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23_0216_목요일_04:00pm
참여작가 최찬숙_염지혜_김가을_로랑 그라소 아피찻퐁 위라세타쿤_임선이
관람시간 / 하절기(4~10월)_10:00am~07:00pm / 동절기(11~3월)_10:00am~06:00pm 월요일 휴관 / 관람종료 30분 전까지 입장 가능
포항시립미술관 Pohang Museum of Steel Art 경북 포항시 북구 환호공원길 10 1,3,4전시실 Tel. +82.(0)54.270.4700 poma.pohang.go.kr @poma_museum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19가 주도하는 세상에서 놀라운 속도로 변이하는 바이러스를 쫓고 있다. 인간 사이의 연결은 끊어지고 사회적 관계는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 좌절과 극복을 넘나들며 인간관계를 재연결하고,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보며 재편하는 동시에 더 적극적으로 미래를 향해 행동한다. 새로운 세계 질서 체계가 구축되는 이러한 움직임을 의식하면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는 기획되었다. 전시는 생태·환경·사회 등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진 전 지구적 차원의 위기 상황에서 프랑스 철학자 브뤼노 라투르(1947~2022)를 떠올리며 인간 중심의 이원론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문화, 자연과 인공 등으로 명확하게 나눌 수 없는 공동 세계를 바라보는 자리다. ● 2022년 지난 여름 유럽발 대규모 폭염 소식, 대지가 끓어올라 아스팔트는 갈라지고 붉게 타오르는 지도는 중세 이후 최악의 가뭄이라는 수식과 함께 사태의 심각성을 친절하게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 지구 곳곳의 대홍수나 대형산불까지 더해져 극단적 기상 현상이 오히려 정상이 될 것이라는 예견도 쏟아졌다. 팬데믹, 자연재해 등을 포함한 모든 이변이 혹시 임박한 파국의 징후는 아닌지, 엄습하는 불안과 공포, 조바심은 알지 못하는 끝으로 우리를 내몰았다. 예상치 못했던 재난이란 위로 아닌 위로로 현재를 다독이지만, 사실 속출하는 이변이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우위를 차지하고자 인간중심으로 비인간 영역을 도륙하며 착취해 온 궤적 값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모든 것을 정복하고 또 통제할 수 있다는 인간의 오만함이 만들어온 시간의 잔해에서 불행은 고개를 쳐들었다.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는 무너지고, 고려하지 않았던 행위자가 출현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비로소 인간만이 주체라는 사유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세계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너무나 실제적인 그래서 허구 같은 현실 세계를 살피며, 작동하고 있던 세계에서 겹쳐 있던 세계를 느낀다. 그것은 시간을 초월해 존재하는, 과거로부터 이어진 무엇이거나 현재 이동하는 무엇으로, 또 그 결과로 빚어질 미래의 무엇이 되는, 비약하자면 모든 것은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는 브뤼노 라투르의 말을 상기하게 한다. 존재의 생성과 소멸로 분절된 시간의 유한성, 그것은 무엇으로 이어지는 세계 안에서 무한성을 창조한다. 그리고 지속한다. 죽음으로 저무는 삶과 같은 한시적 시간은 다른 무엇이 되어 순환하고, 그 세계에 존재하는 인간과 비인간은 그래서 동등해진다. 그리하여 개인의 서사는 공동의 서사가 되고 분절된 시간은 영원이 된다. 물질과 비물질, 인간과 비인간을 가리지 않고, 주체가 아니었던 객체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연결되어 이미 세계에 개입하고 있었기에, 세계는 주체와 객체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낸 장소인 셈이다. 따라서, 그 안의 수많은 시스템 중 하나로 존재하는 인간은 부분이며 전체가 아님을 인식하고, 그 이상을 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라투르는 이야기한다. ●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함께하는 최찬숙, 염지혜, 김가을, 로랑 그라소, 임선이, 아피찻퐁 위라세타꾼은 이분법적 사고로 해결할 수 없는 이 혼종된 연결망의 세상, 그 하이브리드의 세계를 감지할 수 있는 예술 실천을 선보인다. 그들은 초월적, 다층적 세계 속에서 다양하고 이질적인 행위자가 결국 행위의 최종적 완성 없이 지속되는 현상으로 존재함을 직관적이며 감각적으로 접하는 경험을 제안한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질문을 던진다. ● 그래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 유기체의 세계 안에서…".
