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23_0505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월요일 휴관
다다프로젝트 dada project 서울 서대문구 연희맛로 17-13 2층 blog.naver.com/soom_soop @dada.project_
"산과의 하모니는 경계 없는 울림이 되어 지금도 공명하고 있다." 그림에 담은 남북 화합 메시지를 전달하였던 5년 전 그 날을 기억하는가. 잊을 수 없는 그 날로 기억되어 많은 감동을 선사했었던 남북정상회담의 판문점 평화의 집 회담장엔 신장식 작가의 금강산, 로비엔 민정식 작가의 북한산 작품이 전시되었었다. ● 5년이 흐른 지금 '다다 프로젝트'의 이번 민정기·신장식 2인전은, 분단 현실의 국토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의도로 기획한 풍경화전으로 보인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북쪽의 금강산으로부터 남으로 설악산을 거치는 백두대간의 자연주의적 실경에 작가의 감각적 형식을 더한 신장식의 "북에서 남으로"와 같은 동선(動線). 서울 인왕산과 세검정 주변 삶의 풍경과 역사적 공간을 한 화면에서 기운(氣運)으로 병립한 민정기의 산수. 이 두 작가의 풍경에 대한 관점과 형상의 조우가 그 축이다. 휴전선이란 시의 한 구절인 "산과 산이 마주 향하"는 형세로 북과 남의 산이 한 전시 공간에서 마주하는 모양새다. 한반도 동쪽 산악지대의 금강산과 백두대간, 그리고 서쪽 서울의 인왕산이 서로 다른 미적 형식과 언어로 조우하는 그곳에서 상호 이질적인 두 작가의 풍경이 어떻게 긴장과 이완을 동반하면서 어울림 한판을 벌일지 궁금하다. 그리고 또 어떻게 우리들에게 감성적이고도 인문적으로 분단에 관한 미의식과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킬지 궁금하다. ● 비록 우회적이고 소극적으로 분단 현실을 제시하는 기획이지만, 이 두 작가의 "산과 산이 마주 향"하는 풍경의 지점에서, 관객 스스로 분단 현실에 대한 인식과 미적 깨달음을 얻기 바란다. ■ 다다프로젝트
"산과 산이 마주 향"한 풍경의 현장 ●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번은 천둥 같은 화산(火山)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姿勢)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 저어 서로 응시하는 쌀쌀한 풍경. 아름다운 풍토는 이미 고구려(高句麗) 같은 정신도 신라(新羅) 같은 이야기도 없는가. 별들이 차지한 하늘은 끝끝내 하나인데... 우리 무엇에 불안한 얼굴의 의미(意味)는 여기에 있었던가. / 모든 유혈(流血)은 꿈같이 가고 지금도 나무 하나 안심하고 서 있지 못할 광장(廣場). 아직도 정맥은 끊어진 채 휴식(休息)인가, 야위어가는 이야기뿐인가. / 언제 한 번은 불고야 말 독사의 혀 같은 징그러운 바람이여. 너도 이미 아는 모진 겨우살이를 또 한 번 겪어야 하는가. 아무런 죄(罪)도 없이 피어난 꽃은 시방의 자리에서 얼마를 더 살아야 하는가. 아름다운 길은 이뿐인가. /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번은 천둥 같은 화산(火山)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姿勢)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휴전선」, 박봉우) ● 「휴전선」이란 시다. 휴전 3년 후인 1956년 첫날 시인 박봉우의 이 시는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등장했다. 동족상잔으로 허리가 잘린 현실로부터 통일 조국에의 갈구를 토로한 내용이다. 그로부터 67년이 흐른 2023년 지금, 남북으로 갈라진 한반도는 어떻게 자신의 육체를 서로 부비는 자세로 통일 꽃을 피우고 있는가. 아쉽게도 그런 기미가 없어 보인다. 