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Form : 형태와 본질 Figure and Nature

박종선展 / BAHKJONGSUN / 朴鐘善 / furniture   2023_0412 ▶ 2023_0430 / 월,공휴일 휴관

박종선_On Form : 형태와 본질展_뉴스프링프로젝트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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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3_0412_수요일_04: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화요일_11:00am~06:00pm / 월,공휴일 휴관

뉴스프링프로젝트 New Spring Project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45길 22 (한남동 745-6번지) Tel. 070.5057.0222 @newspringproject

문화기획자 강준혁 선생님의 에피소드는 집안에 있던 '가구' 하나가 우리의 인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이야기한다. 하나의 사물, 존재가 만들어내는 분위기와 그것을 가까이하는 이의 정서적 풍요로움 그리고 세상을 사는 삶의 방식과 태도로 연결되는 흐름은 사물의 기능을 넘어서는 예술, 문화의 영향력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더불어 인간의 몸과 가장 밀접하게 맞닿는 가구에는 그것을 만들고 사용하는 이의 삶의 경험과 논리, 때로는 역사가 체화 되어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박종선_Trans_audio_cast_202303_체리나무_82.9×255×41.5cm
박종선_On Form : 형태와 본질展_뉴스프링프로젝트_2023
박종선_On Form : 형태와 본질展_뉴스프링프로젝트_2023

박종선 작가는 더하지 않고 끊임없이 제거하는 과정을 통해 사물의 간결한 형태를 바라본다. 장식이 제거되어 사물의 형태가 온전히 드러나면, 불필요한 곁가지가 제거되고 사물의 정수精髓만이 남아있는 듯, 작가의 작품은 충분히 풍부하고 우아해진다. 형태의 간결함은 사물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보다는 그 사물이 놓이는 주변공간으로 시선을 돌리게 하며, 그것이 놓여지는 공간과 사용자 사이의 관계를 환기시킨다. 또한 간결한 형태는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인 형태로 박종선의 가구를 일시적으로 왔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 영속적이며 견고한 디자인으로 남게 한다.

박종선_Trans_lego_shelf_202303_흰 떡갈나무_146×490×40cm
박종선_On Form : 형태와 본질展_뉴스프링프로젝트_2023

박종선 가구의 간결함에는 좋은 형태를 위한 구성의 논리가 담겨있다. 「Trans_lego_shelf_202303」에서 사각형의 모듈은 서로 간의 적절한 간격과 일정한 변주를 가지며 쌓아 올려진다. 가로로 긴 모듈을 세로로 가로지르는 구조물, 서랍과 같이 막힌 형태의 등장으로 지루하지 않다. 이들의 리드미컬한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5미터라는 물리적 길이에 대한 감각은 사라지고, 시각적 즐거움만 남는다. 건축 조감도를 연상시키는 「Trans_lowtable02_202303」은 밋밋한 테이블 상판에 건축적 층위를 부여하며, 높낮이의 다름을 통해 제한된 평면구조에서 변화를 꾀한다. 「Trans_diningtable_202303」의 모서리는 각을 세우며 날카로웠다가 테이블 어디쯤에서인가 어느 순간 부드러운 곡선으로 변해 있다. 작가는 정해진 형태 안에서 감각적으로 비례와 균형을 찾고, 이를 통해 작품에 위트를 더한다. 간결함의 미학, 기본의 미학을 깨트리지 않고 균형점을 찾아가는 작가의 세밀한 움직임은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갈고 닦는 구도자의 길처럼 경건하기까지 하다.

박종선_Trans_matchbox01_202303_스테인리스 스틸(6T)_41×60×35cm
박종선_On Form : 형태와 본질展_뉴스프링프로젝트_2023
박종선_Trans_wallunit_202303_흰 떡갈나무, 호두나무_37×190×25cm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보여지는 작품인 「Trans_rocking_01_202303」는 유연한 흔들의자였다가 어느 순간 다시 반듯한 의자가 된다. 어떤 형태가 갖는 고정적인 기능을 거부하는 작가는 유연한 자신의 의지를 사물에 투영한다. 앉은 이가 의자에 갇히지 않고 쉽게 의자를 벗어 날 수 있게, 그리고 하나의 자세에 고정되지 않도록 움직임을 부추기는 형태는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이 사물의 기능에 갇히지 않고 사물 또한 그 형태에 갇히지 않게 한다. ● 휴식하고, 수납하고, 작업하는 단순한 기능을 넘어서 문화적 영향력을 갖는 가구에는 그것을 만든 이의 정신과 철학이 깃들어있기 마련이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 담아내고자 하는 본질은 형태에 대한 고민을 통해 더욱 명확해질 수 있다. 하지만 본질은 작가의 결과물에서 끝나지 않는다. 일상과 호흡하며 역사를 담고, 공간을 채우고 삶을 채우는 박종선 가구의 본질은 어쩌면 이를 사용하는 이들에 의해 완성되는 것일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을 담아내기 위해 작가는 재료를 선택하고, 형태를 가다듬으며 정갈하게 움직인다.

누군가의 쓰임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도록, 그리고 삶에 풍부함을 더하고, 사물의 정해진 기능에 얽매이지 않으며 사용하는 이에게 사고의 유연함을 부여할 수 있도록, 형태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통해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는 과정, 박종선 작가의 작업이 그렇다. ■ 오태인

Vol.20230412g | 박종선展 / BAHKJONGSUN / 朴鐘善 / furni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