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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17717 협력 / 임경민_김선문 포스터 디자인 / Graphic 17717
관람시간 / 일_11:00am~06:00pm / 월~토요일은 사전예약 관람만 가능 예약신청 : [email protected]
17717 서울 성북구 성북로8길 11 Tel. +82.(0)10.4441.7717 www.17717.co.kr @project17717
삶으로의 초대: 미지의 것이 함께 오는 것 ● 이 글은 2015년에서 현재까지 이어지는 장기프로젝트에 대하여 2021년에 작성된 글이다. ● 삶은 복잡하게 얽힌 관계들로 가득하다. 원했거나 원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예상했거나 상상도 못 했던 일일 수도 있는 관계들이 인생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한다. 그러나 그 처음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면 아마도 대부분은 후에 어디로 뻗을지는 몰랐던 선택으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살면서 맺게 되는 인간관계 또한 그렇다. 환경이 변하기도 하고, 학교나 직장이 바뀌기도 하면서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는 만남을 거듭한다. 어느 시에서 사람이 온다는 건 한 사람의 일생이 오는 일이라고 했다.1) 달리 말하면, 앞으로 그 사람과 만남으로 겪게 될 미지의 일들, 그 사람과 관계되어 걷잡을 수 없이, 눈에 보이지 않게 뻗어나가는 영향과 변화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지난 6년을 돌아봤을 때 그 관계가 예상보다 더 깊고, 다양하게 내 삶에 번져 나가고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이 김인숙 작가다. 근무하던 곳의 프로젝트로 함께하게 되었는데 이후 큐레이터로서 작가의 프로젝트를 이해하고 참여하는 방법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지역을 이해하고, 긴 시간 대상을 바라보는 마음에 나와 사회의 의도와 방향성을 개입시키지 않는 작가의 작업 태도는 때때로 나의 의식을 깨워주었다. 작가는 프로젝트에 지원하여 초대되었지만, 그 초대는 앞으로 일어날 미지의 것들과 함께 내게 왔다.
김인숙 작가와의 만남은 성북동에서 시작되었다. 아마도 토지구획정리사업 시기(1936~41년)에 지어졌을 작은 도시한옥 두 채를 정리하여 레지던시 및 전시공간으로 활용하였던 '오래된 집 재생프로젝트'에 선정된 작가는 3개월의 시간을 밀도 높은 활동으로 가득 채웠다. 무척 낡고 삶의 흔적이 옅었던 공간은 작가가 구해 온 낡고 오래되어 폐기되는 텔레비전, 성북동 주민으로부터 빌려온 예스러운 가구들, 작가의 소품들 그리고 작품으로 누군가를 초대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곧 작가와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초대에 응하여 삼삼오오 오래된 집을 방문했다. 그들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서로는 낯설기도 한, 하지만 작가와는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잔치에 초대받아 음식을 나누며 가족 잔치의 일원이 되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작품에 담긴 그들의 대화와 인터뷰를 통해 각자가 생각하는 가족의 의미와 범주를 듣게 되는데, 그 내용을 따라가면 자신의 생각은 어떤지 스스로 확인하게 된다. 프로젝트 명은 「가족이 되는 집(House to Home)」이었고, 프로젝트가 진행된 3개월은 그 이름이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여러 사람이 가족이 되어간 시간이었다.
「Ari, A letter form Seongbuk-dong」은 오래된 집 재생프로젝트 이후로 성북동 곳곳을 다니며 지역의 성격, 역사 그리고 변화를 직접 듣고 볼 수 있는 자리에 함께했던 경험들과 관계가 있다. 소녀 아리와 함께 성북동의 곳곳을 보게 되는 이 작품은 당시의 성북동을 담았고, 6년이 지난 지금의 성북동과는 제법 다른 모습을 볼 수 있기에 향수를 느끼게 된다. 성북동 초입의 전철역 주변으로부터 작품에 나오는 북정마을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나지막하고 작은 대문을 가졌던 도시한옥 중 많은 수가 사라지고 빌라나 상가건물이 되었고, 일부 남은 곳은 골격을 유지한 채 카페 등 상업공간이 되었다. 김인숙 작가와 함께 참여했던 서울 도시한옥의 발생과 현황에 대한 강의와 답사는 도시한옥 문화가 사라지는 것을 막지 못하는 것인가 하는 마음에 안타까움을 자아냈지만, 이후에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더듬어보면 성북동과 내가 인연을 맺고 일해온 지난 15년 남짓의 기간동안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으로 불리는 변화의 과정을 봐왔다. 역사가 길고 문화유산이 많을 뿐 아니라 숱한 문인과 화가들이 어울려 지낸 이곳은 매력적인 곳이 많아 드라마 등의 대중매체를 통해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노후 된 공간들은 틀을 유지한 채 재생되기도 하고 새로 지어지기도 하며 점점 빠르게 변해갔다. ● 이번 전시를 앞두고 작가와 이 두 작품을 관통하는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나누었다. 변화는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상황에서 한 최선의 선택의 집합이라는 생각, 걱정했던 일이 일어나겠기도 하겠지만 바뀌어 가면서 정말 필요했던 일이었음을 알게 되기도 한다는 내용들이었다. 100년 후에 사라지는 것, 그 대상 자체는 변하겠지만 어느 세대가 되었건 변화에 대해 아쉬워하는 마음이나 혹은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경험은 비슷하지 않을까. 무엇이 변하는지는 우리 각각의 마음과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변화가 한 편으로는 아쉽고 또 변화로 인해 오는 것들에 대해 아쉬운 만큼 반가워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이런 다름이 서로 녹아들어 익숙할 때쯤 다시 변화가 요구되는 시기가 온다는 것을 사실 우리는 알고 있는 것이다.
