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tharsis

나인경展 / NAINKYUNG / 羅仁暻 / photography   2023_0425 ▶ 2023_0429 / 일,월요일 휴관

나인경_katharsis 1_50×40cm_202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화요일_03:00pm~06:00pm 토요일_11:00am~04:00pm / 일,월요일 휴관

비트리 갤러리 B-tree gallery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94 홍익대학교 홍문관 1층 Tel. +82.(0)2.6951.0008 www.b-treegallery.com

사진 너머, 카타르시스를 향해_화면을 뒤흔드는 멜랑콜리 ● 나인경 작가의 개인전 『Katharsis』는 대상에 대한 사유와 사진 매체 안에서의 시각적 실험들을 담아 새로운 시리즈를 선보인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을 관통하는 작가의 키워드, '카타르시스'는 예술에서 예술적 승화와 감정의 해소의 의미를 담고있다. '카타르시스'를 예술의 범주로 가져온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 - B.C 322)의 "시학(Peri poiētikēs)"에 따르면, 감정적 체험인 카타르시스 효과는 비극을 전제로 이루어진다. 관람의 과정에서 우리는 비극적 대상에 자신을 투사하는 과정을 통해, 동전의 양면과 같이 '슬픔', '연민'과 같은 감정에서 '해소'로 전환되는 정서적 효과를 얻는다. 이번 전시에서 일상의 비극을 다룬 작품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통해, 작가는 관람객에게 일상의 비극 그리고 이를 해소해가는 개개인의 방식에 대하여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나인경_katharsis 2_50×40cm_2023
나인경_katharsis 5_87×70cm_2023
나인경_katharsis 4_87×70cm_2023
나인경_katharsis 3_87×70cm_2023

작가에게 주방과 냉장고 속은 엄마이자 아내로의 의무감과 수행성이 교차하는 동시에 고유한 영역으로 받아들이는 공간이다. 주방과 냉장고에서 바쁜 일상으로 사용할 시기를 놓쳐 손상된 과일과 채소를 발견할 때, 그 작은 비극은 그녀의 감정을 뒤흔들고 그 공간을 스트레스의 영역으로 바꾼다. 작가는 순간적인 죄책감과 분노를 대변할 주변의 날카롭거나 공격적인 유리병이나, 칼, 포크 등을 무의식적인 시각으로 발견한다. 이것들을 바라보는 행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정을 가라앉히고 작가를 스트레스의 '그 곳'으로부터 서서히 밀어낸다. 이 심리적 변화의 과정을 한 장의 사진으로 담기 위해 나인경 작가는 여러 시차의 이미지들을 중첩해 그 경계면을 와해시키고, 뒤흔들며 회화적 인상을 연출했다.

나인경_katharsis 9_112×90cm_2023
나인경_katharsis 10_112×90cm_2023
나인경_katharsis 13_88×70cm_2023

일련의 장면들이 풍기는 멜랑콜리(Melancholy)한 풍경은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1892-1940)이 17-18세기 독일 바로크 비애극(Trauerspiel)에서 발견한 우울감-멜랑콜리와 17세기 네덜란드와 벨기에 지역에서 성행한 바니타스(Vanitas) 정물화를 연상케 한다. 전통적인 서구의 정물화의 구도를 일부 작품에서 오마주한 나인경 작가의 카타르시스는 삶의 덧없음을 상징할 수 있는 사물들-꽃, 모래시계, 왕관, 해골, 촛불 등-을 통해 바니타스적 관점을 이미지에 부여한다. 상한 과일과 채소 그리고 제기능을 하지 않고 있는 주방의 기물들은 작가의 심리를 대변하는 대상들인 동시에 탐구의 대상들이다. 우리는 이러한 바니타스(Vanitas)의 관점에서 벤야민의 멜랑콜리 이론을 다시 살펴볼 수 있다. 예술작품에서 밴야민의 멜랑콜리는 사유와 관념을 전달하기 위해 제시된 사물요소들을 배치(Konfiguration)하고 사물들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객관적인 이미지이다. * 이 객관적인 이미지를 통해 우리는 잠재된 비극 속으로 잠입할 수도 있고 그 너머의 카타르시스로 관통할 수도 있다.

