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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대화 / 2023_0113_금요일_03:00pm 2023_0210_금요일_11:00am
60분 진행 / ▶ 사전예약하기 문의 / Tel. +82.(0)10.3365.2681 / ▶ 작가 개인 SNS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공휴일 휴관
갤러리 MNU gallery MNU 전남 목포시 영산로59번길 33-5 (죽동 41번지) 목포도시재생지원센터 1층 Tel. +82.(0)61.802.1017 @gallery_mnu
프롤로그 ● 내 안에 있는 외로움이나 괴로움, 분노 같은 것들을 나만의 힘으로 감당해 내지 못하는 날들이 길었다. 그것들은 커다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자칫 예고 없이 터져버려 실속 없는 큰소리를 내며 담아 놓았던 것들을 허무하게 날려버리게 되지 않을까 걱정됐다. 작은 용기를 내어 세게 조여놓았던 끈을 풀었다. 아주 조금씩, 터지지 않을 정도의 틈을 내어 그것들을 흘려보냈다. 가끔은 그것들을 견뎌낼 수 없어 스스로 터져 나올 때도 있었다. 그것이 20대 나의 그림이었다. ● 어쩌다 보니 그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내 안에 있는 것들과 꽤 재밌게 공생하고 있다. 어쩌면 내 안에 그것들을 어느 정도 감당해 낼 힘이 생긴 걸까? 그것들과 재미나게 살아가는 나의 세계. 지금의 나는 이것을 그린다. 나의 세계는 보이지 않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예를 들면 중성미자, 대류, 시간 같은 것이다. 입자물리학이나 빅히스토리(지질학적 시간) 세계로 들어가게 되면 내면의 시끄러운 잡음은 고요해진다. 보이는 것들 넘어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게 되면 복잡하고 어려웠던 것들이 꽤 쉬워지고, 이내 깨달음을 얻게 된다. 물리학과 지질학을 공부하는 일, 휴대용 루페를 목에 매고 지질답사를 다니는 일, 현미경으로 암석을 관찰하는 일은 나만의 도를 닦는 일, 나만의 세계를 찾아가는 일이다. 그리고 나는 이 세계를 그린다. ●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으로 간주하며 그림을 그리는 나의 행위가 억지가 아니겠냐는 의구심은 고통스러우면서도 내가 평생 싸워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 거대한 판타지 속에 살아가는 것이 이리도 기쁜 것이라면 나는 기꺼이 이 싸움을 이어가겠다. 더 나아가, 이 감화와 감동을 목마른 다른 이에게 전해줄 수 있다면, 내 세계가 지친 누군가에게 오아시스가 될 수 있다면 이것이 나의 사명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수많은 오덕 1) 선배의 고고한 발자취를 따라가자! 누가 뭐라 한들 꿋꿋하게 자기 세계 안에서 즐겁게 살아가는, 나는 성덕 2) 이 되고 싶다!
관계, 忽(홀), 관계 ● 입자물리학이나 다양한 지질 현상을 공부하고 관찰하면 나는 그 안에서 나 자신과 관계하는 모든 것들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관계는 비단 인간과 인간만이 맺는 것이 아니다.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 더 나아가 시간과 공간, 지구와 우주 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무한한 관계를 맺고 있다. 관계는 역동적이어서 질서를 새로 만들어내는 창조자의 역할을 하면서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기도 하는 파괴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관계를 통해 안정된 질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복잡한 질서가 생산된다. 인간과 지구 그리고 우주는 이러한 관계를 통해 도출된 결과물이다. 우리는 관계라는 단순한 시작에서 가장 아름답고 경이로우며 한계가 없는 형태로 전개되어왔고, 지금도 전개되고 있다. ● 나는 거시적인 관계의 세계를 넘어 우리가 인지할 수 없는 미시적인 관계의 세계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중성미자나 대류, 시간 같은 것을 생각하면 보이지 않는 세계가 펼쳐진다.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들은 보이는 것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으로 가득 차 있고 그것들은 지극히 관계주의적이다. 물질과 반물질의 관계는 인간과 인간, 사물, 사회 등의 모든 것과 관계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결국 새로운 것은 없고, 우리의 모태인 작은 입자 더 나아가 지구 혹은 우주와 나란히 평행한 선을 그으며 걷고 있으며, 삶은 그 법칙과 원리를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 나는 그림과 나 사이에 이루어진 관계 속에서 질서의 창조와 파괴를 반복한다. 궁극적으론 선과 선, 색과 색, 공백과 공백 사이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관계를 표현하고자 한다. 관계 사이에 존재하는 형이상학적인 것들의 끝없는 움직임은 강한 생명력을 지닌다. 나는 이 강한 생명력을 포착하고자 한다. 이것들은 화면 안에서 유영하면서 때론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때론 조화로움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밀도란 보이는 것뿐 아니라, 보이지 않은 것들이 화면 안에서 얼마나 많은 관계를 맺었는가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작품에는 이들이 맺고 있는 관계를 받아들이는 나의 미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나는 나에게 내재해 있는 미학을 지도 삼아 이것들의 총합을 끌어낸다. 즉, 나의 작업은 관계를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이자 나의 자화상이다. ● 관계를 다루는 나의 작업은 비선형적 사고를 완성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나는 작업을 통해 물체가 가지고 있는 이면을 알고자 한다. 독자적인 색, 선, 공간 등은 관계를 맺음으로 성질이 변하며, 보이지 않는 단단한 끈으로 묶인다. 사회적 관계를 형성함에 따라 그 독자적 의미는 달라진다. 이로써 어두운 것은 어두운 것이 아니게 되며, 1은 1이 아니게 된다. 변화 속에서 찾은 안정은 비로소 무용지용(無用之用)을 가능케 한다. ● 관계는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우연적이다. 관계는 예측할 수 없으며, 결괏값이 일정치 않다. 그림도 그렇다. 그림이 한 공간과 관계할 때 그 결괏값은 예측할 수 없으며, 어떤 관계를 맺을지 모른다. 작품의 설치적 요소는 관계의 우연성을 대변한다. 설치작업을 통해 전시, display의 개념을 넘어 나는 목포, 원도심, gallery MNU 라는 공간과 소통하기 원한다. 전시란 새로운 시·공간과 관계하는 하나의 project이기도 하다.
