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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혜展 / AHNJIHYE / 安芝惠 / painting   2023_0524 ▶ 2023_0529

안지혜_out of #1_캔버스에 유채_130.3×193.9cm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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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요일_12:00pm~06:30pm

갤러리 그림손 GALLERY GRIMSON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22 (경운동 64-17번지) Tel. +82.(0)2.733.1045 www.grimson.co.kr

정동의 선으로부터: 떠도는 관계, 너머의 사각형 ● 안지혜의 그림은 공간과 관계의 상대성과 모호함에 대한 그림이다. 그것은 공간 감각의 표상으로서 물질적 지각과 의식적 의미라는 두 차원을 아우른다. 그리고 이 두 차원을 잇는 것은 불안과 긴장의 기억이다. 작가는 대도시 공간에 대한 경험과 여기서 비롯된 감정을 물질적 공간에 대한 지각 구조에 미묘한 표현적 요소와 감성적 차원을 덧붙여 시각화하고 있다. 그림은 견고해 보이는 선들의 차가운 기하학적 추상으로 보이지만, 발광하는 선들의 미묘한 교차와 평면들의 밀고 당김 속에는 인식의 불확실성과 관계의 모호함이 암시되어 있다.

안지혜_out of #2_캔버스에 유채_193.9×130.3cm_2022
안지혜_out of #3_캔버스에 유채_193.9×130.3cm_2023

선들은 보이지 않는 대상들의 테두리를 따라 그어진 듯 어떤 경계들을 암시하며 화면을 가상의 삼차원으로 전환한다. 이 가상의 공간에 기하학적인 형태들이 떠오른다. 이것들은 공간 속 가상적인 평면을 암시하면서 앞뒤로 혹은 위아래로 공간을 가르고 있다. 각 평면은 사선에 의해 화면에 고정되거나 다른 분할 면과 앞뒤, 위아래로 연결된다. 이는 안지혜의 그림이 언뜻 투시도나 건축도면 같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안지혜_out of #4_캔버스에 유채_193.9×130.3cm_2023
안지혜_out of #4_캔버스에 유채_193.9×130.3cm_2023_부분

멀리서 보면 그림은 물리적 공간의 원근법적 투시이거나 세워진 투명한 면들의 중첩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중첩된 면들 사이의 거리를 가늠할 수 없기에 삼차원 공간의 환영은 무너진다. 가까이에서 보면 눈은 평면을 가르는 선을 따라 화면 위를 이동한다. 눈은 사선에 이끌려 뒤로 혹은 앞으로 들어가고 나온다. 선은 교차점에서 그대로 진행하거나 뒷길로 빠지기도 한다. 결국 일관성 있는 완결된 공간은 없고 시각장만 있다. 번짐 효과는 선이 공간을 구분하는 기능을 넘어서 공간을 밝히도록 한다. 그어진 선은 자국이 아니라 빛이 된다. 이렇게 그림 속의 선들과 면들은 회화면에 순수한 시각 유희를 만든다.

안지혜_out of #8_캔버스에 유채_130.3×130.3cm_2023

그런데, 얽힌 선들과 투명하게 중첩된 면들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이 있다. 그것은 그어진 선들이 하나의 굳건한 형태나 일관된 공간을 결정짓지 못하고 그림 속 공간을 앞뒤로 위아래로 움직이게 하고, 이차원과 삼차원으로 변형시킨다. 사선은 그 힘의 방향을 지시하는 지표로 나타난다. 사선이 이끄는 방향에 따라 선들이 예시하는 공간은 평면에서 입체로, 입체에서 평면으로 전환한다.

안지혜_사이공간 #1_캔버스에 유채_65.1×53cm_2021

안지혜의 그림에서 선들은 중립적이지 않다. 안지혜의 선은 기하학적인 분할의 도구를 넘어서 의미론적인 매체가 된다. 세계의 근본 구조를 암시하는 몬드리안의 신조형주의 회화의 수평과 수직의 선과 이상적 공동체 공간을 표현하고 있는 리시츠키의 프룬 라움(proun raum)의 기하학적이고 상징적인 모티프들처럼. 몬드리안의 선이 형이상학적인 구조를 표현하고 리시츠키의 선이 미래적 공간의 벡터를 암시한다면, 안지혜의 선은 경험적 공간의 구조를 표상하며 동시에 그 공간에 대한 정동(affect)을 표현한다.

안지혜_사이공간 #4_캔버스에 유채_65.1×53cm_2021
안지혜_사이공간 #9_캔버스에 유채_65.1×106cm_2021

안지혜의 그림을 의미론적 차원으로 끌고 가는 것은 닫힌 사각형이다. 색으로 채워졌든 비었든, 온전하든 잘렸든 사각형은 그림에 직설적이고 비유적인 의미를 덧붙인다. 그림에 등장하는 사각형은 정동적인 선의 샘이고 작가의 체화된 감정 경험의 구조화이다. 안지혜 그림에서 사각형은 하나의 공간, 형상, 구멍, 출구, 혹은 막다른 곳으로서 그림이 시작되고 끝나는 곳이다. ■ 이임수

Vol.20230524c | 안지혜展 / AHNJIHYE / 安芝惠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