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주관 / 킴스아트필드미술관 후원 / 부산시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일,월요일 휴관
킴스아트필드 미술관 KIMS ART FIELD MUSEUM 부산 금정구 죽전1길 29(금성동 285번지) Tel. +82.(0)51.517.6800 blog.naver.com/kafmuseum @kaf_museum
19세기 초, 예술가들의 사회적 역할과 사명감을 역설하며 '사회 미학(social art)'을 주창한 생시몽주의자(Saint-Simonianism) 중 한 명인 로드리그(Olinde Rodrigues)에게 미래는 "인간의 가슴을 지배하는 자"들의 것이라 주장된다.1) 그리고 그에게 상상력과 감각에 호소하여 인간의 가슴을 지배하며 새로운 사상을 전달하는 '가장 결정적인 행위'는 바로 예술가들에 의해 가능하다. 예술가들의 사회적 참여에 관한 논의는 비교적 일찍 대두되었지만 오랜 미술의 역사에서 예술가들의 '미술 바깥에 대한 관심'은 예술의 절대적 자율성의 경계를 강력히 보증했던 모더니즘식 개념과 가치들에 대한 반발 이후에야 등장했다. 그리고 개념미술이 등장하기 시작한 1960년대 후반 이후의 미술은 예술의 대상과 형식 자체에 대한 문제를 넘어 그 바깥의 담론들에 의해 구축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날, 미술의 영역은 온갖 주제와 매체를 유연하게 수용하는 창작자의 아이디어를 비롯해 시간, 매체, 퍼포먼스, 장소, 생태, 기술 등 세계의 모든 다양성을 자신의 범주로 불러들이며 무한히 확장되고 있다. ● 이렇게 작업실과 미술관을 벗어난 예술가들의 '뜻밖의 미술'은 변화하는 사회 패러다임과 함께 우리가 살고 있는 구체적인 삶의 풍경을 새롭게 창출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어오고 있다. 한 명의 '사회적 존재'로서 예술가와 그의 창작행위는 오늘날 사회적 맥락 안에서 또 예술의 영역에서 우리의 삶에서 일어나는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을 모두 포함하는 '역사'들을 재고한다. 동시에 일상의 영역에 낯설고 이질적인 것들을 만들어냄으로써 세상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이렇게 미술 바깥의 삶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무언가를 '잃어버린' 현재적 상황에서부터 자신의 작업을 시작하는 두 작가를 소개한다.
먼저, 임은지는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을 부산의 숲길에서 찾는다. 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그가 찾고자 하는 것은 사람들과 만나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시간들이다. 작가는 다양한 이유로 멀어지는 관계와 그로부터 오는 괴로움의 시간을 털어버리기 위해 자연을 찾고, 바로 그곳에서 자신을 다시금 일으켜 세우는 위로와 희망의 에너지를 발견한다. 작가는 자신의 삶의 새로운 원천이 되어준 자연을 작품 속에 담뿍이 퍼 담아 사람들과 나누고자 한다. 그래서인지 조심스럽게 여러 번 옻나무의 수액을 덧바른 그의 옻칠 작업에는 따뜻한 햇살의 기운을 머금은 반질반질한 윤이 가득 배어 올라온다.
주은은 사회의 위계적 헤게모니에 대응해 예술가로서 작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모색한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언어가 분할하는 보이지 않는 경계에 주목하며 언어를 통해 구획되는 계급과 불평등의 상황을 폭로한다. 오직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삼아 수시로 변화하는 언어의 사용법과 단어들 그리고 그것을 일일이 배우고 익히며 따를 수밖에 없는 장애인들의 보이지 않는 또는 비장애인들이 보려고 하지 않는 노력을 화면 안에 전위시킨다. 작가는 그동안 아주 작게만 보이던 수화통역사의 모습을 가득 채운 화면을 통해 오로지 비장애인의 편의성에만 맞추어져 사용되는 언어를 의도적으로 단번에 이해하기 어렵고 불편한 것으로 만들어 일상적 언어 사용에서 미처 간과되고 있는 지점들을 드러내 폭로한다. ● 주인을 잃은 것들이 가득 모인 '분실물 보관소'처럼 『Lost and Found』 전시장에는 언제, 어디서 잃어버린지도 모를 삶의 이야기들이 켜켜이 쌓여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또 다른 생시몽주의자인 바로(Barrault)는 창조력과 설득력을 갖춘 예술가들이 스스로의 빛으로 사회의 어둠을 앞장서 밝히는 "램프"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2) 미처 잃어버린지도 모른채 찾아볼 수도 없었던 것들을 가린 어둠을 밝히는 두 작가가 조심스레 찾아 꺼내놓은 작고도 거대한 것들을 킴스아트필드미술관에서 만나보기를 바란다. ■ 이지인
* 각주 1) Onlinde Rodrigues, "L'Aritise, Le Savant, et L'Industriel", Opinions littéraires, philosophiques, et industrielles, Paris: Galerie de Bossange Pere, 1825. p. 341. 2) Emile Barrault, L'Art, Paris: Éditions Denoöl, 1932, pp. 491-492.
Vol.20230506e | Lost and Found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