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거기에 있다

객관적 상황들이 주관적 필터를 거쳐 남게 되는 '기억'에는 두 손이 달려있어서 나를 따스하게 어루만지기도 하고. 날카로운 손톱으로 내게 상처를 주기도 한 다. 그 상처들이 내 머릿속과 온 몸에 남아서 보드라운 손길을 기억하며 위로 받기도 하고, 아픈 기억을 피하려 애써 외면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 다. 그 모든 기억이 결코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고, 내가 품어야 하는 내 세포들이라는 것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그 기억들을 미소로 맞을 수 있게 될 그날을 기대하고 있다. 그림을 구상하고, 스케치하고, 반복된 채색의 과정을 거치면서 나의 기억들을 회 상하며 밖으로 꺼내볼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머릿속의 기억들을 시각적 회화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했다. 행복한 순간이었다. 조그마하지만 클지도 모를, 붓질할 수 있는 재능이 주어졌음을 감사해야겠다. 나의 모든 기억들을 만들고 함께한 스쳐간 많은 이들에게 감사해야겠다. ■ 박찬미

박찬미_인연, 기억 시리즈._한지, 백토, 분채_53.7×44cm_2022

박찬미_축하합니다._한지, 백토, 분채_72.8×50cm_2023

박찬미_꽃사오던 날._한지, 백토, 분채_50×72.8cm_2023

박찬미_행복한 고래_한지, 분채_72.7×116.8cm_2022

박찬미_같이있던 날_한지, 분채_50×72.8cm_2023

박찬미_울다가 웃다가._한지에 백토, 분채_50×72.8cm_2023

되돌아갈 수 없는 삶에서 누구에게나 '기억'이라는 흔적은 남겨진다. 그 기억이 구체적인 상황과 모양으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추상적 형태와 말초적 감각으로 남아있기도 하다. 심지어 왜곡된 형상으로서 우리를 괴롭히기도 한다. 이번 전시는 나를 이루고 있는 기억들에 대한 인정과 포옹이다. 갖가지 형상의 기억들을 반복되는 채색의 과정과 동양화 재료의 특성을 이용한 얼룩의 결과물을 이용하여 표현함으로서 내면에 갇혀 있었던 기억들을 안으로부터 해제시키고 정신적 치유를 바라며 힐링의 목적을 이루고자 한다. 이 전시를 함께하는 이들도 나의 그림을 통하여 치유와 힐링의 감정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 갤러리 담

Vol.20230418c | 박찬미展 / PARKCHANMI / 朴讚美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