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23_0113_금요일_06:30pm
주최 / 아트스페이스 라프 기획 / 성왕현 진행 / 이현희_김리하_황규진_김준형_김진형 그래픽디자인 / ahaha grahic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화요일,설연휴 휴관
아트스페이스 라프 Artspace LAF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로 63 (북아현동 177-1번지) B1 Tel. +82.(0)2.364.8586 www.artspacelaf.com @artspace_laf
"아프니까 청춘이다" 김난도 작가의 저서가 큰 반향을 일으킨 만큼 제목인 이 문장은 하나의 관용어로 자리 잡았다. 그 속뜻이야 어쨌건 아픔이 당연하다는 듯한 발언에 다수의 청년들은 반기를 들기도 했다. 청춘의 불안을 마주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러한 말은 그저 "라떼는~"으로 시작하는 궤변으로 느껴질 것이니 말이다. 이 전시는 불안을 정면으로 맞닥뜨리고 있을 청춘 작가들의 전시다. 흔히 창작의 과정을 산고에 빗대곤 한다. 미대생들은 산통을 이겨내고 새 생명을 맞이하듯 졸업작품이라는 결실을 이뤄내지만 실상은 스스로가 무방비 상태의 아이가 되어 세상에 던져진다. 「흔들」전에 참여한 다섯 명의 작가는 자신들만의 섬세한 감수성으로 세상을 감각하고 있다. 허허벌판에서 한 점 바람에도 쉽게 흔들릴 수 있겠지만 다양한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본인만의 씨를 뿌리고 있다. 꿋꿋하게 자신들의 언어를 풀어내기 시작한 작가들에게 우선 지지와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김윤하는 가족, 성별, 신체 등 태어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관계와 조건에 대해 고찰한다. 특히 어머니의 강한 영향력에 맞서 심리적 탯줄을 제거하고자 하는 욕망을 보여주는데, 여기서 어머니란 생물학적 어머니이기도 하지만 개인을 지배하는 다양한 외부환경을 의미한다. 「Unseparated」는 얇은 피막만 유지한 달걀을 보여준다. 백색의 액체는 마치 모유와 같이 달걀에 흘러내리지만 흡수되지 못하고 서서히 달걀을 덮으며 새로운 피막을 형성한다. 작가는 자신에게 흐르는 이 피막의 파편들을 찾는다. 예리하게 그것을 잘라내고자 하지만 이것은 도려내지지 않고 계속해서 생성된다.(「Change of State」) 작가는 피막 안에서 끊임없이 꿈틀대며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송다현은 정신적 통증이 육체를 덮은 개인적 경험을 통해 인간이 감각하게 되는 다양한 고통과 상처에 주목한다. 그 과정에서 상처를 가진 사람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몸에 드로잉 함으로써 흔적을 남겼다. 이 상흔은 개인의 신체에 짙게 각인되었지만 이내 물에 씻겨나가며 일종의 치유의 과정을 함께 공유하게 된다. 공감과 치유는 작가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온수화」에서 작가는 개인의 온기가 남은 옷을 수집하고 조각내어 담요를 만든다. 이 담요는 낯선 곳에 쓰러진 인물을 포근히 감싸준다. 각각의 조각은 작은 꽃잎이지만 모여서 하나의 꽃이 된다. 작가는 그렇게 욕조 위에 꽃피운 '온수화'를 통해 상처를 가진 많은 사람들과 스스로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있다.
이경준은 인간을 감싸고 있는 인체의 변형을 통해 우리의 인식이 왜곡되는 지점을 꼬집는다. 작가가 '살덩이'라고 표현한 형상은 상당이 괴이하다. 외계의 괴물 같기도 한 이 덩어리들은 서로 얽히고설키며 또 다른 형상을 만든다. 그 와중에 세밀하게 묘사된 털은 이것이 사람의 살갗이었음을 마지막까지 보여주고 있다. 「사랑과 하트의 관계」를 보면 살덩이들이 기이한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중앙에 불룩하게 솟아있는 단정하고 거대한 하트가 당황스럽게 한다. 이 움직임들이 사랑의 움직임이라는 것인가? 제목에서 말하듯 결국은 하트 역시 하나의 빈 기호일 뿐이다. 감춰진 의도 속에서 관객에게 저마다의 기준으로 작품을 해석하고, 각각의 프레임을 만들게 된다. 작가는 우리가 미처 꿰뚫어 보지 못한 편견이 득세할 때 인간은 객관적 진실을 보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소정은 '집'이라는 장소에 대해 집중한다. 학업으로 인해 서울로 상경한 작가는 본가와 자취방을 오가며 '집'이라는 공간이 갖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작가는 또래의 여성 1인 가구 인터뷰를 통해 집이 주는 안정감, 불안감, 걱정 등 다양한 감정에 귀 기울였다. 그리고 그 이미지들을 캔버스에 기록했는데, 공간이 집인 만큼 인물들은 외부 시선에 자유로우며 편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때 관객은 철저하게 관찰자로 방의 한쪽 구석 혹은 틈새에 위치하며 본의 아니게 인물들을 훔쳐보게 된다. 자취방은 엄연히 집이지만 방 하나 크기에 온갖 조립가구로 구성된 일시적 숙소에 가깝다. 특위의 빠른 붓질과 강렬한 색감은 장소의 불안정성을 대변하면서도 그 안에 살아가고 있는 인물의 일상을 담담하게 기록한다.
탁무겸은 '포테이토교敎'라는 신흥 종교를 만들어 사회 안에 깊게 뿌리내린 종교의 영향력과 무조건적인 믿음에 유쾌하게 반박한다. 그렇다면 왜 감자일까? 감자는 대표적 구황작물인 탓에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기근과 함께 등장하곤 했다. 감자신神은 처절한 굶주림 속에서도 인류와 함께해온 것이다. 감자는 또한 패스트푸드의 상징이기도 하다. 감자칩, 프렌치프라이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즐기는 간식거리다. 이동식 판매대의 형태를 하고 있는 포테이토교의 제단은 종교가 소비되는 사회구조를 반영함과 동시에 쉽게 즐길 수 있어야한다는 포테이토교의 원칙을 확인시켜준다. 포테이토교는 치밀한 원칙과 구조 속에서 신도를 늘려가고 있다. 사실 종교는 믿음이라는 절대적이고 추상적인 감정에 접근해야 하기에 어려운 주제 중 하나이다. '포테이토교의 10계명'은 믿음이 향해야 할 지점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내포하고 있다. ■ 이현희
Vol.20230113e | 흔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