 쓸모를 찾아보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그 외에도 최근 열풍이었던 NFT에 관한 작가의 시각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 「blockchain」(2023)은 디지털 자산의 소유주임을 증명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단어 그대로(block+chain) 가시화하며 작품이 갖는 원본의 의미/가치와 무분별하게 소비되는 디지털 시장을 풍자한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은 공통적으로 복잡다단한 단계를 거친다. 그 과정에서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의 간극을 발견하고, 이는 또다시 변증법적으로 변화하며 두 사이의 교차점을 찾게 된다. 수많은 공정을 수행하듯 행하며 얻어진 결과물은 결국 디지털 이미지의 속성과 같이 매끈한 만듦새를 지니며 새로운 가치를 전유하는 것으로 귀결되고, 무용(無用)한(것 같은) 오브제는 고유한 서사를 지닌 또 하나의 원본으로 디지털 시대의 기술의 본질을 비틀며 작품으로서 당위성을 공고히 한다.
한병철(1959-)은 그의 저서 『사물의 소멸』에서 "디지털 속 시간에는 어떠한 서사적 연속성이 없어 삶을 덧없게 만든다."라고 언급하며 탈사물화 되어가는 현재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진단한다. 장입규는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시대상에 역행하며 서사적 연속성이 없는 디지털 메커니즘을 현실 세계로 이끌어 부재한 서사와 가치를 만들어 내고자 많은 시간과 품을 들인다. 그 과정에는 작가가 주체적으로 발생시킨 고단함이 단단히 배어있으나, 결국 이 고단한 작업을 통해 디지털 가상과 실제 공간은 분절되고 유리된 것이 아니라 공통분모를 가진 모종의 관계이며 이 둘이 만나는 교차지점에서 새로운 서사가 발생할 수 있음을 또 다른 가능성으로 제시한다. 전시 《네 행복은 스크린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의 작품들을 마주하며, 작가가 만들어 낸 날카롭지만 위트 있는 새로운 서사의 실체에 깊숙이 발을 들여보자. 그리고 그 실체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를 객관화해 보며 디지털 시대로 전환해 가는 과도기에서 대상을 인식하는 나의 지각과 감각이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 반추해 보자. ■ 이상미
Vol.20230525b | 장입규展 / JANGIPKYU / 張立奎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