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 own way

황지현展 / HWANGJIHYUN / 黃智賢 / painting   2023_0524 ▶ 2023_0528

황지현_Her own way展_라운디드 플랫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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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현 홈페이지_www.hwangjihyun.com   인스타그램_@hwangjihyun_artist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마이아트옥션_아하하아트컴퍼니 기획 / 이현희 큐레이터 / 성왕현_반예지_김리하 그래픽디자인 / ahaha graphic

관람시간 / 01:00pm~07:00pm

라운디드 플랫 Rounded Flat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 437(낙원동 280-4번지) 건국빌딩 건국관 102-1호 Tel. +82.(0)2.363.8586 @rounded_flat

라운디드플랫은 아하하아트컴퍼니(대표:이현희)와 마이아트옥션(대표:공상구)이 공동운영하는 스튜디오형 전시공간으로 한 달 동안 작가에게 작업 공간을 제공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전시로 보여준다. 짙은 오크색 벽면과 대조를 이루는 유연한 곡면의 공간은 한 달간 창작의 산실이 된다. 『Her Own Way』는 2023상반기공모 선정 작가 전시다.

황지현_Her own way展_라운디드 플랫_2023

화사한 색감과 유려한 붓질이 눈길을 사로잡는 가운데, 황지현은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작가는 일상에서 경험한 순간 을 구체화하고 확장한다. 누군가는 흘려버렸을 말에 대해 생각해 보고,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포착해 그때의 감정과 감각을 추적한다. 『Her Own Way』展은 그녀가 지금까지 풀어놓은 다양한 이야기를 함축함과 동시에 작가로서 그녀가 향하고 있는 지점을 명시하고 있다.

황지현_Her own way展_라운디드 플랫_2023

「여자는 머리가 길어야 이뻐」, 「레깅스가 잘 어울리시네요」는 작가가 들었던 말을 제목으로 하고 있다. 분명 칭찬이었겠지만 어딘지 불편한 말들, 은연중에 '여성성'에 대해 단정하고, 기준을 세우는 말들이다. 작가는 이렇듯 일상에서 심리적 충돌을 느끼는 순간을 감 각한다. 우리는 염색체, 호르몬, 생식기 등 생물학적 기준에 의해 성별을 나누고, 그에 따라 부여된 사회적 규범에 종속된다. 황지현은 여성으로서, 작가로서 자신의 삶에 대해 응시하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기호화한다. 작가가 작품에서 주요한 소재로 사용하는 꽃은 여성적 도상으로 치부되어 왔다. 봉오리가 만개하는 과정, 겹겹이 쌓인 꽃잎의 형태, 화사한 외관은 자연스럽게 여성의 신체적 특징으로 연상되기에 자칫 '여성스러움'의 결과로 단정할 수도 있다. 황지현은 이러한 시각을 피하거나 전복시키기보다는 수용하고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을 사용한다.

황지현_Uterus Flower-overcome sadness_ 캔버스에 색연필, 아크릴채색_72.7×60.6cm_2023

주목할 만한 점은 꽃을 신체 외관이 아닌 자궁과 연결 짓는다는 것이다. '자궁 꽃(Uterus Flower)'시리즈가 그것인데, 생리적으로 자궁은 여성과 남성을 결정짓는 주요한 신체기관이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타인의 시선에 의해 외형을 바꿀 수도, 그것을 직접적으로 확인하기도 어렵다. 오로지 작가 스스로의 취향과 탐미적 시선에 의해 감각되는 것이다. 작가는 암술, 수술을 제거한 채 단일한 주체로서 꽃을 제시함으로써, 그가 가진 화려한 색상과 조형성 자체에 몰두하도록 유도한다. 이때 꽃 은 스스로 발화(發話)하고, 유연하게 증식하는 유기체로 확장된다.