불과 5년 전 온 국민이 밤잠 설치면서 뜬눈으로 기다리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기억이 선연한데, 불행하게도 지금은 없다. 아쉽다. 어째서 그럴까. 어째서... 분단국의 작가는 전적으로 자유롭지 않다. 자유를 갈구하면 할수록, 부재한 그 자유가 실존의 주요 모멘텀인 역사라든가 시대 현실에 의해 끊임없이 간섭받고 포박되기 때문이다. 작가의 온전한 작업은 이 부재한 자유를 향한 갈구와 욕망이 되고, 그것은 또 결국 그 자유를 제어하는 정치적·윤리적·이데올로기적 잣대나 장치들과의 갈등을 노정 할 수밖에 없다. 표현의 자유를 향한 작가의 양심이 그런 제도적 부조리와 타협할 수 없어서 그렇다. 우리 현대사에서 문예 상당 부분이 자유를 제어하는 이런 여러 구조적 메커니즘과의 길항 관계에 있었음은 그래서다. 분단도 작가들이 극복하고자 했던 그런 모순된 기제 중 하나다. 현실정치 일선의 바깥에 있는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분단 현실·분단 현상·분단 극복의 희구를 용해해서 담아낼 수밖에 없었다. 그게 작가의 몫이니까. 서두에 인용한 '휴전선'과 같은 시와 더불어, '광장'을 위시한 여타 많은 분단 소설이 그런 예에 속한다.
물론 미술에서도 이런 경향은 당연히 있다. 한국전쟁을 직접 체험했던 6.25세대 작가들이 단발적으로 기록하거나 표현한 작품이 소량 있었지만, 본격적으로는 1980년대 등장한 일군의 작가들이 현대사와 분단을 작업의 주제와 소재로 지속적인 작업을 해왔다. 한국 근·현대사 전반과 분단을 상징적인 역사화로 형상화한 신학철, 분단 현장과 현상에 주목한 송창, 개별적인 분단 가족사를 사회적 서정으로 전형화한 최민화와 팝적 정치성의 손기환, 민정기의 '한씨연대기'와 같은 석판화 연작 등이 우선적으로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다. 이 외에도 여타 여러 작가들이 분단을 작업의 한 축으로 진행해왔다. 문제는 지금 6, 70대가 넘어버린 이 세대들 이후에는 분단 문제에 천착하는 작가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지나가 버린 역사가 아니라, 현재 여전히 당대적 민족모순으로 존재하고 있는 분단 현실이 젊은 작가들의 관심 밖에 있는 것은. 이는 과거 군부독재 정권의 분단을 핑계로 한 정치 사회적 억압을 체험하지 않은 세대의, 자유에 대한 갈증이 엷어져서 그런 것이라 여겨진다. 그만큼 분단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은 점점 옅어져 가고 있고, 보수와 진보를 막론한 정치권 또한 분단체제의 극복을 향한 대의명분을 스스로 유보 시키는 중이다. 오히려 분단 고착을 획책하는 극우세력이 점점 더 공고해지는 현실은, 분단극복을 향한 여러 담론과 실천의 위축과 축소를 반영하는 현상이라 답답하다. ● 분단을 넘어서는 길은 더 어렵고 더 힘들게 되었다. 그래서 더 아쉬운 거다. 5년 전 우리 모두 기대했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점점 더 멀어져 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중이라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단이 고착되어 보이는 듯한 지금의 이 난맥상은, 긴 역사에서 보자면 한낱 촌음과 같은 시간이자 잠시 도착된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정치든 문화예술이든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하는 과정인가에 따라서 그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것이니까. 미술도 마찬가지다. 작가의 시선과 인식, 여타 기획들이 새로운 담론과 형식으로 분단 역사와 분단 현실에 대한 미적 대안을 추출 해내야 하는 이유다. ● 근대 이후 풍경은 그 능동성을 사살당했다. 