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2022

서울아카이브사진가그룹 SAPG 출판기념 사진展   2023_0405 ▶ 2023_0417 / 일요일 휴관

서울아카이브사진가그룹SAPG_종로간판_피그먼트 프린트_120×90cm_2022

초대일시 / 2023_0405_수요일_05:00pm

서울아카이브사진가그룹 SAPG 김대환_김래희_김은혜_박수빈 박여옥_이의우_전용혜_한기애

주최 / 서울아카이브사진가그룹 SAPG

관람시간 / 11:00am~07:00pm / 토요일_12:00pm~06:00pm / 일요일 휴관

와이아트 갤러리 YART GALLERY 서울 중구 퇴계로27길 28 한영빌딩 B1 3호 Tel. +82.(0)2.579.6881 www.yartgallery.kr blog.naver.com/gu5658 @yart_gallery

서울아카이브사진가그룹(SAPG)은 2020년에 창립되어 대한민국 서울의 길을 중심으로 아카이브적인 사진을 작업하는 사진가 그룹이다. 「을지로 2021」 (와이아트갤러리 2021), 「청계천 景∙遊∙場」(청계천역사박물관 2022)을 전시했다. 사진집 서울아카이브길시리즈① 『을지로 2021』 (눈빛출판사 2022)와 서울아카이브길시리즈② 『종로 2022』 (눈빛출판사 2023)를 출판했다.

프롤로그 ● 『종로 2022』는 급변하는 서울 도심지 종로의 현재 모습을 남기려는 사진가들의 열망으로 기획되었다. 과거의 잔재는 흔적 없이 지워지지 않는다. 비록 건물이 부서지고 사람들이 떠났어도 한동안 인간의 기억 속에 머무르게 된다. 하지만 기억이란 퇴색되고 변질되는 것이어서 한계가 있다. SAPG 사진가들은 카메라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지나간 자취를 찾고 부서지는 건물을 기록하여 망각으로 사라지는 흔적을 화석처럼 남기고자 시도하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이 시대를 사진으로 증언하려고 2022년 종로의 오래된 현재를 담았다. 물론 이 이미지들에 대한 해석은 독자와 후대의 몫으로 남긴다. ■ 서울아카이브사진가그룹 SAPG