최찬숙(1977, 서울) ● 서울과 독일 베를린에 거점을 두고 영상설치 작업을 이어온 최찬숙은 개인의 기억과 역사를 이루는 땅과 몸에 주목하며 인간의 거주와 이주 문제를 탐색한다. '아티스트 리서치'를 통한 작가의 작업은 이주, 정착, 공동체, 그 모든 상호적 관계를 중심에 두고 타자이자 이주자로서 자기 경험 또한 연구에 반영한다. 「큐빗 투 아담」(2021)은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촬영한 영상으로, 작가는 그곳에 있는 세계 최대 구리광산 추키카마타와 그곳에서 발견된 미라, '코퍼맨'과 함께 지상 최대 천문관측 전파망원경 알마(ALMA) 기지를 흥미롭게 바라본다. 그러면서 '땅과 땅의 소유라는 관계'를 '다른 형태의 땅, 다른 형태의 소유'에 관한 이야기로 생각을 심화한다. 물질 기반의 땅과 몸에서 가상공간과 데이터까지 인식의 대상을 확장하며 땅과 몸의 관계와 전이, 유기물과 무기물의 분리와 불가분리, 삶과 죽음의 경계와 공존 등에 관한 질문 끝에 결국 존재론적 물음을 남긴다.
염지혜(1982, 서울) ● 염지혜는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문명사적, 인류학적 다양한 상황에 주목하며 새로운 이해 가능성을 탐색한다. 영상의 다양한 기법을 활용한 실험적·비평적 작업에는 작가 개인의 경험과 기억,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진 장소의 과거와 현재, 역사와 사회 등에 대한 통시적 관점이 담겨 있다. 영상작품 「우리가 게니우스를 만난 곳」(2015)은 변하지 않은 영원한 공간 히말라야산맥의 전설 같은 게니우스(뱀)가 인간의 도시 공간을 여행한다는 설정에서 비롯된다. 로마 신화에서 유래한 '장소의 수호 정신' 게니우스의 여정을 통해 작가는 태초의 장소로서 어떤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히말라야(장소성)와 물질문명의 장소로서 상대적 공간이 되어버린 도시(비장소성)를 비교한다. 그리고 이로써 과잉 문명의 현대사회에서 현재로만 환원되는 도시와 우리를 드러낸다.
김가을 (1975, 서울) ● 드로잉, 회화를 주된 조형 매체로 삼은 김가을은 누구나 태어나면 죽는다는 보편적 사실로부터 파생하는 인간의 본질적인 두려움에 관해 작업한다. 여기에는 자기 죽음으로부터 자신을 배제하는 어리석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인간의 과도한 욕망이 파괴하는 이 세계에 대한 공포와 연민이 깔려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과거·현재·미래의 삶과 죽음은 자연에 대한 경외심 속에 공존한다는 믿음 아래, '생(生)과 사(死)'라는 자연스러운 현상을 받아들이고자 몰두한다. 이것은 죽음이 생성과 소멸의 순환을 성립시키는 한 지점으로, 이를 거쳐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품고 있기에 가능하다. 이 땅에, 거대한 자연에 존재하는 인간, 그 존재의 사라짐을 극복하는 과정을 작가는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 모든 것에 공감하는 이 마음에서 기인하는 희망과 좌절, 행복과 고통,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 등과 같은 정서 안에서 들려준다.
로랑 그라소(1972, 프랑스 뮐루즈) ● 프랑스 파리에 거점을 둔 로랑 그라소는 영화, 조각, 회화,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시간과 공간의 초현실적인 설정이 형성하는 이질적 시간성 위에서 인간과 자연현상을 탐구한다. 「아니마」(2022)는 프랑스 알자스 지역의 임계영역*인 몽생트오딜(Mont Sainte-Odile)의 숲, 특히 이교도 벽을 중심으로 제작한 영상작품이다. 작가는 이 숲이 여러 역사, 여러 종교적 믿음, 객관적·과학적 정보 등과 같이 다양한 관점과 실체가 중첩된 장소라는 것에 흥미를 둔다. 그리고 이를 인간, 비인간, 식물, 광물을 등장시킨 영상을 통해 모든 것이 누구의 관점도 아닌 모두의 관점이 겹쳐진, 다중적 관점으로 제시한다. 그 결과 장소는 모호한 시간성으로 채워진 새로운 생태계로 제안되어, 아직 입증되지 않은 세계에 우리가 직관적으로 접근하도록 한다.
* 임계영역 : 암석, 토양, 물, 공기 및 살아있는 유기체와 관련된 복잡한 과정이 자연 서식지를 조절하고 생명 유지에 필요한 자원의 이용 가능성을 측정하는 이질적인 근지표환경(전미연구평의회, 2001)
아피찻퐁 위라세타꾼(1970, 태국 방콕) ● 태국의 작가주의 대표 영화감독 아피찻퐁 위라세타꾼은 다큐멘터리와 픽션 사이의 독특한 형식과 구조를 바탕으로 태국 북동부 역사와 이미지를 결합하여 정치적, 사회적 이슈를 절묘하게 다룬다. 그는 기억과 이 땅, 그리고 역사를 이해하고자 특히 인간, 동물, 영혼이 공존하는 세계를 중첩된 시간으로 끌어낸다. 감각과 감정의 진동으로 의미 공유를 시도하는 그의 작업은 그래서 논리적인 서사와 구조를 지닌 기존 영화문법으로는 접근이 어렵다. 「블루」(2018)는 태국의 숲에서 아홉 밤 동안 촬영된 작품으로, 잠들지 못하는 한 여인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태국 전통 마을 극장인 라이키(likay)의 임시 무대 배경막 풍경이 자동으로 바뀌고, 뒤척이는 여인이 덮고 있는 파란 담요 위에서는 불꽃이 피어오른다. 이내 극장 주변과 배경막에도 군데군데 불이 붙고, 불은 다시 이 여인 전체에 투사된다. 현실과 꿈의 세계 사이에 머무는 듯한 이 연극적인 상황은 관람자의 경험을 증강하여 영상에 새로운 기억 층을 덧입히도록 한다.