황지현_Her own way展_라운디드 플랫_2023

일반적으로 '여성'이라는 단어는 남성과 구별지어지는 성별을 통칭한다. 황지현은 이분법적 구조가 아닌 자신을 중심으로 그 주체를 둘러싼 관계망을 통해 여성을 다층적이고 입체적 존재로 인식한다. 전시장 중앙을 가득 채운 작품 「끝나지 않은 길-iii」는 스스로를 둘러싼 촘촘한 관계망과 그 안에서 발생하는 억압과 충돌을 담고 있다. 종교적 도상인 미사포, 움겨쥔 머릿카락, 속삭이고 있는 입, 주 변의 여인들. 그리고 캔버스 내부로부터 확산하고 있는 여러 갈래의 길과 식물줄기, 꽃의 파편은 고착화된 가치 체계가 지니는 허점을 파고들며 뻗어나간다. 작가는 '온실 속 화초'라는 말에서 착안해 작업을 한 바 있다. 그 온실에서 나와 세상을 마주할 때, 누군가는 온 실의 문을 닫아버릴 수도 있고, 온실을 파괴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황지현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온실 안팎을 오가며 안에는 무엇 이 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주변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살핀다. 「끝나지 않은 길-iii」에는 작가가 그동안 스스로에게 귀 기울이고, 주변을 돌아보며 기록해온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녀는 자신을 감싸고 있는 이야기를 수집하며 스스로의 삶의 방식을 찾아 나아 가고 있는 것이다.

황지현_끝나지 않은 길 3_캔버스에 과슈, 아크릴채색_2023_부분

'끝나지 않은 길'은 2012년 '플레이스막'에서의 개인전에서 시작되었다. 이때, 작가는 다양한 기법을 통해 회화라는 형식에 대해 고민 했고, 평면의 프레임에서 확장된 드로잉을 통해 한정된 공간에서 탈주하려는 시도를 했다. 이때의 길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작가로서 의 고민을 담고 대지 위에서 뻗어나갔다면, 여기 라운디드플랫에서 선보이는 세 번째 길은 작가가 묵묵히 걸어온 11년이라는 시간이 축적된, 보다 유연하게 뻗어나가는 길로 보인다. 과감하게 뻗어나가는 길 위에 촘촘하게 쌓인 내밀한 이야기들은 작가가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는 이정표이자 동력이 될 것이다.

황지현_Her own way展_라운디드 플랫_2023

황지현 작가는 여성의 주체적인 삶에 관심을 갖고, 개인이 겪는 감응과 충돌의 순간을 시각화한다. 동덕여자대학교 회화과 학사 및 회화학과 석사 졸 업, 미술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으로 전시 및 창작 활동을 진행하였고, 다양한 아트 콜라보레이션 에 참여하였다. 2023년 수호갤러리 작가 공모 선정, 2020년 한국미술사연구소에서 주최한 갤러리 한옥 작가 공모 대상을 수상하였다. 갤러리 도올 (2017년, 서울), 남송 미술관(2013년, 경기), 플레이스 막(2012년, 서울), 가나아트스페이스(2010년, 서울) 등 10여회의 개인전과 80여회의 기획 단 체전에 참여하였다. 현재 작업과 전시에 초점을 맞추고, 실기 강의, 신진 작가들을 위한 멘토링을 하고 있다.

