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하다 Over the rainbow 〈About Romance〉; Over the rainbow

박미진展 / PARKMIJIN / 朴美珍 / painting   2023_0520 ▶ 2023_0604 / 일,월요일 휴관

박미진_낭만-하다 Over the rainbow展_르큐브갤러리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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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진 블로그_blog.naver.com/hahavvv 인스타그램_@artist_parkmijin

초대일시 / 2023_0520_토요일_04:00pm

후원 / 강원도_강원문화재단 이 전시는 강원도, 강원문화재단 후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5:00pm / 일,월요일 휴관

르큐브갤러리 LE CUBE GALLERY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박수근로257번길 2-97 Tel. +82.(0)33.482.4110 lecubegallery.my.canva.site

"나는 마들렌 조각이 녹아든 홍차 한 숟가락을 기계적으로 입술에 가져갔다. 과자 조각이 섞인 홍차 한 모금이 내 입술에 닿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내 몸속에서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했다." - Marcel Proust,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中 ● 주인공의 기억을 자극했던 것이 마들렌과 홍차였다면, 과연 우리에겐 무엇이 있을까? 박미진의 『Over the rainbow』에서 우리는 그 답을 찾을 듯하다.

박미진_낭만-하다 Over the rainbow展_르큐브갤러리_2023

한바탕 눈물 바람 후 모든 것을 얻은 다부지고 당당한 얼굴, 그녀의 이번 연작들은 모두가 같은 얼굴과 같은 표정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저마다 다른 감정을 포착하고 자신의 과거 어느 한 곳, 어디쯤에서 숨겨진 기억들을 끄집어내게 된다. 그리고 지나간 기억을 떠올린 순간 과거는 더 이상 그 순간에 머무는 것이 아닌 현재에서 재해석되어 새로운 기억으로 저장된다 ● 하나의 벽을 넘으면 더 큰 벽이 기다리는 비장한 현실을 사는 우리에게 자신만의 고유한 삶의 의미를 어떻게든 찾아가려 고군분투하는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서사는 이번 전시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들이 어떤 방식을 택하였다 하더라도 그들의 용기 있는 선택은 분명히 이해가 되며 우리의 삶과 생각에 더욱 밀착되어 아름답기까지 하다. 또한, 세심하게 배치한 –공주 왕관, 요술봉, 핑크색 수영모, 원더우먼 밴드 등 - 오브제는 어린 시절의 작가 자신과 결합 되어 시적 구조를 창출하고, 작가는 이 대리물들을 통해 주변과의 내밀한 대화를 시도한다. 그리고 우리도 이 대화에 참여함으로써 작품이 주는 생명감을 공유하게 된다.

박미진_낭만-하다 Over the rainbow展_르큐브갤러리_2023

자신의 어린 시절과 은유적으로 병치시킨 오브제 그리고 동화와 영화에서 차용한 이미지는 이렇듯 우리의 시각과 감정을 자극하며 수많은 상념과 마주하게 하는데, 이는 작가가 메세지를 전하기 위해 말과 글 대신 택한 시각적 언어가 복잡한 문법이나 수사 없이도 그녀의 방식대로 코딩되어 우리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박미진_낭만-하다 Over the rainbow展_르큐브갤러리_2023

특히 이번 신작에서는 다른 연작과는 다르게 화면을 꽉 채워 자신의 욕구를 구현해내었다. 그리고 성실하게 쌓아 올린 이 공들인 배경은 무심히 지나쳐버리는 일상이 무의식처럼 떠오르듯 화면 아래로 침잠해 있다가 작가 자신의 모습과 대비되어 드러난다. 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작가가 숨겨 놓은 이 장치들을 통해 프로이드가 의식으로 억누른 무의식을 몇 가지 실마리로 추적해 가듯 무지개 넘어 어딘가에 있을 숨겨진 기억들을 발견하게 된다.

박미진_g.g.be-The Wizard of Oz_장지에 중채_91×91cm_2023
박미진_g.g.be-Pretty Guardian Sailor Moon_장지에 중채_91×91cm_2023
박미진_g.g.be- Jungle Book_장지에 중채_91×91cm_2023
박미진_g.g.be-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_장지에 중채_91×91cm_2023
박미진_g.g.be-Anne of Green Gables_장지에 중채_91×91cm_2023

박미진은 전통적인 인물화를 견지하며, 인간의 관계와 시간의 축적을 밀도 있게 탐구하는 작가이다. 그녀의 작품 속의 인물과 서사는 사각의 카테고리 안에서 서로 관계 맺기를 통해 또 다른 서사를 생성하며, 타자와의 관계 속으로 스며든다. 작가는 현대인의 잠재의식 속 불안을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서 자신의 내적 경험을 인물과 행위 -동일한 표정은 보편성을 갖기 위한 일종의 장치이며, 차용된 인물들은 관람객과 작품 속 인물의 물리적 심리적 관계를 최대한 좁혀준다- 에 투사하여, 내면으로부터의 문제를 환기시킨다. 이는 개념미술의 홍수 속에서 회화의 본질을 추구함과 동시에 현대사회의 문제를 가장 개인적인 방식으로 해석하기 위한 선택일 것이다.

박미진_낭만-하다 Over the rainbow展_르큐브갤러리_2023

"내가 여기서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말해줄래?"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에 달려 있지." - Lewis Carrol,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中 ● 이제 박미진은 『Over the rainbow』를 통해 기억과 상상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그리고 어느새 자란 우리를 더 넓은 우주로 나아가라고 독려한다. 현대인의 고독한 삶을 버텨내게 하는 그녀의 이 대단한 낭만주의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지워버리고 그것과 별개로 작가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과거를 담담히 끌어안고 그것을 우리에게 내어주어 더욱 특별하다. 그녀의 작품들을 보며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은 우리가 통과해낸 시간 속에서 만들어지며, 그 시간들이 우리를 진정한 삶으로 한 발짝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 박미란

Vol.20230520a | 박미진展 / PARKMIJIN / 朴美珍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