데카르트의 "인간이 자연의 주인이게 하라"는 말처럼, 인간 이성 중심주의가 자연을 소유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그에 따른 구획과 개발로 자연은 인간 욕망을 대체하는 자본으로 물화 되었다.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면서 자본주의 산업 프로젝트는 철저하게 자연을 능욕했다. 이런 현상은 뒤늦게 서구식 근대화를 타율적으로 이입한 한반도에서 더 심각하게 전개되었다. 일제의 전쟁 물자제공을 위해 식민지 강산은 착취되었고, 한국전쟁으로 피폐화되고, 이후 산업화 시대 국토개발정책을 거치며 온갖 명분과 목적으로 유린 되었다. 뿐인가, 산업화 대상이 아닌 경관 좋은 곳은 서구나 일본의 유명한 관광지를 모방한 키치로 천박하게 포장되고, 80년대 이후 국토는 투기 자본에 의한 부동산 개발 광풍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분단체제는 전 국토에 군사시설이란 쇠말뚝을 박았다. 병영지대·요새·철조망·콘크리트·참호·여타 군사 시설물들은 신음하고 있던 병상의 국토에 다시 한번 더 린치를 가했다. 산과 강과 대지는 파헤쳐지고, 철근과 콘크리트에 포박당한 채 지금도 아물지 않은 상처로 신음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가해는 이데올로기를 내세운 교묘한 위장으로 은폐되고 엄폐되었다. 돌아보라, 과연 남북을 가리지 않고 우리 국토에서 풍경이 스스로 그렇게 자연으로 존재하는 곳이 과연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이런 현실에서 풍경화는 우리 국토를 있는 그대로의 자연으로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 우선적으로 눈에 띄는 것은 천편일률적으로 미사여구 같은 조형의 자연 예찬 관념 산수화나 풍경화다. 분단 시대 모순된 정치 사회적 현실을, 요란한 화려함과 표피적 장식으로 화장 시키는 미의식의 결과물이다. 그것은 일종의 개발과 분단 이데올로기가 알게 모르게 우리들의 무의식에 무 비판적으로 축적된 결과이며, 결국 또 그것은 작가의 "미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자각이나 미학적 태도의 결핍 때문이란 결론에 이르게끔 만든다. 풍경화란 장르에 대한 당대적 접근법이나 새로운 시선과 미학과 인식이 필요한 건 그 때문이다.
'다다 프로젝트'의 이번 민정기·신장식 2인전은, 앞서 언급한바 분단 현실의 국토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의도로 기획한 풍경화전으로 보인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북쪽의 금강산으로부터 남으로 설악산을 거치는 백두대간의 자연주의적 실경에 작가의 감각적 형식을 더한 신장식의 "북에서 남으로"와 같은 동선(動線). 서울 인왕산과 세검정 주변 삶의 풍경과 역사적 공간을 한 화면에서 기운(氣運)으로 병립한 민정기의 산수. 이 두 작가의 풍경에 대한 관점과 형상의 조우가 그 축이다. 휴전선이란 시의 한 구절인 "산과 산이 마주 향하"는 형세로 북과 남의 산이 한 전시 공간에서 마주하는 모양새다. 한반도 동쪽 산악지대의 금강산과 백두대간, 그리고 서쪽 서울의 인왕산이 서로 다른 미적 형식과 언어로 조우하는 그곳에서 상호 이질적인 두 작가의 풍경이 어떻게 긴장과 이완을 동반하면서 어울림 한판을 벌일지 궁금하다. 그리고 또 어떻게 우리들에게 감성적이고도 인문적으로 분단에 관한 미의식과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킬지 궁금하다. 비록 우회적이고 소극적으로 분단 현실을 제시하는 기획이지만, 이 두 작가의 "산과 산이 마주 향"하는 풍경의 지점에서, 관객 스스로 분단 현실에 대한 인식과 미적 깨달음을 얻기 바란다. ■ 김진하
Vol.20230505a | 경계 없는 울림_산에서 산으로-민정기_신장식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