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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8:00pm / 일요일 휴관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HOAM FACULTY HOUSE 서울 관악구 관악로1(낙성대동 239-1번지) Tel. +82.(0)2.880.0400 www.hoam.ac.kr
정갈하게 버려진 의자... ● 많은 생각을 가지고 도착한 전주 어느 곳에서 만난 의자 두 개. 너무도 사랑해서 우리에게 다 내어주고, 한정된 공간에서 헐겁고 성긴 모습과 공허한 시선으로 더딘 시간을 지내고 계신 그 분들이 오버랩 되었다. 혼재된 유형의 소멸과 무형의 소멸, 내 사랑하는 부모님의 기억도 의자의 경험과 같이 소멸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잊혀진 의자, 그 근원과 파편화된 감정의 이입을 통해 그에게 존재했던 것들이 어딘가에 계속 존재한다. 이번 전시 『생성되고 소멸하는 덩어리』에서 살펴봐야 하는 것은 형식보다는 버려지고 잊힌 사물 즉 소멸되는 것에 대한 환기와 그에 대한 심리적 복원에 대한 의미와 내용이다.
장자의 『인간세(人間世)』에 '부득이(不得已)'라는 글이 나오는데,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이 어휘는 '어쩔 수 없음'이라고 해석되며, 이로써 현실을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의 심리를 대변한다. 이 표현은 현실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현실과 타협하면서 살아가야하는 삶의 모습을 나타낸다. 나의 작업은 버려진 의자가 내포하고 있는 답답한 현실에서 생성된 초월의식 즉 '소요 의지'의 심리적 작동으로부터 출발하여 지속적인 현실과 심리적 흔적으로서의 기억과의 화해가 담긴 헤테로토피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갈 수 없으니, 그 산을 들여와 즐기자'는 작업 의도는 심리 내부에 자리 잡은 결핍을 보충하며, 실경의 시각적 질서를 인위적으로 붕괴하거나 왜곡하는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창작자의 전위성(前衛性)을 드러낸다. 이러한 예술적 표현을 통해 화면 안의 산은 의식에 자리해 있던 원래의 산보다 더 완전해지고 더 탁월한 산으로 보충되는 것이다.
『생성되고 소멸하는 덩어리』는 덜어내고 또 덜어내며 골기(骨氣)를 탐구하는 과정이다. 특히 요양병원에 계시는 부모님을 뵈러 가는 과정에서 눈에 띈 허름하고 낡은 의자와 그 의자에 이입된 감정의 편린들로부터 촉발된 이번 작업은 자연 또는 산으로 환치 되었던 욕망을 노골적인 덩어리로 지시한다. 이는 현실의 반작용으로서 '소요(逍遙)'를 희구하는 이상세계를 상징한다. ■ 유혜경
Vol.20220503a | 유혜경展 / YUHAEKYUNG / 劉惠鏡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