나인경_katharsis 12_88×70cm_2023
나인경_katharsis 11_88×70cm_2023
나인경_katharsis 14_50×40cm_2023

예술가에게 멜랑콜리는 이미지를 뒤흔드는 감정의 파장이자 비극 너머의 카타르시스로 넘어갈 수 있는 여러 문턱 중 하나이다. 나인경 작가의 비극적이며 서정적인 피사체들은 사진 속에서 우리의 시선이 쉽게 침투해 그 너머를 꿰뚫을 수 있도록 모호한 경계면과 잔상과 같은 중첩적인 이미지를 제시한다. 전시의 제목처럼 이 작품들을 통해 작가와 관객은 카타르시스에 도달할 수 있을까? 그 여정은 관객이 다시 응시하는 만큼 지속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들이 일상의 비극을 재발견하고 카타르시스로 나아가는 자신만의 길을 발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 김미교

* Walter Benjamin GS Gesammelte Schriften, Bd. I, Unter Mitwirkung von Theodor W. Adorno und Gershom Scholem, Herausgegeben von Rolf Tiedemann und Hermann Schweppenhäuser, (Frankfurt am Main: Suhrkamp Verlag, 1981~1991) p.208

나인경_katharsis 8_140×110cm_2023
나인경_katharsis 7_140×110cm_2023
나인경_katharsis 6_140×110cm_2023

나인경은 작업 katharsis 에서 그의 바쁜 삶의 흔적이기도 하고 죄의식의 원천이며 스트레스의 근원이기도 한, 냉장고 속의 썩은 음식들을 주제물로 삼아 자신의 무의식 안의 곰팡이처럼 천착한 상처들을 응시하였다. 주제물인 상한 음식은 무의식 안의 상처를 표상한다. 그것과 아무런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유리병이나, 칼, 포크 같은 시각적 요소들을 이용하여 그가 입은 내상과 분노를 나타내고자 하였다. 남자는 집안일을 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의 틀 안에서 하루를 살아내야만 하는 의지와 누적된 피로가 뒤섞여 작업을 위해 상한 음식을 오랫동안 응시하기 이전에는 이 정서의 정체는 모호하고 불확실한 것이었다. 작가는 그 모호성을 프레임 안의 시각 요소들을 흔들고, 움직이고, 어떤 경계의 지점에서는 흐릿하게 하여 표현하였다. 여러 시점에서 선택적 초점으로 주제물과 배경물 사이에 계층구조를 만들면서 촬영하였다. 이는 이데아의 본질만큼이나 사물의 형상도 입체적 관찰로서만 그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므로 대상의 여러 측면을 하나의 이미지 안에 담으려는 의도였다. 이미지의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오래된 벽면이나 나무껍질, 낡은 대문, 녹이 슨 양철 표면 등에서 이미지를 채집하였다. 촬영 후, 의식 아래에 눌려있는 무의식을 나타내고자 디지털 편집을 통해 각각의 이미지들을 중첩하여 완성했다.

작가는 작업을 하는 동안 원래의 목적성을 상실하고 사진의 대상이 된 썩은 음식들을 오랫동안 응시하면서 어느 한순간 그 대상은 다름 아닌 그 자신이라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순간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하나의 대상을 여러 다른 시점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촬영하는 과정은 대상과 자아에 대한 사유의 시간이었다. 카메라 앞에서 의식(儀式)과도 같이 썩은 음식과의 조우가 주부로서의 무능까지 은폐해주지는 않겠지만 그대로 버려질 수밖에 없는 이 사물들과 오밤중에 벌이는 반일상(反日常)의 축제는 그의 죄의식을 잠시라도 잊게 해 주는 치유의 순간이었다. ■ 나인경

Vol.20230425a | 나인경展 / NAINKYUNG / 羅仁暻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