아카이브 사진의 힘-미래와의 대화 ● 대체로 아카이브(Archive) 사진은 재미없고 무미건조한, 상투적인 이미지로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연구의 대상으로서 기록되는 아카이브용 사진은 자료로서 전형적인 정보의 가치를 우선하기 때문에 사진가의 어떠한 감정의 개입 없이 객관적인 태도로 엄정하게 기록된다. 따라서 이때 아름다움은 부차적인 것으로 미적 판단의 대상이랄 것도 없는 예술사진과 무관한 것처럼 보인다. 즉, 아카이브 목적으로 활용되는 사진은 유용성을 띤 시각 자료를 지칭하는데 일반적으로 이것은 예술사진과 구분하기 위한 중요 잣대가 되었다. ● 이러한 생각은 모더니즘 미학 범주 속에서 사진의 예술성을 의심하면서 지속되었다. 그러던 것이 1960년 중반부터 미술관에서 자료로서의 의미가 강한 19세기 다큐멘터리 생산 코드가 새로운 미학적 형식으로 고려되면서, 아카이브는 사진의 장르 개념으로 새롭게 수용되었다. 아카이브 사진은 원래의 생산 문맥과 유통 조건을 벗어나 미학적 해석을 허용하며, 특정 문화 안에서 그 체계와 의미를 들어내고, 문화 자체를 비평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로 생각되었다. 나아가 사진의 의미가 재생되고 구성되는 방법을 탐구하고 사진 자체를 기호학적인 측면에서 구조적으로 판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철학자와 역사가 예술가들 모두는 사진에서 정보와 지식이 어떻게 생산되고 사회를 통제하는지 주목했다. 예술이 아카이브 사진에 접근한 방법을 살펴본 결과 이들은 무정부상태처럼 분류된 것을 분열시키려 하는데 사진과 기억 사이의 관계에서 개인과 공동체의 상호작용에서, 그리고 공식적으로 역사가 무엇을 남겼는지를 다시 살펴보는 것이었다. 그 결과 기억과 역사 그리고 추억은 사진과 결코 서로 분리할 수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는 『아카이브 열병 Archive Fever』(1995)이란 그의 책에서, "아카이브란 그저 과거 기록의 집합체가 아니라 동시대 인식론적 투쟁의 장소"라고 언명한다. 그에게 "아카이브란 사라진 것 혹은 부재의 흔적만을 간직할 뿐이어서 과거의 것이 기억 자체가 될 수 없고 그 진정한 의미는 지속해서 현재와 관계 맺는 기록의 도래할 미래의 이야기에서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근대 이후 서양의 역사에서 사라졌거나 비밀리에 감춰지는 기억이나 진실을 아카이브에서 발견하려는 '아카이브 열병'이 늘어가고 있지만, 결국에 이러한 노력은 성과 없이 오히려 '부재의 흔적'만을 인정할 뿐"이라고 말한다. ● 아카이브는 그리스의 자연철학에서 우주의 근본 원리를 지칭했던 아르케(arche)의 계보에 속하는 것으로 아카이브의 어원인 아르케이온(arkheion)은 '자연적 역사적 근원'의 시작의 원리이자 '규범적, 법적 기원'을 가리키는 명령의 원리라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다. 이는 '근원의 원리'와 '규범의 원리'를 일치시키려는 과도한 욕망이 아카이브 충동과 강박증을 초래한다. 따지고 보면 모든 역사는 아카이브 구축의 축적된 산물이다. 이때 아카이브는 역사적 사건의 대리 보충물이다. 역사적 사건의 흔적으로서 글쓰기(사진 찍기)의 기록물이 대리 보충물이라면, 역사에서 현존했던 사건들은 기록물들의 흔적에 의해 실재가 부재한 '유령적 구조'에 의해서만 입증하게 된다. 따라서 역사적 사건의 대리 보충물이었던 기록물들이 원본이 되고, 역사는 이런 기록물들에 의해 존재할 수 있으므로 계속해서 구축되는 아카이브는 원본, 기원으로서 명령 되는 것이다. ● 이런 아카이브 축적의 욕망은 특히 소외되거나, 소멸할 위기에 놓인 대상을 체계적으로 기록하는 일이었다. 19세기 파리의 건축물과 지형을 사진으로 담아냈던 샤를 마르빌(Charles Marville)이나, 사라져가는 뒷골목의 파리를 냉정한 시선으로 기록했던 외젠 아제(Eugène Atget)와 미국의 농업 안정국(FSA) 사진가들의 시도와 같은 무수한 사진 아카이브의 선례들처럼, 베허(Becher)부부의 프로젝트에 영향을 받은 최근의 뒤셀도르프 학파의 동시대 사진가들 또한 애초부터 특수한 변증법적 특성을 갖는다. 그 변증법이란 강박에 가까운 철저한 기록의 의지와 그 기록을 영구화하려는 욕망, 그리고 깊은 상실감과 대상의 시공간적 소멸을 막을 수 없다는 멜랑콜리한 통찰 사이의 갈등에서 비롯되었다. ● 마찬가지로 여기 참여하는 8명(김대환, 김래희, 김은혜, 박수빈, 박여옥, 이의우, 전용혜, 한기애)의 '서울아카이브사진가그룹'들 또한 서울 종로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심정을 그들의 작업 노트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노년의 공간으로 바뀌었지만" (김대환), "철거의 과정은 흡사 인간의 생로병사 과정과 같아서" (김래희), "언제까지 남아있을지 모르는 시한부 같은" (박수빈), "노후화가 깊어서 언젠가 사라질 것이다." (박여옥) 이들은 공통으로 소멸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한다. 과거를 멜랑콜리하게 바라보기 위해서는 작품의 사회적 역사적 차원이 제거됨으로써 사진에 촬영된 대상이 순수한 주목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우울한 정서를 자극하면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애잔함을 고작 복고풍(retro) 감성의 소재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다.

