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30pm 토요일_12:00pm~05:00pm / 일,월요일 휴관
소울아트스페이스 SOUL ART SPACE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30 Tel. +82.(0)51.731.5878 www.soulartspace.com blog.naver.com/soulartspace www.facebook.com/soulartspace @soulartspace
고명근은 1980년대 후반부터 사진과 입체를 접목해 '사진조각'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독자적인 조형세계를 구축해오고 있는 작가이다. 사진과 입체구조가 만나 2차원과 3차원이 혼합된 환영적 조형물을 만들어내는 그는 조각과 사진계에서 크로스오버 아티스트로 불린다. 촬영한 이미지를 인화지가 아닌 OHP필름에 인쇄한 뒤 투명한 플렉시글라스(plexiglass)에 압착시키고, 각 판들을 인두로 접합하여 만든 조형물은 건축, 사진, 조각이 결합되어 투명하게 마주하는 면들이 보는 위치와 조명에 따라 달리 중첩되며 몽환적 풍경으로 연출되는 것이 특징이다.
몽환적 장면은 하늘과 구름, 실내 공간, 그리고 인물이 중첩된 「구성요소(Components)」 시리즈에서도 보여진다. 다만 필름이 아닌 알루미늄판에 이미지를 인화하여 붙이고, 그 위에 레진을 부어 고착시키며 재료에 변화를 주었다. 이전의 작품과 달리 파노라마 형식의 화면을 구성한 이유는 영화관의 스크린처럼 이미지가 생산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찰나'를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여기에 건물의 실내, 하늘, 물, 인물, 패턴 등의 요소들을 혼합하여 그의 시그니처가 되는 일루전(illusion)을 완성했다. 사진 속 '몽환'은 실제 또는 물질에 대비되면서도 현대 문명사회의 현실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라고 작가는 말한다. 이러한 '몽환'과 '찰나'는 고명근의 삶과 작업을 관통하는 큰 주제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촬영한 신작 「Changsha(장사)」 시리즈도 공개된다. 20년 이상 수집한 수십만 장의 사진 중 사용할 이미지를 선정하여 구성하는 작업 프로세스의 특성상 2013년에 촬영한 이미지를 이용해 2022년 제작된 작품이다. 시간과 각도의 차이를 두어 촬영한 복수의 이미지로 창샤의 허름한 거리를 하나의 새로운 공간으로 구성해 원근과 시차가 교차하는 연극적 공간을 연출하고자 했다. 다층적으로 레이어링된 이미지가 투명한 바탕에 새겨져 투시되는 조형 속 빈 공간은 신기루처럼 채움과 비움, 존재와 부재를 넘나들며 사진과 조각을 또 다른 함수관계로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손봉채는 90년대 후반 광주비엔날레 초대작가로 발탁되어 270대의 외발자전거로 소시민의 자화상을 표현한 대형키네틱아트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2020년 국립광주과학관의 야외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설치미술인 '스페이스 오딧세이'가 들어섰다. 그의 상징과도 같은 외발자전거가 우주를 향한 인류의 끝없는 도전을 형상화하며 25미터 높이로 지구의 자전축인 23.5도가 기울어진 상태에서 쉼 없이 페달이 돌아간다. 최첨단 공학기술과 예술이 접목된 작업을 펼치는 행보에서도 드러나듯 손봉채는 입체회화(패널페인팅)를 중심으로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전위적인 예술가이다.
20여 년간 소나무를 소재로 한 「이주민(Migrants)」 시리즈를 다루며 작가는 언젠가 꽃을 그리겠다고 생각했다. 꽃에 대한 작업을 오랜 시간 구상하며 에스키스를 이어갔지만 좀처럼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프랑스의 한 공항에서 여러 국기들이 나열된 모습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 국내에서는 2020년 소울아트스페이스를 통해 「현상과 본질(꽃들의 전쟁)」 연작을 처음 선보였다. 각 나라의 국화(國花)가 소재인 「현상과 본질(꽃들의 전쟁)」은 다양한 국가가 한 데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과 동서양의 상생, 화합, 공존을 드러내지만 외형상 평화로워 보이는 지구촌의 속사정에 물음을 던지는 역설을 내포하고 있다. 조경수로 잘 가꿔져 번듯한 소나무의 모습 속에 힘겹게 뿌리내리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이면을 은유한 「이주민」 시리즈와도 맥을 같이 한다. 다채롭고 아름다운 국화들의 평화로운 만남가운데 미의 실체에 대해 묻는 것은 곧 현상 너머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라고 작가는 말한다.