원래 성북동이 가진 정서를 해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북동이라는 지역이 결국 변화를 맞이하게 된 것처럼 우리의 삶은 관성을 벗어나는 미지의 일들을 걱정하면서도 변화가 일어날 선택을 하는 일상으로 가득하다. 김인숙 작가가 관계있는 사람들을 초대해 가족의 의미를 이야기하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성북동이라는 곳이 작품을 통해 아리를 초대했던 것처럼 우리는 미지의 일이 반드시 함께 오는 변화를 삶으로 초대하고 있는지 모른다. 태어나는 순간에는 전혀 알 수 없었던 타인인 수십억 명의 사람 중 한 사람과 결혼을 하는 것도, 직업을 정하는 것도, 환경의 변화와 다양한 사정으로 이사를 하는 것도 모두 삶으로 미지의 것을 초대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그 초대로 맞이할 변화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없고 그래서 두려워 망설이기도 하겠지만 그렇게 삶이 이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개인의 삶은 제각각 다른 디테일을 가지고 있다. 국적, 종교, 피부색과 머리카락 색, 언어를 포함해 수없이 많은 차이점이 있지만 우리는 대부분 태어나고, 성장하고, 노화하고, 사망하는 과정 안에서 부모, 친구, 이웃, 동료, 배우자, 자녀 중 어떤 존재라도 만나게 되며 서로를 의식했든 아니든 각자의 선택과 그로 인한 미래까지를 일상을 통해 나눈다. 김인숙 작가는 다른 개개인의 일상을 작품에 담아내면서도 차이 너머 존재하는 보편을 포착한다. 작가는 개인에게는 유일하고 특별한, 그래서 반짝이는 일들을 작품에 담아내지만, 그것을 통해 결혼, 가족, 이사와 같은 일이 드러내는 삶의 보편성을 이야기한다. 이번 전시의 작품이 성북동을 담았지만, 성북동에 한정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는 작품을 통해 변화를 목도할 수는 없지만, 그 지역의 성격이 변화 앞에 있었던 모습을 통해 변화를 이야기 할 수 있다.
