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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5:00pm / 일요일 휴관
세운아트스페이스 Se Un Art Space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159(장사동 116-4번지) 세운상가 3층 가열 336호 www.facebook.com/taewonO @seun_artspace
본인의 작업의 주된 소재와 주제는 모두 흘러가는 삶의 궤적을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하며 드러낸다. 최근의 본인 작업의 타이틀은 '육아', '엄마', '경력단절'이다. 보여지는 것이 단점이기만 한 이 단어들이 지금의 솔직한 내 상태이다. 불리한 점을 감추고 유리한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전문적인 작가로서 모습을 보이기에 훨씬 나을 것이고, 스스로를 잘 포장하려면 가리고 굳이 드러내지 않는 것이 나은 선택일 수는 있겠지만 이 단어들을 숨긴다고 숨길 수 있는 작업을 하지 않으니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다. 이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미숙하고 어리석고 미련해 보인다고 해도 그것이 나의 작업이고 작업방식이다. 전략적으로 자신의 작업 태도와 방향을 바꾸는 것이 가능했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작업은 모든 것이 늘 나를 비추는 일그러진 거울이며, 닮은 듯 다른 기괴하고 유쾌한 쌍둥이 그림자 같은 존재이다.
살아가며 겪는 일들을 소재로 삼기에 나에게 가장 절실하게 느끼거나 필요한 것들을 작업의 소재로 삼곤 하는데 이번 작업은 '마음이 단단해지기 위한 시간'을 담고 있다. 엄마와 작가로서 두 가지 정체성의 공존을 위해 애쓰고 있는 상황에서 밖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닌 안에서부터 채워지는 힘과 내공 그를 위한 단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외부의 어떤 자극이 와도 결국 나를 지켜주는 힘은 내 안에서 비롯되는 것일 테니 말이다. 그 생각으로 힘을 기르는 시간 '스파링'을 이번 전시의 제목과 소재로 삼았다.
'스파링'은 연습경기로 권투나 격투기 등 보통 두 명이 겨루는 경기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대련을 말한다. 본 경기에 앞서 실력향상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나 본격적으로 나서기 전에 하는 준비 또는 향상된 실력을 유지하기 위해 실전에 대비하는 훈련이다. 스파링은 보통 비슷한 실력의 선수끼리 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력차가 많이 나는 상황에서도 할 수 있고 실력자가 자신보다 실력이 낮은 선수와 실력을 기르기 위한 교육을 목적으로 실력차를 감안하고 이루어지기도 한다. 또한 이에 앞서 모든 과정은 서로 간의 합의에 의해 이루어지며 이를 어기는 것은 시합의 규칙과는 또 다른 문제이다. 스파링은 단련이 목적으로 시합과 다른 점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수련을 함에 있어서 매너가 가장 큰 덕목이다. 힘은 기르지만 누구도 다치지 않게 훈련하는 것이 목적인 행위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또는 한쪽이 다른 쪽의 실력을 향상시키는 과정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비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매너를 요구하는 것이 무리라고 여길 수도 있으나 현실이 늘 그렇게 냉혹한 것이 옳은 것만은 아니니 그리하여 각자도생의 세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협력이라는 미덕의 순간을 경험하고 바랄테니 말이다.
결국 이러한 연습과정을 거쳐 얻고자 함은 나도 남도 다치지 않고 살아나갈 힘을 가지고 싶다는 바램과 정신무장이다. 엄마로서도 작가로서도 하나도 만족하기엔 부족하며 아마추어로 무시도 당하고 비교도 당하며 때론 아쉽고 억울하기도 한 지금 본인의 삶의 고군분투와 파란만장한 현실을 담지만 유쾌한 농담으로 변형하여 가득 채운 가상의 '스파링' 공간 안에서 내면의 힘을 채우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래 본다. ● 또한 작가로서 스스로를 아직도 연습경기만 하고 있다고 스스로도 여겼던 것은 아니었는지도 돌아보게 된다. 결국 실전만이 영광을 안겨주는 것이며 혹독한 단련 후에 약점이 아닌 영광스러운 타이틀도 가지게 되리라 믿어보며 멈추지 않는 힘을 스스로에게 주고 싶다.
『스파링』이라는 이미지로 작업과 전시를 정하고 가장 먼저 생각난 이미지는 샌드백이었다. 단단하고 무거운 샌드백이 아닌 가볍고 부드러운 소재들로 만들고 거기에 대해 말소리를 변형한 거슬리는 방울, 타인을 다치게 하는 날카로운 화살의 변형, 무임승차하는 이들에게 매달리라고 내주는 손잡이들로 꾸며보았다. 작고 네모난 전시 공간은 하나의 링이 되고 그 안에 매달린 샌드백과 널려진 하찮고 우스운 농담으로 채워진 시간과 공간을 의도하였다. ■ 황희정
Vol.20230403c | 황희정展 / HWANGHEEJUNG / 黃喜靖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