김대환_허리우드극장간판_피그먼트 프린트_80×120cm_2022
김대환_아세아극장_피그먼트 프린트_40×60cm_2022

김대환의 「종로 극장」에서 극장 간판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복고감성 열풍이 문화 소비를 어떻게 자극하고 새로운 상품 전략으로 작동하는지 잘 보여준다.

김래희_예지동, 시계가 멈췄다 #8_피그먼트 프린트_40×60cm_2022
김래희_예지동, 시계가 멈췄다 #5_피그먼트 프린트_40×60cm_2022

일 년 동안 진행된 철거과정을 기록한 김래희의 「예지동 시계가 멈췄다」 폐허 현장은 이곳에 새롭게 지어지게 될 빌딩 역시 언젠가는 또다시 폐허가 될 것이라는 불안한 운명,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지고 영원할 수 없다는 '덧없음'을 상기시킨다. 희망찬 미래를 향한 재개발과 도시재생의 구호 아래 그것은 역전된 폐허 현상이다.

김은혜_Jongro typographic #01 신전상회_피그먼트 프린트_56×66cm_2022
김은혜_Jongro typographic #05 황소_피그먼트 프린트_56×66cm_2022

종로의 오래된 상점의 간판과 글씨가 시간의 변화에 따라 덧댄 흔적을 통해서 「종로 타이포그래픽」를 기록한 김은혜는 글 자체와 색상, 재질을 통해 드러나는 특정 시기에 제작된 디자인의 특징을 분석적으로 탐구하고 관찰한다.

박수빈_청계상회 #01_피그먼트 프린트_40×40cm_2023
박수빈_보령식품(B)_피그먼트 프린트_40×40cm_2023

박수빈은 「종로의 구멍가게」에서 낡은 아이스크림 냉장고가 나와 있는 작은 상점들의 풍경을 바라보며 사적인 추억 속에 빠지지만, 의도치 않게 냉장고 주변 환경이 매우 현대적이어서 이질감을 드러낸다. 그래서 익숙하지만, 낯선 기시감을 준다.

박여옥_창신동의 특징적 풍경 #01_피그먼트 프린트_40×55cm_2022
박여옥_창신동의 특징적 풍경 #03_피그먼트 프린트_40×55cm_2022

박여옥의 「창신동의 특징적 풍경」은 한양도성의 경계를 이루던 성곽 마을로,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 근대화 서울의 도시화 과정과 주택정책의 변화 과정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서민 거주지가 기형적으로 변형되고 있음을 정밀하게 촬영해 세밀하고도 심도 있게 고찰한다.

이의우_피맛골 #01_피그먼트 프린트_60×40cm_2022
이의우_서순라길 #03_피그먼트 프린트_60×40cm_2022

이의우의 「피맛골과 서순라길」은 지금 이곳의 명칭의 기원이었을 이 길의 근원인 역사 흔적은 사라졌다. 과거 흔적이 사라진 곳, 변형되고 또 변형된 이곳은 근현대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들이 뒤섞여 혼재된 채 도무지 그 정체를 알 수가 없다. 사진가가 제시한 이 길의 역사 정보가 없었더라면 이곳이 그곳인지 모른다. 모든 사진은 항상 역사 텍스트에 의존해 신화처럼 증언할 뿐이다. 여기서 사진은 증거가 불충분하다.

전용혜_명신당 삼남매탄생붓_피그먼트 프린트_43.5×31cm_2022
전용혜_호산붓박물관 먹_피그먼트 프린트_80×60cm_2022

전용혜의 「사물의 편 Le Parti pris choses」은 사전을 들추며 시를 쓰는 작가, 프랑시스 퐁주(Francis Ponge)의 동명 시집에 실린 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사진을 일종의 사전으로 간주한다. 퐁주는 사전에 수록된 상투적이고 고정된 의미의 단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 사물의 본질에 접근하고자 했다. 반면, 전용혜는 종로에서 수집한 사물에 대해 언어해석을 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혀 있다. 사실상 이 방법은 전형적인 아카이브 사진의 방법론이기도 하다.