이번 전시가 롯본기와 혼고, 두 지역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각각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내재해 있는 보편을 포착하는 김인숙 작가의 시선을 담은 작품은 시너지를 낼 것이다. 각 지역의 성격이 서로 다르고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갖가지 특징이 있겠으나 마을이 도시가 되고, 도시가 다시 주변화되면서 변화가 필요한 시기가 온다는 사실은 작가가 말하는 '보존과 갱신'의 이슈를 통해 바라볼 때 작품을 감상하는 각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용을 할 것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활동한 김인숙 작가는 경계를 긋고 있는 다른 두 곳 사이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서로는 분명 과거나 현재에서 미래로 나아가며 떠나보내고 받아들이는 양식이 달랐다. 그러나 작가는 더욱 길고 넓은 관점에서 봤을 때 각자가 겪는 큰 흐름은 다를 바 없는 환경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기에,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성북동에 관련한 작품은 다름을 드러내기보다 넓게 보았을 때 같은 흐름 안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작가는 대상의 특수성을 소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잘 드러냄으로써 작품을 감상하는 자신의 생각을 꺼내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자신도 모르게 긋고 있었던 경계선이나 꼭 정하지 않았어도 될 원칙, 경직된 논리를 부드럽게 전복시키는 작가만의 방식은 무척 매력적이다. 작가는 작품의 의도나 개념을 드러내기 위하여 섬세하고 시간이 필요한 사전작업을 한다. 참여자에게 작가 자신이 하고 있는 작업에 대한 것, 참여할 프로젝트의 의미와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작품의 목적에 기여하는 역할을 주기보다 작품의 방향을 이해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많은 힘을 쏟는다. 그리하여 현장은 편안한 무대가 되고, 촬영장비가 앞에 있음에도 부드럽고 친근한 분위기와 현장의 상황을 담아낼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이 충분히 녹아있는 작가의 표현 방식은 작가가 20년 전부터 해 오던 모든 작업의 기초라 할 수 있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자신의 정체성을 외부로부터 규정당하고 그것을 낱낱이 밝히기를 요구받았던 시기였기에 작가는 작품이 의도와는 다르게 판단되고 원치 않는 논리 안에 편입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때와는 달라진 현재가 작가 개인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경계가 흐려지고, 본인 의사와 상관없는 판단을 거부하며, 개인의 정보를 내어놓지 않아도 소통이 가능한 지금은 작가가 해 온 노력들이 드러나기 좋은 환경이다. 나이를 몰라도 친구가 될 수 있고, 언어가 달라도 같은 것을 좋아하는데 서슴없고, 국적은 몰라도 서로가 아는 나라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어 좋다. 내가 어느 편에 서 있어도 그것은 고정적이지 않고 더 나은 것, 더 믿는 것을 그때그때 달리 선택한다.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먼 누군가의 선택이 같은 시간대에 지지와 공감을 얻는다.
팬데믹 상황은 우리 모두에게 제약을 가했지만, 세상은 다른 층위의 만남에 속도를 붙였고 외적 분류는 의미를 잃어 기준이 유동적으로 확장되며 변화하고 있다. 알지 못했던 이 어려움이 새로운 가능성을 현실로 초대하고 우리에게 닿고 있다. 누구나 혼자의 시간을 이전보다 더 가지게 되어 타인의 고독과 외로움에 공감한다는 표현이 많아지고, 먼 혈육보다 가까운-온·오프라인 상으로- 사회적 관계에 운명공동체로서의 의식을 느끼며 일상을 영위하고 앞으로 올 미지의 시간에 대한 두려움을 함께 헤쳐나간다.
이런 변화는 80년이 훌쩍 넘은 오래된 집에서 혈연관계가 아닌 사람들과 가족이 되어 보는 것, 내게 가족의 범주는 어디까지인가 질문해 보는 것, 변화를 앞둔 지금을 사랑하는 것, 새로움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 내가 있는 세상을 긍정하는 것, 아리와 같은 어린 소녀의 성장에 관심을 두고 지지하는 것을 경험하게 해준 김인숙 작가의 작품을 5년 만에 다시 만나며 더욱 깊이 와 닿았다. 내게 이 작품들이 그러했듯, 이 전시가 관람하는 누군가의 삶에 기꺼운 변화를 초래하는 초대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사람 그 자체로 서로를 알아가며 미지의 시간까지를 응원하고 있는 김인숙 작가에게 보내는 마음처럼, 이 전시를 보는 누군가의 미지의 시간에도 응원을 보낸다. ■ 임경민
* 각주 1) 한국의 시 「방문객」 (정현종 지음), 전문은 아래와 같다. 사람이 온다는 건 /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그는 / 그의 과거와 / 현재와 / 그리고 / 그의 미래와 함게 오기 때문이다 /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부서지기 쉬운 /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 마음, /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 관람 방법 - 월~토요일은 예약 관람만 가능, 일요일은 작품 관람만 가능합니다. - 예약은 메일로 신청:[email protected]에 성함, 관람을 원하시는 시일, 참여 인원을 적어주세요. 확인 후 예약 완료 메일을 보내드립니다. 원하시는 시일에 이미 예약이 되어 있는 경우, 다른 시일로 상의드리겠습니다. (한 팀당 4인까지) - 예약 관람 시에는 약 1시간 반, 갤러리에 계실 수 있습니다. (전시 관람 후 김인숙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포함) - 김인숙 대화전은 관람객과 직접 대화를 나누기 위하여 개최하는 참여형 전시이며, 관람객과 소통하는 과정을 담아 작품을 제작하는 오픈스튜디오 형식의 개인전입니다. - 관람 예약 시 동의하신 분은 대화하는 모습을 촬영하여 작품을 제작할 계획입니다.
Vol.20230506c | 김인숙展 / KIMINSOOK / 金仁淑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