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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아터테인
관람시간 / 02:00pm~06:00pm
아터테인 ARTERTAIN 서울 서대문구 홍연길 63-4 1,2층 Tel. +82.(0)2.6160.8445 www.artertain.com
아터테인 S ARTERTAIN S 서울 서대문구 홍연길 65 1층 Tel. +82.(0)2.6160.8445 www.artertain.com
갤러리 옆, 그릇가게 ● 인류가 처음 소떼를 쫓아 사냥하는 유목을 멈추고, 기름진 땅에 정착할 수 있었던 위대한 발명품중 하나는 그릇이다. 굳이 그릇의 의미를 찾자면, 정착이 시작되는 석기시대부터 무언가를 담을 수 있는 그릇으로 목재를 썼고, 목재에 수없이 많은 구멍을 내고 그 안을 파내서 사용하게 되면서 구멍의 옛말들이 변화되어 현재, 그릇이라는 의미로 발전되었다는 설이 있다. 결국, 그릇은 속을 비워내야 그 자체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어야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는 것이 그릇이다. ● 황연주 작가는, 이런 의미를 바탕으로 다양한 서사와 이야기를 담고 있을 그릇을 수집했다. 누군가의 어머니이자 아내였던, 할머니였던, 아버지고 삼촌이었던, 할아버지였던 그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그릇이다. 무언가 같은 것을 같이 담아 나눌 수 있는 것. 그때 느낄 수 있었던 공감의 순간과 이야기들. 결국, 작가의 수집은 그들의 추억을 담고자 하는 것이다. 그릇에.
처음 누군가 산 한 귀퉁이에 묻고 간 그릇들을 부장품처럼 파내고 씻어 간직하게 되면서 시작된 작가의 수집은 그릇과 함께 들려오는 삶의 의미에 대한 간절함이었다. 그 귀한 그릇을 누구도 가질 수 없게 버리고자 산에 묻었던 주인의 심정이 그리고 그것을 다시 세상에 보여야 하는 작가의 심정은 어느 한편 이어진다. 버리고 다시 수집하는 것 보다 그릇이 담아온 경험을 통해 실처럼 이어지는 가녀리지만 강력한 소통이고, 작가가 수집하고자 하는 가장 근본의 것이다.
그릇은, 어느 순간 무엇인가 같이 담아 나눌 수 있는 기능을 넘어 아름다움의 영역으로도 발전해 왔다. 쓰임의 기능보다 간직하고 감상하는 예술 향유의 대상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었다. 이는 시대를 가장 진솔하고 현실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것이 그릇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시대의 먹고 마시는 모든 것들을 보여주고 해석해 주는 가장 강력한 단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릇은 계급사회의 수치이기도 하다. 대부분 그릇이 고급화 되는 과정에는 귀족들이 있었다.
인류의 모든 역사를 같이 해 온 그릇은, 이러한 이유로 계급을 넘고 시대를 넘어 지금 우리가 무엇을 먹고 마실 수 있는지에 대해 나름의 방향들을 제시해 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누구나 다 만들고 쓸 수 있는 그릇의 시대. 그릇을 통해 더 이상 지배와 권력이 없는 시대에서 작가는 가장 자유롭게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그릇 가게를 열었다. 단지, 그릇을 사고 파는 것을 넘어 그 그릇들의 길고 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끌시끌한 가게를 열었다. ■ 임대식
지난 몇 년 간 "말하는 사물들"에 둘러쌓여 살았습니다. ● 내가 지니고 있는 모든 사물들은 그야말로 추억덩어리였습니다. 모든 것에 기억이 있었고 의미가 있었으며, 과거가 있었습니다. 그 사물들은 시도때도 없이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를,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냐고. 나는 아직 그 사물들과 함께 화해하고 사는 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그들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희망하기도 합니다. ● 나는 사물에 대해서 새삼스레 생각해 봅니다. 한때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기본에는 인간의 정신이 이루어낸 문명과 문화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던 적이 있었지만, 말하는 사물들을 마주하게 된 몇 년 간, 나는 그동안 내가 도외시하던 물질이 얼마나 세상을 촘촘하게 구성하고 있는지 깨닫고 있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그 기억과 정신이 남는다고 막연히 생각하던 적이 있었지만, 이제는 "질량 불변의 법칙"에 의해 지상에 존재하는 변형된 육체가 가지는 물질의 존재에 대해서 더 믿음이 갑니다. 어쩌면 떠나간 사람들은 공기로서, 흐르는 물과 흙과 같이 물질로서 우리 곁에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한편 사물의 가치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나는 그 사물에 담긴 시간과 함께 그 쓰임새와 역할을 어떻게 수행할 수 있는가를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내가 수집했던 그릇들이 한때 따뜻한 음식을 품었던 기억들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계속해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그 그릇들의 가치를 고민할 때 앞으로 더해질 시간의 가능성을 더해 보기로 했습니다. ● 전시장에 들어온 사물들을 우리는 흔히 "오브제"라는 개념을 빌어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전시장을 나간 사물은 어떠할까요? 나는 그것들이 "오브제"라는 이름으로 박제되기 보다는 사물 그 자체로서 기능할 때 비로소 그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사물들-그릇들은 나로부터 멀어질 때 그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사물의 범위는 제한적입니다. 나는 그것들이 나의 소장품으로서의 역할보다는 좀더 실질적인 역할을 찾아 세상으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 나는 나의 그릇가게에서 그릇을 구입한 여러분들이 그 그릇에 따뜻한 국과 찌개, 잘 구워진 생선을 담아 내기를 희망합니다. 그 접시들에 맛있는 빵과 치즈가 놓이기를, 향긋한 차 한잔이 담기기를 기대합니다. (2023. 4. 『H양의 그릇가게-Sold Out』을 위한 작가노트) ■ 황연주
Vol.20230505c | 황연주展 / HWANGYUNJU / 黃娟珠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