황지현_노래하는 밤_캔버스에 과슈, 아크릴채색_100×80.3cm_2023

본인은 주체적인 여성의 삶에 관심을 갖고, 여성이 겪는 감응(感應)과 충돌의 순간을 시각화한다. 사회에서 개인에게 부여하고 기대하는 많은 관점이 있지만, 여성으로서 마주하고 겪은 세상과 그 속에서 형성되고 변화하는 가치관을 관찰한다. 작업에서 '감응'과 '충돌'은 개인 정체성의 발현이자 일상 속 존재하는 억압을 인지하고 발언하게 하는 감각 방식이다. 자칫 스쳐 지나가기 쉬운 감각과 감정을 해부하는 과정으로 자신과 문제,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을 들여다보고 추적한다. ● 작업의 시작은 본인이 직접적, 간접적으로 심리적 충돌을 느끼거나 울림이 오는 경험의 순간을 카메라로 포착한다. 그리고 경험의 감각을 더욱 구체화하기 위해 드로잉과 글로 표현한다. 드로잉은 즉발적인 순간의 기록이고 감각을 드러내기 효과적인 매체로, 종이와 연필에서 시작하여 색연필, 동양화 물감, 사진 꼴라쥬(collage)를 사용한다. 그 후에 신체성이 부가되는 회화(繪畫)라는 매체를 통해 겪었던 감정과 감각을 증폭시켜 시각화한다. 사건의 기록과 본인이 인식한 이미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감정들이 서로 혼재되어 유기적으로 영향을 준다.

황지현_Her own room_캔버스에 과슈, 아크릴채색_100×80.3cm_2023

이번 전시의 캔버스에서 전시장 벽으로 분출하듯 이어 그린 작품 「끝나지 않은 길-iii」은 건물 위로 솟은 여성과 화면 밖으로 뻗어가는 길, 꽃과 줄기 형상 등을 볼 수 있다. 누군가의 손에 움켜지는 머리카락, 성당 미사에서 여성에게 착용 의무를 부여하는 미사포, 무언가를 몰래 속삭이는 모습은 본인의 경험이자 여성을 향한 억압과 충돌의 이미지다. '캔버스라는 틀에서 벗어나 화면 밖으로 나가는 그림'은 본인에게 자리한 틀을 극복하는 것, 무한한 가능성을 기대하고 내면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억압을 넘어가는 것, 새로운 의미를 재정립해가는 것을 의미한다. ● 작업에서 자연의 형상을 주로 사용하는 이유는 자연이 지닌 순환과 반복, 증식이라는 특성이 본인의 지속적이고 유기적으로 반복하는 삶의 태도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자궁', '식물'이 자주 등장하는데, 작품 속 식물은 여성의 자궁 형상과 닮았다. 식물의 재생과 생식은 자궁과 유사성이 있고, 이러한 두 형상을 결합하여 '자궁꽃 (Uterus Flower)'이라 명명하였다. 본인에게 '자궁'의 의미는 여성이 가진 생식 기관으로 또 다른 생명을 품는 가능성이 있는 곳이고, 예민하고 섬세한 감각으로 주기적인 고통과 희열을 겪는 장소다. 내부에 존재해서 전체를 파악하기 어렵고 대부분의 여성이 갖고 있지만 각기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는 지점이 흥미롭다.

황지현_노래하는 밤_캔버스에 과슈, 아크릴채색_130.3×97cm_2023

사회에서 여성에게 기대하는 모성과 자식의 잉태, 양육에 대한 강조는 여성으로서 태어나는 것과 삶의 매 순간을 선택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개인의 가치관에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관찰을 통해 작업 속 꽃은 암술과 수술을 제거하고, 존재 자체로 발언하는 모습이다. 일상에서 여성을 꽃에 대해 비유하고 여성의 외모에 대한 무례한 평가는 거부하지만, 아름답다고 건네는 타인의 말이 무작정 불쾌하지만은 이중적인 생각도 존재한다. 또한 자신을 꾸미고 화려하게 부각시키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데 이것은 마치 결핍을 장식으로 채워 자존감을 부각시키는 행위와 같다.

미술사에서 다뤄지는 여성의 모습과 현실 속 여성의 모습은 하나의 틀로 규정될 수 없을 만큼 다층적이다. 복합적이고 내밀한 여성의 모습. 그리고 작가로서 지향하는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을 시각화한다. 붕괴되고 와해되는 건물, 그 사이를 증식하며 횡단하는 식물, 틈과 틈 사이로 존재하는 계단, 끊임없이 뻗어가는 길은 현실에 대한 발언이며, 삶을 인식하고 겪는 존재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 황지현

Vol.20230524h | 황지현展 / HWANGJIHYUN / 黃智賢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