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의 일상

오은희展 / OHEUNHEE / 吳恩喜 / painting   2023_0318 ▶ 2023_0326 / 월요일 휴관

오은희_여름 밤_캔버스에 유채_24×24cm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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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희 인스타그램_@oheunhee5, @little_ohdodo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5:00pm / 월요일 휴관

동탄아트스퀘어 DONGTAN ART SQUARE 경기도 화성시 노작로 134(반송동 108번지) 동탄복합문화센터 B1 Tel. +82.(0)31.290.4612 www.hcf.or.kr

알람소리에 눈을 뜨고 머리를 감고, 모닝커피를 마시고, 끼니를 해결하고, 버스를 타고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 후 저녁을 먹고 하루 종일 쌓여 있던 설거지를 하고, 소소한 집안일을 해결하고, 텔레비전을 보거나 인스타그램을 구경하다가 잠이 든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비슷하고 단순하다. 그래서 좋기도 하지만 재미나 멋이 없어 메마르고 지루하다 이런 하루가 도도의 일상이다.

오은희_함덕 겨울바람_캔버스에 유채_38×38cm 2023

나에게 사치를 부려본다, 내 느낌을 최대한 기록하는 사치. ● 일상의 어떤 순간, 그 순간을 그리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의미가 없으면 어때! 요즘 내가 빠져있는 것들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에티오피아 원두가 좋아졌어, 새로운 길로 출근해야지, 분짜가 또 생각나네, 바질페스토파스타 좋아, 시원한 에일 맥주 한잔, 에르빈 부름 '나만 없어 조각'전, 청바지, 연두색, 하늘색, 여전히 좋아하는 고흐와 마티스, 요즘 좋아하는 노순천과 엄유정작가, 김영하의 오래 준비해온 대답, 김연수라디오의 가파도 레지던스 이야기, 인스타그램 구경하기, 디지털드로잉 배우기, 장기하의 느리게 걷자, 아침마다 제주소년의 귤 듣기, 바람이 따스해졌어, 여름밤의 산책, 출근길 첫 벚꽃을 발견했을 때, 비행기 이륙 직전의 설렘, 봄날 연두 빛 새순을 보았을 때 등등.

오은희_1월24일 아침산책_캔버스에 유채_31.5×47cm_2023

이런 기록들은 생활 속에 흩어져 있는 파편들 속에서 문을 열어 신선한 공기를 마시듯 오늘을 살아내는 신묘한 힘이 있다 나에게는 그렇다. 소소한 변화와 미미한 다름을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간다면 삶은 너무 건조하고 심심했을 것이다 깜짝 찾아오는 감동과 느낌들이 흐트러지기 전에 포착해 즉흥적으로 표현된다.

오은희_봄_캔버스에 유채 24.5×33.5cm_2016
오은희_여름_캔버스에 유채_24.5×33.5cm_2022

꼬마시리즈는 단발머리 어린 딸의 모습을 그려보다가 도도가 되었다. 초기작은 최대한 단순하게 그리려 했고 오방색으로 채색하고 테두리선이 선명하게 들어가 있었다. 최근작에서는 선이 점점 흐려져 드로잉 하듯이 즉흥적인 표현으로 변하고 있다. 어린 아이의 동심, 유머, 자유로움, 즉흥성, 이기적임, 직관적인 표현들 그리고 무한한 에너지가 부럽고 샘난다. 성인이 된 나는 유아기의 표현력을 잊어버렸지만 도도의 표정, 색감, 드로잉 선을 아이가 된 듯이 자기검열 없이 그대로 그리고자 했다.

오은희_가을_캔버스에 유채_24.5×33.5cm_2020
오은희_겨울_캔버스에 유채_24.5×33.5cm_2022

나는 나를 알기위해 그린다, 본질을 찾아가는 여정 ● 서른 끝자락 어느 봄날에 시작한 상담에서 '나 바다 좋아했구나!' 처음으로 인지하게 되었다. 그렇게 어린아이가 말을 배우듯 나의 호오부터 하나씩 찾아갔다. 1년 반 동안의 상담이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단단해지고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오은희_드립커피_종이에 유채_21×29.7cm_2023

그 즈음, 꼬마시리즈를 시작하게 되었다. 여기 이름 없는 꼬마가 등장한다. 자신이 싫어하는 것을 알아채고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발견한다. 어느 날, 이름이 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나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 후로도 한동안 이름을 지을 수 없었다. 뒤늦게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던 자신을 이해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었나보다. 돌아보니 이 작업은 스스로를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다. 나는 나를 온전히 이해하길 바라며 이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나에게 무슨 변화가 있었을까? 꼬마에게 도도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전시를 결심 했다.

오은희_가파도(1),(2)_종이에 유채_21×14.5cm×2_2022

상담의 궁극적인 목적은 정신적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원하는 삶에 당당하기.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 삶의 일부분일 뿐이다. 자녀도 삶의 중요한 일부분일 뿐이다. 마음에 따라서 하면 후회하지 않는다. 이 모든 마음가짐은 껍데기와 나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상담이 끝난 지 십여 년이 지났지만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상담자의 말이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남아 있음을 안다.

오은희_팔라우 젤리피쉬_캔버스에 유채_45.5×53cm_2016

나의 일상을 담은 소소한 그림을 보고 '부럽다' 혹은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생긴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그리고 지금 당장 시도해 보길 바란다. 신묘한 힘이 생겨서 하루를 재미나게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오은희_문을 열어보자_캔버스에 유채_72.5×53cm_2012

'우리의 삶은 상당 부분이 기쁘게 가볍고 행복하게 평범하다'는 시인 메리 올리버의 글처럼 가볍고 평범하게 오늘을 살고 싶다. (2023년 봄) ■ 오은희

Vol.20230318a | 오은희展 / OHEUNHEE / 吳恩喜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