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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2_0618_토요일_04:00pm
관람시간 화,목,토_11:00am~05:00pm(오픈) 월,수,금_11:00am~05:00pm(자율적 관람) 공휴일 휴관, 그 외 예약제 오픈
올댓큐레이팅 ALL THAT CURATING 서울 강남구 선릉로 820 B1 Tel. +82.(0)10.2618.8640 www.atcurating.com www.instagram.com/atcurating
대상의 구체적 재현에서 벗어난 관념적 세계를 빛의 풍경으로 그리는 신경철 작가의 작품 15여점을 선보인다. 작품명 「T-here」은 '저기(there)'이면서 또한 '여기(here)'로 관객의 시선과 공간을 이동시키며 감정의 변화를 이끄는 작품의 의미를 축약한 제목이다. 구상과 추상, 현실과 가상, 자연과 인공 등 상반된 개념이 혼재된 화면은 동시대 우리가 처한 현실을 은유하며 현대인을 위한 새로운 회화적 감각을 깨울 것이다. ● 작가는 캔버스 표면의 입자를 없애기 위해 석회를 바르고 아주 매끈한 평평한 미니멀리즘 면을 획득한 다음 물감과 연필로 표현성을 감지할 수 없는 중립적 공간을 드로잉한다. 그러면 은회색 밑바탕에 깔린 외부의 빛이 반사되면서 공기가 담긴 듯이 청아해지며 그 위에 칠해진 색의 레이어가 분리되며 실재하지 않는 빛의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 서서히 소멸하는 어렴풋한 기억 속 풍경에 구체성을 부여해 물리적 형상으로 그 흔적과 잔흔을 담아 새로운 의미에서의 공간을 구축하는 이번 전시로, 기억 속 흔적의 길을 따라 보는 이로 하여금 각자의 기억에 자리한 아련한 내면의 풍경을 마주해보길 바란다. ■ 올댓큐레이팅
관객이 구성하는 이미지 ● 필자가 그의 작품을 처음 본 것은 그의 대구 작업실에서 였다.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건장한 어른의 상체를 가릴 수 있는 정도의 크기였다. 전시장에서와는 달리 작업실에서는 그의 작품을 여러 상황과 각도에서 볼 수 있었다. 포개어져 있고 쌓여 있거나, 미완성인 상태로 구석에 놓아져 있거나, 책상 위에 놓여져 있거나 뒤집어져 있었다. 그의 대구 작업실을 방문할 때마다 필자는 단순히 작가가 '왜' 이런 작업들을 벌이는지를 궁금해했다. 그러나 최근 이루어진 그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우선 필요한 질문은 '왜'를 묻는 질문이 아닌 내적, 외적 경험상의 계기를 묻는 질문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의 경험을 몸소 실시간으로 경험할 수 없고 모든 경험의 원본은 얽히고 설키는 감성적 사건들의 흐름에 귀속된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므로, 그의 '왜'에 대한 대답은 임의로 재구성된 여러 감성적 사건들의 집합에 대한 그의 주관적 묘사 외에는 다른 것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이 '왜' 대신, 그가 경험한 수많은 작업의 계기들을 탐구해야 하는 입장에 서있다. 이 계기들이란, 그만의 방식으로 볼 수 있게 된 표상들, 그가 붓질을 하고 연필로 선을 긋는 매 순간 소환한 기억들과 느낀 감정들, 그가 들은 작품에 대한 의견들, 그리고 그가 수년 동안 익힌 손기술, 그의 작업 양식의 변천사 등이다. 특히 이 후자의 경우, 어릴 적 형광펜으로 쓴 글씨의 테두리를 검정색 펜으로 그려 나가는 낙서의 기억이 현재의 방법론 채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의 방법론이란, 가장 먼저 광택 효과를 내는 색채를 캔버스에 칠하고 그 표면을 연마하는 과정을 반복하여 매끈한 밑바탕을 만드는 작업을 필두로 한다. 그 다음, 그 위에 미리 포토샵으로 파편화하고 재구성한 중첩 이미지를 모델 삼아 밝은 톤의 단색으로 그린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생긴 붓질 흔적의 미세한 테두리들을 연필로 그려 나간다.
이렇듯 그가 남긴 미세한 흔적들은 이러한 매우 반복적이고 긴 육체적, 정신적 노동의 결과이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그저 어떤 물감 흔적들이 칠해져 있는 화면이었던 것이, 가까이 다가갈 수록 그 물감 자국들과 연필 자국들의 미세한 구조를 드러냈다. 눈앞에 보고 있는 것이 어떤 풍경이라는 사실을 알기 전에는 그저 붓질 흔적이었던 것이, 그 사실을 자각한 후에는 작가의 계획한 미분화된 제스처의 흔적들로 드러났다. 처음에는 확고히 뇌리에 인식되던 이미지가 아니었던 것이, 나중에는 스스로 구성하게 되는 중첩된 풍경으로서 드러났다.
그렇다면 이러한 일련의 계기들로써 탄생한 방법론과 그의 작품에 대한 필자의 경험은 어떤 자각들로 귀결되었는가? 가장 넓게 보면 그는 작가 자신의 경험상에서 절감한 바들을 확실한 그만의 작품 제작의 계기로 삼고, 그로부터 특정한 양식의 방법론을 계발하여 그 자체로 중첩되고 다의적인 이미지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먼저 그의 작품은 시각을 통한 감성적 경험 이외에는 다른 경험(개념적 이해, 기호적 신호, 정보 전달 등)을 제안하지 않는 시각적 체험의 단초로서 제작되었다. 즉, 그의 작품에는 특정한 사회, 문화적 맥락을 대표하는 개념이나 기호, 상징이 없고, 오로지 관객이 여러 가지 주관적 방식으로 지각하고 재구성할, 그러나 쉽사리 판단, 규정할 수 없는 하나의 시각 견본만이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그것은 명확한 재현이미지를 전달하려는 회화가 아닌, 관객의 주의를 끌기에만 충분하도록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신경철 작가는, 자신이 만든 작품으로 초대되는 첫번째 손님으로서, 스스로의 작품에 대한 경험을 최대한 관객의 경험과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론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작품을 볼 때 관객은 실제 생활 속의 풍경을 관조할 때 사용하는 감관능력과 같은 것을 따라야 하지만, 그가 제시하는 화면은 다른 종류의 감성적 경험, 즉 이미지의 구조를 능동적으로 읽어내고 주의력으로 지속되는 경험을 불러들인다. 이 주의력, 그리고 작품 앞에 머무르는 시간이 담보된다면 누구든지 그것을 물리적으로 구성하고 있는 붓과 연필의 흔적들을 하나의 사태로 바꿀 수 있다. 그리고 그 흔적들이 하나의 사태로 인지된다면, 그 사태는 이미지 속의 재현된 사태가 아닌 보는 사람 자신이 시각적 경험을 되돌아보고 그 경험을 다방향으로 지속시키는 사태일 것이다. ● 그가 종국에 제시하는 이미지는 겹쳐진 네거티브 사진 이미지의 파편들을 다시 한 땀 한 땀 재구성한 것과 같다. 관객은 거기에서 자신이 보려는 풍경, 또는 그 풍경과 작가가 표현해 놓은 풍경의 사잇길을 마음대로 산책할 수 있다. ■ 손지민
Vol.20220612a | 신경철展 / SHINKYUNGCHUL / 申炅澈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