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23_0317_금요일_04:00pm
아트레온 갤러리 기획전
후원 / (주)아트레온 주최 / 아트레온 문화예술부 기획 / 아트레온 갤러리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아트레온 갤러리 Artreon Gallery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 129 (창천동 20-25번지) B1 Tel. +82.(0)2.364.8900 www.artreon.co.kr
아트레온 갤러리는 자신만의 작가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7인의 작가가 표현하는 '봄'을 2022년부터 매년 시리즈로 전시한다. 작가는 시대의 봄을 어떻게 맞이할까? 그 단상에서 시작된 작업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궁금했다. 계절은 언제나 시절을 쫓아 다가온다. 그 일상에서… 다시 '봄'을 맞이한다. 7인의 작가가 이야기하는 '봄' 속에서 당신의 '봄'을 만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 아트레온 갤러리
느린 풍경 ● 화단에 나온 지 20년이 되었던 2004년 일이다. 등단 20년을 기념하여 맘먹고 열심히 작업하자고 다짐했다. 그 해 개인전을 네 번이나 했다. 전시를 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작업하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내가 작가가 아니라 기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표를 향해 일직선으로 돌진하는 전차 같았다. 어느 여름 실비가 내리던 날 러시아워에 내부 순환도로를 탄 적이 있다. 국민대 앞에서 차들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였다. 느리게 가는 차들이 빼곡한 도로 너머로 삼각산 줄기의 숲들이 옅은 안개 속에서 암녹색에서 연녹색으로 서서히 옅어지면서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었다. 빨리 달리면 볼 수 없던 풍경이다. 속도가 느려지면 과속할 때 보이지 않던 풍경이 보인다. 고속도로는 대개 빠른 속도를 위해 일직선이다. 직선을 위해 자연을 훼손한다. 터널을 뚫고 다리를 놓는다. 빠른 속도로 달리면 시선을 앞에 두기에 주위의 풍경이 들어오지 않는다. 게으름이 미덕인 작가로서 그 동안 너무 빨리 달려왔다. 이 우연한 풍경과의 만남에서 잘 사는 것이 혹은 밀도 있게 사는 삶이라는 것이 일직선으로 쉼 없이 달려가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우리는 길을 통해 어디론가 떠나고 돌아온다. 길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과거와 현재를 이어준다. 기능적인 직선 길에 비해 곡선 길은 사람의 왕래와 소통의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난 길이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의 굴곡을 따라 생성된 길이다. 과속을 허용하지 않는 곡선 길에는 만보 산책의 여유가 흐른다. 그 길에서 우리는 향긋한 바람을 만나고 꽃향기에 한눈을 팔고 새소리를 듣는다. 그러므로 사람다운 길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다. 나의 「느린 풍경」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보다 밀도 있는 삶이란 일과 시간에 쫓겨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삶의 여백을 두고 가끔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곡선 같은 것이다. ■ 김선두
Reason for existence ● 봄은 저마다 의미가 있겠지만 작가로서의 내게 봄은 연꽃이 피는 초여름을 위한 기다림의 과정이다. 언제부턴가 붓을 내려놓고 카메라를 들어 이를 통해 사진으로 표현하기 시작한 계기가 된 연꽃들은 10년 넘게 탐닉하는 주 대상이다. 그 기다림의 끝인 연꽃을 촬영한 작품 한 점과 더불어 기다림의 과정으로 담게 된 벚꽃은 마침 전날 내린 비로 바닥에 무수히 떨어져 있었고 카메라 파인더 안으로 보여지는 그 모습들은 또 다른 느낌으로 내게 와 닿았는데… 그날이 마침 세월호 참사(2014년 4월16일) 추모 1주년을 하루 앞둔 2015년 봄날이었고 그래서 그 느낌을 부제로 달아 '떨어져 다시 핀 꽃'이다. 연잎과 연꽃의 생성과 소멸, 그리고 살아 꽃피울 때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들에서 우리네 인생사의 관계를 비유하듯이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만개한 꽃이 화려하고 예쁘지만,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꽃봉오리가 더 청초하고 생기있어 보이기도 했고 만개를 지나 지쳐가는 꽃잎을 주체하기 어려운 모습에서 우리도, 유한한 인생도 그러함에 겸허히 주목하여 보았을 때 오히려 황혼의 아름다움이 목격되기도 했다. 상처받은 줄기, 벌레 먹은 잎사귀 등 제대로 꽃피우기도 전에 지쳐있던 연 줄기와 잎사귀에서 우리네 지친 삶을 투영하게 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또 하나의 자연이며 그 자연들 사이에서 나 또한 존재하며 살아가는 그 순간순간에 감사하다. 더불어 연꽃과 연잎을 통해서 발견하는 선과 면의 조화와 여백의 공간을 통해 조형의 다양한 형태를 발견하고 즐기는 것은 또 다른 흥미요 재미다. ■ 마성원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중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시작은 봄이다. 늘 반복되는 절기이지만 봄을 시작으로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봄이 생명을 틔우는 계절이기 때문인 듯 하다. 하지만 우주에는 죽음이 더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모든 것은 소멸로 향해 간다는 영원한 진리 속에서 내 작업의 주제는 변신과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변신을 이어가며 영생을 바라는 존재들은 반복되는 사계절속에서 생명을 움 틔우는 봄이다. ■ 박정혁
씨앗을 뿌리고 새싹이 피어나고/ 꽃망울이 드러나는 계절이 오고 있건만,/ 우크라이나는 겨울의 혹한기를 지내고 있다./ 예술이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봄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 양대원
달력 한 장을 떼어내며 '이제 정말 봄인가?' 중얼거려본다. 안팎으로 찬 바람이 몰아치는 겨울 동안 모르는 숫자와 문장과 작업 사이를 오가며 더딘 시간을 보냈다. 겨울은 지나갈 거고 거꾸로 갈 리 없음을 알지만 참 기다려지는 봄. 작업실에 벌써부터 들인 봄이 단장을 마치고 갤러리를 향한다. 7인의 화폭과 어우러질 봄이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2023년 3월 첫 날) ■ 이지숙
간혹 어떤 계절을 좋아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겨울'이라고 답한다. 쌓인 계절의 흔적을 눈과 추위로 덮고 변화의 준비를 하는 시간. 심신이 함께 정화되는 기분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곧 다가올 봄의 가능성이 가장 크게 자리하고 있다. ■ 정석우
감사, 공단 잘라서 삭힌 풀로 발라 조각보 바탕을 만들다. 닥지를 물들여 색지를 만들고 자르고 꼬고 엮어서 딱지랑 봄꽃을 만들다. 목면실을 엮어서 바탕이 비치는 긴치마를 만들었다. 천과 종이로 이뤄진 봄여인은 이렇게 봄길을 나선다. 봄은 여성의 가슴에 온다. 봄이 머금은 찬란한 색은 여인의 가슴에 새겨진다. 개나리는 노랑 저고리, 진달래는 빨간 치마… 봄빛을 담은, 알록달록 색실로 엮어진… 치마에 움터 오르는 연두… 봄여인이 오다. ■ 정종미
Vol.20230317a | 7인의 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