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인의 풍경 : 이종송의 세계

이종송展 / LEEJONGSONG / 李宗松 / painting   2023_0313 ▶ 2023_0422 / 일요일 휴관

이종송_Mountain in Motion 움직이는 산_흙벽화기법에 천연안료_130×160cm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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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주최 / 갤러리숨

관람료 / 3.000원 (음료 주문시 무료)

관람시간 / 10:00am~05: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숨 Gallery SUM 대전시 유성구 문지로 282-36 (문지동 660-2번지) Tel. +82.(0)10.5606.6651 gallerysum.modoo.at @_gallerysum_

심인心印의 풍경: 이종송의 세계 ● 심인心印. 선종禪宗 불교에서 글이나 말로 나타낼 수 없는 내심內心의 깨달음을 일컫는 용어다. 필자가 이종송의 근작을 보며 떠올린 말이기도 하다. 불교적 개념의 심인이라는 말, 그리고 이종송의 작품은 어떤 관련성을 지니고 있을까. ● 그간 이종송은 오랜 시간에 걸쳐 산과 들, 강과 바다, 세계의 오지와 한국의 곳곳을 여행하며 다양한 풍경을 화폭에 담아왔다. 일종의 실경산수화實景山水畵를 그려온 것이다. 그렇지만 작가는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경치를 그리지 않고, 스스로의 인지와 감각에 의해서 걸러지고 재구성된 모습을 그렸다. 즉 눈에 보이는 그대로가 아닌, 그 경치의 시각성을 반영하되 그것으로부터 느껴지는 독특한 인상을 수렴하고자 했던 것이다. 또한 동서양의 벽화 전통에 대한 연구와 천착을 통해 작가가 만들어내고 완성도를 점진적으로 높여온 특유의 흙벽화기법을 이용하여 독특한 조형미를 얻었다. 이것은 바로 이종송 작품세계의 핵심적인 특징으로 근작에서도 중요한 토대가 되고 있다. ● 그렇지만 근작의 경우 실제 경치, 그 자체를 완전히 초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 과거 작품들의 경우 작가의 재해석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걷고 바라보았던 히말라야, 차마고도, 설악산, 금강산, 백두산 등 각지 경치의 특징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반영되었고, 분명한 실경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다. 화가에 의해 변형되었지만 여전히 실경이었던 것이다. 반면 근작들의 경우 그러한 실경의 특징이 불분명해졌다. 이는 사실 작가가 의도한 바였다.

이종송_Mountain in Motion 움직이는 산_흙벽화기법에 천연안료_80×116.5cm_2023
이종송_Mountain in Motion 움직이는 산_흙벽화기법에 천연안료_116.5×80cm_2023

"히말라야의 높은 봉우리들과 차마고도의 고산에서 보여지는 풍경을 동해의 독도에서도 볼 수 있다. …… 산과 섬의 태생과 형태적 유사성을 찾아볼 수 있다. …… 경험된 기억의 고리는 서로 연결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스스로 결합하고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 이렇게 내 작품 속에서는 시각적 경험을 통한 유기적 기억의 고리들이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종송_Mountain in Motion 움직이는 산_흙벽화기법에 천연안료_45.5×116cm_2023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각각의 경치에서 공통분모를 발견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각지의 풍경을 머릿속에서 연결 · 결합하게 되었으며, 더 나아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기에 이른 것이다. 심지어 명승지가 아닌 작가 자택 인근의 평범한 나무와 주변의 풍경까지도 담겨졌다. 실경으로부터 비롯된 작업이지만 어느새 보편적인 경치로 바뀐 셈이다. 아니 이상경理想景이 되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화가의 시각, 느낌, 기억에 의해 선별되어 조화롭게 구성된 풍경이기 때문이다. 특정 경치의 아름다움을 전달한다는 목표를 넘어서 방대한 여러 지역의 아름다움을 한 화폭 안에 녹인 것이다. ● 전통시대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문인화가인 중국 원대(元代) 조맹부趙孟頫(1254-1322)의 작품인 「작화추색도鵲華秋色圖」에서 이종송의 근작과 유사한 작화의식을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롭다. 이 그림은 산동성山東省 제남濟南이 고향인 친구 주밀周密(1232-1298)을 위해 이곳을 지나가던 조맹부가 특별히 그린 실경산수화였다. 이 그림에는 제남의 명소인 화부주산華不注山과 작산鵲山이 화폭의 좌우에 나뉘어 그려져 있다. 그러나 화부주산과 작산은 그림과 달리 실제로는 한 눈에 들어올 만큼 근거리에 있지 않다. 또한 그는 특유의 예스러운 형태와 서예적인 필치로 새로운 화면을 만들었다. 산동성 제남의 경치가 작가 조맹부에 의해 독특한 감각과 표현방식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종송_Mountain in Motion 움직이는 산_흙벽화기법에 천연안료_45.5×116cm_2023

이종송의 근작 가운데에는 설악산과 한라산을 한 화폭에 담아낸 작품이 있다. 당연히 이 두 산은 한 눈에 들어올 수 없을 만큼 멀리 있다. 역시 작가에 의해 재구성된 새로운 경치다. 조맹부와 이종송, 두 화가의 시공을 초월한 유사성이 흥미롭다. 이는 영향관계가 아니라 두 화가가 모두 눈에 보이는 사실성보다는 그 너머 본질의 묘사를 추구한 것, 즉 공통의 조형의식에서 비롯됐다. 이는 사실 문인화의 지향점이다. 또한 아름다운 경치는 결국 모두 통하고 다르면서도 같고, 같으면서도 다르다는 일종의 진리의 깨달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이종송의 작품과 '심인心印'의 관련성을 엿볼 수 있다. ● 별인지 눈[雪]인지 알아볼 수 없는 색 점들, 산인지 물 속 바위 무리인지 알 수 없는 녹색의 덩어리들, 그림 속 대상물들의 무시된 크기 비례, 어떤 것이 진짜인지 확인하기 어려운 나무와 그림자 등, 이 모든 것은 바로 심인의 시각화이자 표현에 다름 아니다. "만든 풍경 속에서 사색을 하며 산책을 한다. 그림 속에서 음악도 들리고 물소리도 새소리도 들린다."는 작가의 목소리를 관람자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장준구

Vol.20230313e | 이종송展 / LEEJONGSONG / 李宗松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