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오즈콧 Oz cot of Five

신수진_안성규_조혜정_준gk_한정현展   2023_0303 ▶ 2023_0331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예술공간 수애뇨339 SUEÑO 339 서울 종로구 평창길 339 Tel. +82.(0)2.379.2970 sueno339.com @sueno339

소설 『오즈의 마법사』의 저자 프랭크 바움(Frank Baum, 1856-1919)은 할리우드에 살면서 자신의 집이자 작업실이었던 공간을 '오즈콧'(OZ cot: 오즈의 작은 집)이라 불렀다. 마법의 땅이자 허구의 장소인 오즈가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장소가 되는 것, 현실을 기반으로 환상적인 동화를 만들어내는 것, 그것은 다섯 작업실에 대한 서사를 담고 싶은 이번 전시의 출발점이다. 사실, 작가들의 작업실에 대한 호기심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과 이후에 맞닥뜨린 혼란스러운 정세를 보면서 더욱 진지해졌다. 생계 내지는 생존의 문제가 끊임없이 위태로워질 것 같은 불안함 가운데 '이러한 시대에 예술가들은 무사히 지내고 있을까?'라는 질문이 저절로 생겨났다. 집을 구하기도 막막한 때에 안정적인 작업실 공간이란 말이 얼마나 허황되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예술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더욱 가난해지며 고립되어 가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 작가들은 사유와 상상, 그리고 현실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지속해오고 있다. 작가들에게 일터이면서 거주지이기도 한 작업실은 황무지 같은 회색빛의 공간이다. 자본의 현란함에서도 완전히 비껴간다. 하지만 회색에는 다양한 색이 혼합되어 있고, 그 색은 또 다른 가능성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업실은 다양한 색채를 지닌 판타지의 씨앗을 품고 있는 공간 임을 깨닫게 된다. 작가들은 그 거친 공간에서 여러 가지 재료를 부수고 조합하고 가공하여 판타지의 씨앗에 형태를 입혀가며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야기꾼들이기도 하다.

조혜정_센서스 코뮤니스 Sensus Communis_16mm 필름_00:45:00_2023
신수진_Windowseries_종이에 릴리프_56.5×76cm×2_2022_부분
안성규_경계(Border)23-151 독도의 새벽_캔버스에 유채_181.8×227.3cm_2023
준gk_Edge of Tomorrow_소다유리, 스테인리스 스틸_180×45×45cm_2022
한정현_X series 001_참나무, 거울_35×150×89cm_2021

자연물에서 추출한 작은 요소들을 이용해 선과 색이 집합된 추상적인 공간을 이루어내는 신수진, 도시와 하늘의 경계를 그리며 대자연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과 세상을 보여주는 안성규, 내면에서 시작한 사회구조적인 문제의식을 강조하면서 역사적 관점을 재조명하고 이것을 16mm 필름으로 촬영하는 조혜정, 단단한 유리 물질에 숨을 불어 넣어 유기적 형상의 사물로 변형하는 작업을 선보이는 준gk, 평범한 가구에 새 가치와 시각을 불어넣어 실험과 실용이 위트 있게 공존하는 작품을 선보이는 한정현. 이 다섯 작가는 닫힌 현실의 공간에서 상상의 문을 열어 전혀 다른 현실을 만들어낸다. 작은방에서 창문 너머를 상상하며 겹겹이 쌓인 그러데이션 무지개를 보여주고, 상가 2층 구석에서 세상과 삶을 관조할 수 있도록 대자연과 도시를 다채로운 색채의 물감과 붓으로 담아내고, 과거에 동물의 축사로 쓰였던 단층 건물에서 현대인의 불안한 삶을 연상시키는 작품을 유리로 풀어내고, 먼지와 대팻밥이 가득한 명장의 작은 공장에서 감각적인 가구를 탄생시킨다.

다섯, 오즈콧展_예술공간 수애뇨339_2023
다섯, 오즈콧展_예술공간 수애뇨339_2023

이번 오즈콧 전시장은 전시 현장이면서 다섯 작가의 공동작업실로 기능한다. 낯선 사람을 찾아간다는 것은 새로운 시각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립을 벗어나서 타인의 삶에 참여하며 관심을 가지고 서로 의존하는 연결된 존재라는 걸 느끼고 '나'들의 연대가 될 때 다른 삶으로의 전환을 꿈꾸는 예술적 상상력이 상승할 것이다. 완성된 작품 혹은 미완성의 과정을 노출 시키며 다섯 작가의 작품과 사물들이 경계를 허물며 뒤섞인다. 과정에 녹아있는 행위, 몸의 감각, 그리고 상상력의 느슨한 연결로 구멍과 틈을 만들어 우리가 놓여있는 조건과 상황을 함께 살피는 것을 요청하는 일이기도 하다. 관객은 작가들의 오즈콧에 들어가 작업 수행자와 바라보는 자를 통합시키고 전시장은 일상의 공간으로 전환된다. 이로써 각자의 개별화된 감각적인 체험이 만들어지고 여러 겹의 새로운 이야기가 생성될 것을 기대한다. ■ 조혜정

Vol.20230303g | 다섯, 오즈콧 Oz cot of Five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