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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호리아트스페이스 기획 / 아이프아트매니지먼트 후원 / 원메딕스인더스트리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월요일 휴관
호리아트스페이스 HORI ARTSPACE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80길 26 (청담동 95-4번지) 노아빌딩 3층 Tel. +82.(0)2.511.5482 www.horiartspace.com
아이프 아트매니지먼트 AIF Artmanagement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80길 26 (청담동 95-4번지) 노아빌딩 4층 Tel. +82.(0)2.518.8026 www.aifnco.com
#0319_점화의 '인셉션' ● "내 작업은 세상에 대한 감정적 반응이다." (윤종석 인터뷰 중에서) 작품 속 대상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섞였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의 오류다. 이들 사이의 교집합은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이다. 작품 제목을 보라. 작가가 지정한 특정 날짜가 당신을 기다린다. 작가는 컴퓨터 앞에 앉아 오늘 있던 역사적 사건들을 서치하기 시작한다. 그 안에서 선택되는 대상은 작가가 직관적으로 채집한 것들이다. 날짜를 지정하는 것이 계획이라면, 대상을 선택하는 것은 우연이다. 이 안에서 선택된 날짜는 '어머니의 생일'일 수도 '단순히 골라낸 특정일'일 수도 있다. 시간을 선택하는 것은 자유다. 그 안에서 채집된 대상들은 새로운 생명성을 갖고 오늘의 당신과 만난다. 윤종석 작가의 작품해석은 그렇게 열린 결말을 갖고 있다. 이번 신작들은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1970~)의 세계관을 닮았다. '인셉션'(2010) '인터스텔라'(2014) '덩케르크'(2017) '테넷'(2020)을 관통하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철학 사이에는 '서로 다르게 흐르는 시간 속 이야기가 하나의 구조'로 엮이거나 시간 여행이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형식적으로 펼쳐진 점점(點點)이 이어져 시간이란 줄을 타고 '날실씨실'로 엮이는 재미, 윤종석의 작품들은 '같은 생일을 가진, 점화의 인셉션(inception; 시작/개시)'인 셈이다.
사유의 레이어, 유쾌한 고고학 ● 3월 19일 인터뷰로 시작된 윤종석의 점화(點畵; 점 그림)들은 우연스럽게 채집돼 필연으로 연결되는 '점점 나아가는 이야기(점화; 漸話)'로 개념을 확장한다. 하나의 점이 별처럼 각색돼 우주의 은하수를 이루듯, 작가의 인식구조는 #날짜 서치로 시작된 네트워크의 조직망에 의해 '유쾌한 고고학(delightful archaeology)'을 양산하며 초현실적 사유체계를 정착시킨다. 배경 없는 대상들은 '같은 생일'을 가진 사건의 채집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 구조'를 형성한다. 자동기술법/데페이즈망 같은 관련 없는 우연성을 작품구조로 세운 듯하지만, 작가는 오늘 일어난 사건들을 '복잡계 속 질서(order within the network of the universe)'로 연결해 '우연을 필연으로 바꾸는 예술 점화(點火)'를 시도한다. 작가는 잠재된 의식을 내포하는 대상들을 추상적인 성격이 아닌 사실적이면서 구체적인 형상으로 표현해 비논리적이고 모순적인 결합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최근 작가에게 영감을 준 것은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 1934~1996)의 『창백한 푸른 점(The Pale Blue Dot)』의 서사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서로를 마주하며 웃고 떠드는 이들, 복작거리는 삶의 교차점이 있다면 우리 모두 아등바등 산다는 것이다. 점점이 놓인 그 좁은 삶 속에서 한 발 짝 물러나 내 시선을 다른 관점으로 돌려보자. 그것이 복닥거리며 살아가는 지구를 '하나의 푸른 점'으로 봐야 하는 세이건과 윤종석의 방식이다. 이 작은 점을 보면서 '창백한 작은 점'을 더욱 소중히 보존하고 다른 사람들과 좀 더 긴밀하게 협력해야겠다는 각오다. 