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211119f | 현경훈展으로 갑니다.
현경훈 인스타그램_www.instagram.com/hxxnuh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현경훈 협찬 / 아트스페이스실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월요일 휴관
아트스페이스실 Art Space Sill 인천 부평구 부평대로38번길 22 2층 Tel. +82.(0)10.8808.2519 www.instagram.com/artspacesill
머릿속에서 사건을 발생시켜 전개하는 상황 또는 디지털 공간 속의 모의실험이 우리가 흔히 '시뮬레이션(simulation)'을 생각할 때 떠올리는 이미지다. 여기서 사건이 발생하기 위해서 '가정'이라는 전제조건이 필수적인데, 그렇지 않으면 상황은 사실성에 온전히 의존하기 때문에 자립할 수 없다. ● 이와 다르게, 물질세계에선 시간과 공간은 공변하며 그 둘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단기적으로 우리가 인식하기에 공간은 변화되지 않으며 고정적 이미지를 가진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변해가는 속도와 형태만 달리할 뿐 이 또한 절대적인 법칙에서 벗어날 순 없다. ● 예를 들어, 집안 곳곳을 훑어보면 바닥 구석과 책상 위 쌓인 먼지, 벽과 천장에 바래진 오염, 그리고 가구에 상처들이 보인다. 이들 모두는 낡아가는 중이다. 다시금 벽의 한 부분을 올려보면, 벽지의 음각 패턴과 뜯긴 빈 곳이 만나 기존의 공간을 바꾼다. 이러한 방식으로 바라본 공간은 나에게 다변적이고 유동적으로 느껴진다. 또한 그 모습은 켜켜이 쌓인 층들의 총체고 변화되는 청사진같이 보인다. ● 그렇다면 '현재'는 기록의 연속인가 혹은 닫힌 미래인가. 이에 대한 고찰을 위해 나는 여기에 독자적인 세계를 구성한다. 그러기 위해선 앞서 말한 시뮬레이션의 전제인 몇 가지 조건을 가정한다.
(i) 전시 공간에서 시간은 직선적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 작업은 공간 제약적(site-specific)인 형태로 존재하고 각각의 부분은 "#N;yy-mm.dd"의 기호로 표기되어 있는데 이는 작품이 그려지는 과정을 기록한 로그이다. 이를 통해, 일련의 시간을 파편화시키고 특정한 시간에 종속시킨다. 즉, 전시 공간에서의 시간은 작업 속에 갇혀있다. ● 또한, 기존의 공간 속에 새로이 공간을 설계함으로써 생겨난 연속성과 폐쇄성을 통해 서로 다른 것들이 중첩하고 전이되어 지각적 복원을 만들어 낸다.
(ii) 전시 공간에서 시간은 오로지 관찰자 시선 위 지각적 판단에 의해서만 흐른다. ● 관람자 시점에서의 지각으로 시간은 뒤틀리고, 흐르며, 역행한다. 따라서, 전시에서 이러한 특정할 수 없는 존재를 'X'로 설정한다. 여기서 관찰자의 고정된 위치에서 시뮬레이션 화한 'X'는 비규칙적으로 이어진 점, 나눠진 선 등의 모양을 가질 수 있고 거기에 더해 나선형 구조물 내 임의의 이동 루트에 따라 축적된 형태는 도형, 나선, 구들이 얽히고설킨 지도와 같다. 하지만 이 지도는 공간 속 각인된 작업과 같이 신체를 가지는 것에 선행될 수는 없다. ●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시간에 갇힌 작업의 폐쇄성은 관객 스스로가 만들어낸 주관적 연속성에 의해서만 흘러가는 까닭에 작업의 형태는 개인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종적으로 '시각화'된다. 그러므로, 전체성과 무한이 충돌된 틈, 즉 감각적인 경험이 사라지고 생겨나는 어떤 것들 사이의 교차점이 '현재'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노트(북)의 한 페이지를 펴 그리거나 쓰는 걸로 나의 작업은 시작된다. 적혀지고 그려진 기록들은 무수한 형태로 변형될 수 있는 모델이자 개념들의 집합으로 글과 그림이 교차된 이차원적인 이미지는 회화,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과 같은 다양한 매체로 확장된다. 이를 통해, 나는 예술가로서 매체의 한계성을 두는 것을 거부하고 실험하며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해 나간다. ● 또한, 나는 시공간, 중력, 기록과 기억, 무의식 등과 같이 물질세계와 정신을 구성하는 요소들에 관심이 많은데 각각의 독립적 요소와 이를 분리하는 법칙을 깨뜨리고 중첩하며 결합함으로써 작품을 구성한다. 이 행위는 인지적 감각에서 주관적 형태로 전환하는 것, 다시 말해서 사라지고 생겨나는 경계의 것들에 대한 사유다. ■ 현경훈
Vol.20230106b | 현경훈展 / HUN HYEON / 玄京勲 / pa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