여러 장의 폴리카보네이트 위에 유화로 그린 후 중첩시킨 작품 1점을 위해서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 LED 조명이 제외된 작품에서도 공간성과 깊이감은 여전히 유효하다. 생화보다 조화에 가깝게 그려진 꽃은 화려한 모습 뒤에 가려진 이야기를 끄집어내고자 의도한 그만의 표현방식이다. 생존과 존속을 향한 보이지 않는 전쟁을 이어가는 각 나라의 이면을 조금 더 어필할 수 있는 장치가 무엇인지 고민한 결과 조화처럼 묘사하게 된 것이다. 그는 국가간 정치, 경제, 역사, 문화 등의 내용을 포함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화려하고 아름다운 국화를 통해 선보이며 계속해서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해가는 중이다.
채은미는 골드 큐브와 자개를 이용해 황금의 연금술을 빛으로 다루는 회화를 기반으로 영상과 조각, 건축을 통해 빛의 4차원 세계를 보여주는 환상적인 작품을 선보이며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컨템포러리 아티스트이다. 대표작인 '큐브' 작업은 무수한 시행착오와 인내를 거쳐 탄생한 시리즈로 화려하면서도 은은한 빛을 뿜어내는 금과 자개, 그리고 옻을 접착의 재료로 사용하여 전통과 현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며 독창적인 기법으로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현대적 조형성을 보여준다. ● 아름다운 빛의 영원한 세계를 작품에 담아내며 금을 전면에 내세운 회화가 주는 에너지는 강렬하다. 또한 고귀하고 우아하며 견고한 금빛의 가치는 평온함과 따뜻함, 유연한 에너지를 선사한다. 사방으로 빛을 발하는 채은미의 독자적인 큐브 표면은 마치 반사경이나 만화경처럼 자개 위에 그린 화려한 색채의 나비 회화와 여러 개의 큐브 및 주변부를 반사시켜 여러 형상이 중첩되고 대칭을 이루게 한다. 리플렉터로서의 골드큐브는 끊임없이 투영과 반사를 거듭하며 조명 없이도 스스로 빛을 발하는 오브젝트가 된다. 다른 물질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물성의 금은 변치 않는 영원성을, 천연자개는 강인한 생명력을, 화려한 색채는 생명의 에너지를, 빛은 살아있는 생명이자 불변의 진리를 의미한다.
사각과 하트를 넘어 다각의 형태로 패널을 변주하며 변화를 시도한 작가는 신작에서 수직과 수평으로만 놓였던 금색의 입방체를 육각의 형태로 배치하여 더욱 역동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작품으로 완성시켰다. 마치 만개한 꽃을 형상화하며 자개로 표현된 나비와 혼연일체가 된 듯하다. 채은미의 나비는 자신의 아픔과 고난의 길을 넘어 믿음으로 세상에게 건네는 사랑과 축복의 메시지이자 번영을 상징한다. 꾸준히 선보여온 「Eternal Heart(이터널 하트)」시리즈도 전시된다. 심장의 힘찬 박동을 표현한 작업으로 다른 대작들과 달리 심장처럼 작지만 소중하게 아담한 크기로 제작되어 산뜻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채은미는 감상자들의 아픔과 상처를 새로운 감각의 세계로 이끌고자 치유의 빛으로 꽃이 되고 나비가 되어 향기를 내며 이윽고 날아오르는 희망의 메시지를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한다. ● 평면회화가 주를 이루는 미술시장에서 고명근, 손봉채, 채은미는 오랜 시간 평면, 입체, 사진, 설치, 미디어를 넘나들며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온 아티스트이다. 이전에 없던 개념을 넘어 자신만의 독자적인 미디엄을 개발하고 정착시키며 진보를 거듭하는 행위는 독창성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고유한 스타일과 오브젝트로 완성된 신작 및 근작을 통해 계속해서 진화 중인 이들의 작품세계, 변화와 가능성, 그리고 현대미술의 진수를 확인할 수 있는 뜻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 소울아트스페이스
Vol.20230316g | New Objects: 뉴 오브젝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