작가의 그림으로 돌아와 보자. 전혀 다른 가치들의 결합, 이 사물들이 서로 불통(不通)할 것이라는 생각 이면에 '삶을 관조케 하는 유쾌한 해결책'이 숨어있지 않을까. 문제를 문제 밖에서 바라보는 '안목'은 작가가 이미 사물을 주사기의 점으로 해체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점화(點火)된 것이다. 주사기 작업의 본질은 초심(初心)으로 돌아가려는 작가의 감성 그 자체에 있다. '검색의 고고학=사회 역사적 구조에 따른 맥락화=점화라는 다의(多義)적 언어' 속에 다층의 재미가 자리한 까닭은 작가의 형식이 순환성에 근거한 자신만의 개성화를 갖기 때문이다. 작가의 점화는 다양한 점이 연결된 뫼비우스의 띠와 같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구조는 "허무한 삶 속에서 무엇을 찾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덧없고 의미 없는 점조차, 어떻게 의미 짓느냐에 따라 새로운 가능성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작가에게 시간은 관계 맺기의 시작이자, 관계 그 자체를 의미한다. 아시아적 관점에서 보자면 이는 노장(老壯) 미학에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과도 유사하다. 죽음은 항시 시작과 끝이 중첩된 특이한 시·공의 영역이다. 끝인 동시에 시작인 죽음을 직선적 관점(linear perspective)이 아닌 생명현상의 한 과정으로 이해하면서 '존재의 가치'를 되새기는 방식이다. 작가는 시간의 깊이로 들어가는 여정을 통해 '끝이 아닌 새로운 차원의 문'을 연다. 마치 벨라스케스의 「시녀들(Las Meninas); 그림 속 거울과 열린 문의 구조」를 보듯, 보는 이를 깊은 궁리(窮理)의 여정으로 안내해 '시간을 하나의 푸른 점'으로 볼 것을 종용하는 것이다. 결국 그 안에서 발견되는 것은 나 자신이다. 작가에게 탄생과 죽음은 한 점으로 인식된다. 그렇게 선택된 대상이 '어머니와 관계된 것들'이다. 나의 근원을 좇는 여정 속에서 어머니 생일과 연관된 것들을 채집해 시간의 지층 안에 감춰진 '사유의 레이어'를 보여주는 것이다. 작가는 작품에 대해 굳이 많은 설명을 하지 않는다. 작가는 초기에 시도한 옷 시리즈에서 벗어난 시점부터 감정적인 것들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삶은 해석과 선택에 의한 결과지라는 깨달음은 주제통각검사(Thematic Apperception Test)라는 심리검사처럼, 역사적 서사구조에 따라 스타일이 담기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위키피디아에서 주어지는 날짜의 묘한 고리들은 일종의 지층이 되어 '역사적 연결고리-사람들 간의 탄생-검색의 즐거움-서치에서 발견되는 사유-감성과 이성의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오늘의 관점에서 '새로운 창의력'을 불러일으키는 의미의 조합들을 되새겨 보자. 가까이 그리고 멀리, 윤종석의 작품들은 하나의 푸른 점이 모인 '전체의 서사'이자 다양한 의도가 숨은 '작은 이야기들의 합'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선택한 수많은 시간이 '우주 너머 또 다른 세계'를 형성하듯, 윤종석의 세계관 안에서 해석은 모든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광대한 경우의 수를 갖는다. 일종의 다중우주(多重宇宙)처럼, 사유의 지평선 너머 존재하는 수많은 상상의 맥락들은 '시간의 조합'이 주사위를 무작위로 내던져서 나온 우연의 결과일 뿐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윤종석의 시도는 확률적으로 가능한 모든 상상을 끌어안는다. 이제 '점화의 인셉션'으로 들어갈 시간이다. 다양한 사유의 레이어를 거두고 지층의 깊은 곳에 감추어진 각자의 스토리텔링들을 만들어보자. 그것이 작가가 의도한 '유쾌한 고고학'의 세계가 아닐까.
"무의식의 틀을 깨고, 개인의 자유로운 사고를 해방시켰을 때, 비로소 새로운 앎[知]의 탐구가 시작된다."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1926-1984) 『지식의 고고학(L'Archéologie du savoir)』(1969) 중에서) ■ 안현정
Vol.20230330f | 윤종석展 / YOONJONGSEOK / 尹鍾錫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