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계 Scaffolding

"나는 오늘날 회화의 한계와 가능성을 탐구하며 회화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완성된 공간이나 건축을 보여주기보다 그 이전에 임시적이고 가변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이전 회화에 사용된 소재들이 주로 완성된 건축 공간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번 회화의 소재는 날것의 재료와 건축 표면을 구성하고 있는 부가적인 요소들이다. 아직 완성되기 이전, 어떤 변화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물성의 상태에 집중하면서 추상적 회화를 통해 관람자를 이야기의 장으로 초대하고 사유를 지속해보고자 한다." - 작가 인터뷰 중

이희준_The Map to Neptun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포토콜라주_100×100cm_2023

이희준_비계 Scaffolding展_금호미술관_2023

작가 이희준(b.1988)은 자신의 주변을 둘러싼 도시 환경과 건축적 공간에서 이미지를 수집한다. 공간이 만들어내는 비례와 균형, 형태와 색채로부터 미감을 발견한 작가는 이를 캔버스 위에 재구성한다. 기하학적 형태의 색면과 수직, 수평의 선 등으로 기호화된 추상의 화면은 공간에 대한 작가의 경험을 시각화한다.

이희준_Utopia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포토콜라주_91×91cm_2023

이희준_비계 Scaffolding展_금호미술관_2023

이번 개인전 《비계 Scaffolding》에서는 건축 시공 과정의 임시 구조물인 '비계(scaffolding)'의 개념을 접목한 회화와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이전까지 주로 완성된 건축 공간을 소재로 다루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비계를 설치하고 어떤 건축이 완성되기까지의 가변적 환경에 대한 관심과 관찰에서 시작하여 건축 재료와 표면이 가지는 임시적 속성과 변화 가능성에 주목한다.

이희준_If You Cut the Clouds With a Knif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포토콜라주_260×260cm_2023

〈If You Cut the Clouds With a Knife〉(2023)에서는 어떤 현장의 시멘트 면을 포착하여 확대한 포토콜라주 위로 비계에 드리워진 가림막을 닮은 색면과 선, 도형이 등장한다. 작가는 화면에서 특정 부분을 가리고 드러내며 공간을 재설정한다. 시공 현장에서 임시로 설치한 가림막이나 먹줄을 사용해 수직과 수평을 그린 스케치의 개념과 상통한다.

이희준_비계 Scaffolding展_금호미술관_2023

건물 외벽 장식, 조경용 돌의 표면 등을 포착하고 확대한 사진 이미지 위로 각기 다른 색면과 선, 도형이 다양하게 구성된 회화 작업들이 이어지며 새로운 공간감을 만들고, 전시장의 바닥을 덮은 보양재와 전시장 중앙에 설치된 단열용 압축 스티로폼은 유연하고 가변적인 환경을 조성한다.

이희준_Beyond the Horizon of a Black Hol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포토콜라주_91×91cm_2023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는 이미 완성되고 견고한 건축 공간에서의 일반적 경험이 아닌 공간의 다각적 경험과 인식의 확장을 유도한다. 또한 지속적인 사유와 대화가 생산되는 장을 제시하며 또 다른 시선으로 회화에 몰입할 수 있길 기대한다. ■ 금호미술관

○ 전시 연계 프로그램 『2023 금호영아티스트』 전시 2부 연계 아티스트 토크 - 1회차 - 참여 작가: 이희준 작가 - 일시: 2023년 5월 20일(토) 오후 2시 - 장소: 금호미술관(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18) 지하1층 전시실 - 신청 방법: 홈페이지 내 구글 설문 링크로 신청

Vol.20230505f | 이희준展 / LEEHEEJOON / 李喜濬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