임선이(1971, 대전) ● 임선이는 회화, 사진,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에 기반하여 삶과 죽음, 영원과 찰나, 존재와 부재가 교차하는 삶의 다층적 양상과 무게에 관해 탐구한다. 이를 염두에 두고, 작가는 자기 삶에 밀착된 경험과 감정을 독특한 풍경 이미지로 구축한다. 「몸을 잃은 새-다다른 곳#3」(2023) 은 이끼가 펼쳐진 공간 그리고 그 허공을 날개 없는 원형의 새가 부유하는 풍경이다. 이끼는 근원적인 형태의 자연을 불러들이고, 원형의 새는 무중력 공간의 느낌을 자아낸다. 알 수 없는 시공간을 떠도는 여행자의 마음처럼 설렘과 두려움, 희망과 막막함, 낯섦과 익숙함이 공존한다. 익숙한 낯섦과 불안한 평온이라는 이중적 정서가 가득한 여기서 마치 우리는 자연의 언어를 알아듣는 착각을 일으킨다. 이 세계에 드러나지 않는 다른 차원, 다른 시간의 세상처럼, 붕 떠 버린 시간, 바로 거기부터 관람자의 시간이 시작된다. ■ 이보경
We are chasing a virus that is mutating at a startlingly fast pace in a world COVID-19 still dominates. Inevitably, interpersonal connections have been disrupted and social relationships changed. We reconnect these relationships while fluctuating between frustration and mastery, and we reflect on and reorganize our lives to date while simultaneously acting more aggressively toward the future. Where Must We Go... was curated with consideration for such movements of a new world order being built. The exhibition is a place for shedding the anthropocentric, dualist worldview and viewing a common world that cannot be clearly divided into humans and non-humans, nature and culture, and nature and the artificial, while thinking of the French philosopher Bruno Latour (1947-2022) in a global crisis situation that swelled simultaneously in the ecology, environment, and society. ● With news of the great heat wave commencing in Europe in the summer of 2022, the earth boiled to the point of the asphalt cracking, and the map burning red hot obligingly explained the gravity of the situation with the modifier "the worst drought since the Middle Ages." As great floods and wildfires were added around the world, with South Korea not being an exception, predictions abounded that the extreme weather phenomena will actually be the new normal. Anxiety, fear, and impatience, about whether all these abnormalities including the pandemic and natural disasters are not signs of an impending doom, crept up on us and drove us to an unknown end. While we comfort ourselves now with the hardly comforting thought that these disasters were unforeseen, we actually know that the mounting abnormalities are the trajectory price of anthropocentrically butchering and exploiting the nonhuman realm to secure the upper hand in the capitalist market economy. Misfortune raised its ugly head in the debris of time human arrogance, of the belief that we can conquer and control everything, has been producing. In a situation where the boundary between humans and nonhumans collapses and unconsidered actors emerge, we finally realize we can no longer fully understand the world with the way of thinking believing only humans are subjects. ● While examining the all too real and therefore fictive actual world, one feels a universe that was overlapped on the world that was operating. That is something continued from the past and existing transcending time, or something current moving, and it reminds one of Latour's comment that all things are somehow connected, to make a leap. The limited quality of time, segmented through the generation and elimination of existence, creates infinity in a world leading to something. It also continues. Temporary time such as life setting into death becomes something else and circulates, and humans and nonhumans existing in that world therefore become equal. Thus, the individual's narrative becomes a common narrative and segmented time becomes eternity. Since the object that was not the subject was already intervening in the world, connected to a greater extent than we imagined and without discriminating between matter and nonmatter or between humans and nonhumans, the world can be deemed a place interaction between the subject and object created. Therefore, humans, who exist as one of countless systems in it, must recognize they are a part and not the whole and take care not to transgress, according to Latour. ● Chan Sook Choi, Ji Hye Yeom, KIM Gareul, Laurent Grasso, Im Suniy, and Apichatpong Weerasethakul, who are exhibiting in Where Must We Go..., present artistic practices through which one can sense this world of mixed networks that cannot be resolved with dichotomous thinking, that hybrid world. They suggest an experience in which diverse and heterogeneous actors intuitively and sensuously encounter existence through phenomena ultimately continuing without final completion of the acts, in a transcendent and multi-layered world. We then ask with them. ● So, "where must we go? In this world of organisms...." ■ LEE Bokyoung
Vol.20230119b |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