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산책

이번 전시는 변대용 작가의 대규모 입체 설치 작품 전시이다. 작가는 동물 이미지를 활용하여 유머러스하게 사회 현상을 풍자하는 작업을 해왔다. 전시에 주로 등장하는 북극곰은 작가의 작업 중 가장 대표적인 소재이자 환경문제를 시사하고 인간의 욕망을 꼬집는 역할을 했다. 작가는 부드러운 방식으로 인간의 모순적인 측면을 다루고 현실의 위기를 경고해 왔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서는 위로를 전달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2023년 전시를 위한 신작인 대형 설치작품 속 북극곰은 달빛 아래 고요히 멈춰 명상한다. 작가는 이상원미술관에서 2020년 개인전 [내면풍경] 이후 동일한 공간에서 두 번째 전시를 준비하며 미술관의 장소적 특성을 참고했다. 미술관 건물의 동그란 형태와 치유를 선사하는 자연환경을 염두에 두었다. 달은 한낮의 태양처럼 강렬하지 않지만 어둠 속에서 의지할 수 있는 고마운 존재이다. 팬데믹, 온난화, 양극화, 전쟁 등 현대인의 내면과 환경은 극단적인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아이스크림의 달콤함을 닮은 욕망에 심신을 내맡긴 인간에 의해 자연마저도 파괴되어 존립이 위태로워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변대용 작가의 이전 전시제목이자 작품명인 [아이스크림을 찾아 떠난 여행]에서 북극곰이 보금자리를 떠나기까지 하면서 쫓을 수밖에 없었던 아이스크림은 인간의 '욕망'이자 북극곰의 '비애'를 상징했다. 점차 다층적으로 암울해지는 현실을 당면하여 작가는 비판적인 풍자를 내려놓고 '위로'와 '희망'을 이야기한다. 작품을 통해 잠시라도 미소 짓고 평범한 것에 대한 감사와 함께 천천한 속도로 살아가기를 제안한다.

변대용_달빛산책_이상원 미술관 3층_2023

변대용_길을 나서다_이상원 미술관 3층_2023

변대용_내가 곰인걸 잊지마_이상원 미술관 2층_2023

작품은 파스텔톤의 화사한 색감과 매끄럽고 부드러운 표면, 단순하게 정련된 형태를 통해 평안함과 즐거움을 전달한다. 전시에는 2012년 작품부터 2023년에 제작된 신작까지 총 41점이 소개된다. 전시의 대표작은 8m 높이의 공간에 거대한 달을 배경으로 북극곰과 날개 달린 곰이 함께 있는 [달빛풍경/2023]이다. 가로 길이 5.4m에 이르는 대형 작품 [길을 나서다/2021], 기후위기로 인한 파국을 강렬하게 경고하는 작품 [내가 '곰'인걸 잊지마/2018]가 포함된다. 작가만의 개성이 두드러진 20점의 부조 작품도 전시된다. 곡선과 볼륨감을 중시하는 변대용 작가는 부조를 통해서 조각적인 입체감과 더불어 회화적인 색감과 추상적인 시도까지 아우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자전적 서사에서부터 현대인이 처한 위기와 인간 존재의 모순적인 측면까지 아우르는 변대용 작가의 작품 세계를 총망라했다고 할 수 있다.

변대용_페르소나와 후드를 쓴 곰_이상원 미술관 2층_2023

변대용_길 위에서와 붓을 든 곰_이상원 미술관 3층_2023

변대용_작업실 고양이_이상원 미술관 2층_2023

변대용_임신한 화면 조정_이상원 미술관 2층_2023

작가는 부산에서 출생했고 부산대학교 조소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작품은 흙으로 빚어서 원형을 만들고 FRP(섬유강화 플라스틱) 또는 레진으로 제작한 후 자동차 도료로 도색하여 완성한다. 산업용 재료가 가지고 있는 차가운 속성에도 불구하고 작품에는 세심하고 따뜻한 작가의 감성이 드러난다. 50여회의 개인전 및 200여회의 그룹전을 열었다. 중앙미술대전 특선을 비롯하여 송은문화재단 선정 작가, 부산청년작가상 등을 수상했으며,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삼성공항철도역, 포항스틸아트 등에 작품이 소장되었다. ■ 이상원 미술관

Vol.20230506a | 변대용展 / BYUNDAEYONG / 卞大龍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