한기애_잉글랜드테일러 박성규_피그먼트 프린트_40×55cm_2022
한기애_서호한복 김금환_피그먼트 프린트_55×40cm_2022

자신의 작업장을 배경으로 무표정하게 정면을 응시하는 사람들, 한기애의 「종로의 장인」은 그동안 역사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다. 한기애는 그들을 마주 보며 자신의 감정 개입을 배제한 채 타자의 시선에 주목한다. 최소한으로 개입한 그러나 동일 패턴의 유형적 분류 방법은 이들의 존재를 장인(匠人)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어 성격을 규정함으로써 민간사(民間史) 기술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는 사진가의 바람처럼 그 목적성과 메시지가 명료하다. ● 이들은 모두 자신들의 작업이 지금의 역사 현장을 증언할 것이라 믿는다. "종로 역사는 한국의 역사라 할 수 있을 만큼" (이의우), "사진을 통해 역사성을 찾는 한편 종로가 가진 지역의 상징성을 붙잡고 싶었다." (김대환). 그러나 여기 사진들이 종로를 아무리 정교하게 재현한다 한들, 이들 아카이브 사진은 역사적인 사건의 발생만을 보증할 뿐 그 정확성과 의미는 입증할 수 없다. 여기서 앞서 언급한 아카이브의 구조적인 특성인 '유령적 구조'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아카이브는 역사를 보존하는 만큼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상실하고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그에 비해 전통적인 다큐멘터리 사진 형식은 동어반복적인 재현 체계의 동일성 원칙에 따라 환원되는 구조로 사진의 메시지는 사실이고 진실이라는 객관적 신화로 둔갑하기 쉽다. ● 지난 수십 년간 예술가들은 사진계의 다큐멘터리(Documentary) 형식의 아카이브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진 아카이브를 이용하는 작업을 해왔다. 수용의 문맥과 관련된 작업을 한 에드 루샤(Ed Ruscha), 댄 그레이엄(Daniel Graham), 더글라스 휴블러(Douglas Huebler)와 같은 사진 아카이브를 들 수 있다. 최근 들어 이들의 영향을 받아 발전시킨 아카이브 형식은 미술계에서 유독 대거 생산했다. 이들의 작업은 구체적으로는 작품 제작 과정에서 아카이브를 매개해 기존의 역사 서사를 제고하거나, 삭제된 혹은 침묵 당한 목소리를 사회 바깥으로 드러내거나, 특정 역사 재현 방식을 자세히 따져보거나, 공식 기억과 사적 기억 사이 상호 틈입하는 관계를 탐색하는 등 전통적 창작 방식과 다른 아카이브 형식의 비판적인 미학 기법을 구사해왔다. ● 사진은 항상 다른 것을 지시하는 흔적으로서 특히 아카이브 기록물은 뜻밖의 의미, 의외의 의미로 열려 있다. 따라서 아카이브 사진의 잠재적 가능성의 힘은 현재를 정당화하려는 과거를 입증하는 것도 아니고, 미리 계획된 담론과의 연결도 아니다. 그것은 과거를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와 대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 사회가 아카이브를 어떤 식으로 활용하는지 보면 잘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아카이브 체계는 분류 항목에 따라 의미가 고정되고 추가로 계속되는 아카이브 선별작업도 이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아카이브 구축이 축적되면 될수록 역사가 되고 기존의 논리를 강화해 권력을 쥐게 된다. 이것은 지배 이데올로기에 봉사하는 것으로, 최악이다. 이제까지 각종 기념관과 박물관, 미술관, 역사기록관이 지배담론의 질서에서 자유로운 적은 없었다. 아카이브 사진의 잠재적 가능성의 힘은 결국 관람자가 단지 수동적으로 기존의 정보를 습득하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 사진을 해석하는 수행적인 독자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렇게 기획된 아카이브는 지배담론의 질서에 저항하는 예술성을 획득한다. ■ 이영욱

Vol.20230405b | 종로 2022-서울아카이브사진가그룹 SAPG 출판기념 사진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