* 각주 1) 오덕: 오덕후(오타쿠)의 준말 2) 성덕: 성공한 오덕후(오타쿠)의 준말
호모 파티엔스 homo patiens ● 고통하는 인간. 대부분의 인간은 고통을 기피한다. 하지만 고통을 통해 인간은 진화해왔고 성장해왔다. 고통하는 인간의 모습은 지구와 닮았다. 내부의 열과 압력을 견디지 못해 토해내기도, 대기의 매서운 추위에 이내 딱딱하게 얼어버리기도 하는 지구의 모습은 고통하는 우리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았다. 우리는 지구의 고통의 결과물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그것을 축복으로 여기며 살아간다. 고통 그것은 어쩌면 축복이다.
흔적, 증거 evidence ● 모든 지질 현상은 지구의 움직임의 흔적이자 발자취이다. 그것은 살아있는 지구를 대변한다. 커다란 산부터 작은 모래알까지 그것은 지구의 움직임의 흔적이며 증거다. 우리의 모든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움직임은 외부 혹은 내부에 흔적을 남긴다. 무엇이든 흔적 없이 지우는 일은 지구도 인간도 그리는 행위 안에서도 가능한 일이 아니다. 우리의 움직임은 흔적이자 증거다.
암맥 dike ● 기존 암석 사이에 존재하는 틈을 따라 마그마가 관입한다. 이것은 암맥이 되는데 암석의 성분이나 조직에 따라 다르게 형성되는 모습을 보인다. 또 그 주변으로는 변성작용이 일어나기도 한다. 우리는 예측이 불가한 세상과 관계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많은 불안을 야기하기도 한다. 지구는 그 틈을 기어이 내주며 변성되어 재창조된다. 암맥의 모습은 의연하고 고요하다.
생흔화석 trace fossil ● 생물의 생활 흔적이 남아있는 화석으로, 공룡 발자국이나 생물이 기어간 흔적 등을 생흔화석이라고 한다. 행위의 흔적은 필연이 아니라 우연이다. 흔적의 에너지는 강렬하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것들의 이야기를 내포한다. 우리는 생흔화석을 통해 생물에 관한 정보를 예측한다. 예측은 사실이 되진 못하지만 궁극적으로 대상을 이해하려는 사랑의 표현으로 충분하다.
Taponi-선택적 풍화 ● 화산 쇄설성 퇴적물이 선택적 풍화작용을 거쳐 암석이 떨어져 나가면 구멍이 생기는데 이를 Taponi 라고 한다. 우리의 내면도 원하는 혹은 원하지 않은 결과물이 한데 섞이고 퇴적되어 단단해지는데, 내면의 고요한 풍화는 홀연히 어떤 것을 덜어내기도 한다. Taponi 그것은 예측 불가 한 때에 찾아온다.
허 虛 ● 우리는 같은 값으로 상황과 관계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자주 고통이라는 변수에 같은 값으로 대응하는 mannerism에 빠진다. 본 작품은 호모 파티엔스(homo patiens)의 연작으로 수동적인 알고리즘(algorism)의 虛(허)를 나타낸다.
변성 變性 metamorphism ● 암석은 높은 열과 압력을 받아 성질이 변한다. 이것을 변성이라고 한다. 우리는 어떤 것들로 성질이 변할까. 나는 작품을 통해 그것은 관계라고 말한다. 색과 형태 그림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은 서로의 관계를 통해 끊임없이 변형되고 재창조된다. 우리는 관계한다. 그리고 변성된다.
Geo project part 1. 군산, 부안 ● 전라북도지질공원인 고군산군도 지질공원과 전북 서해안 지질공원을 답사한 뒤 작업한 평면작업을 지질답사지에 가변 설치하고 촬영했다. 설치된 작품은 지구와 끊임없이 관계하는 우리의 모습이면서 지구와 꽤 닮아있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 박성은
Vol.20230113b | 박성은展 / PARKSUNGEUN / 朴聖恩 / pa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