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 BeR

우민정展 / WOOMINJUNG / 禹旼廷 / painting   2022_0208 ▶ 2022_0301 / 월요일 휴관

우민정_Prologue_마, 황토, 백토에 혼합재료_180×130cm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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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정 인스타그램_@woo_minjung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조선 GALLERY CHOSUN 서울 종로구 북촌로5길 64 (소격동 125번지) Tel. +82.(0)2.723.7133~4 www.gallerychosun.com

불과 불 - 우민정 전시 『벌』에 보내는 글 ● 깊은 잠에서 눈을 뜬 설화가 있었다.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망망대해, 혼돈의 불길이 타오르는 천공 가운데 거대한 뱀은 무심히 아가리를 벌렸다. 뱀 아가리 속은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심연. 그곳은 만물이 모든 괴로움을 잊게 할 만큼 덧없이 아늑했다. 앞을 볼 수 있는 자와 없는 자 모두는 뱀이 가까이 있음을 알았다. ● 목이 깔끔하게 잘린 동백꽃은 시드는 법을 잊었다. 꽃이 저문 자리를 서성이던 동박새는 울음 한번 없이 수풀 사이로 숨었다. 시간의 저울이 기울었다. 설화에 등장하는 모두가 달콤한 꿀을 맛보려는 갈망에 취해 버렸다. 날개 없는 벌에게 불길 너머 별무리가 가장 오래된 꿈의 종막을 속삭이는 순간까지. 벌은 별을 찾아 떠났다.

우민정_Finale_마, 황토, 백토에 혼합재료_180×130cm_2021
우민정_Labour of love_사랑의 노동_마대, 혼합 흙에 혼합재료_120×180cm_2021
우민정_드디어 그 세상에서 벗어난 것이다 _마대, 혼합 흙에 혼합재료_120×160cm_2021
우민정_따라온 것 뿐이에요_마대, 혼합 흙에 혼합재료_120×160cm_2021
우민정_모두가 손가락으로 가리킬 수 있도록, 이 모든 일들이 서로 부합하지 않는다면_마대, 혼합 흙에 혼합재료_120×160cm_2021
우민정_벌_The bee_마대, 혼합 흙에 혼합재료_140×120cm_2021
우민정_Chandelier_마대, 혼합 흙에 혼합재료_160×112cm_2021
우민정_코끼리를 뛰어넘어라_마대, 혼합 흙에 혼합재료_120×140cm_2021

그 뒤를 우민정이 추적한다. 낙하하듯 비상하고, 비상하듯 낙하한다. 회화는 그에게 벌의 이동궤적을 따르는 원정의 비망록이다. 붓을 든 발화자는 자기 신체가 세상에 내던지는 동작을 일회적 혹은 반복적으로 행한다. 그 모습이 시네마토그래프(cinematographe)를 해체해서 펼친 전개도 단면과 닮아 있다. 한 자세에서 연속된 동작으로부터 파편화된 서사를 옮기는 우민정의 작업이 누군가에게는 시간의 순행을, 누군가에게는 그 역행을, 누군가에게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의 흐름 모두를 드러낸다. 미세한 흙 입자를 물에 개어 굵은 섬유 조직에 덮고, 그 위에 색 덧칠과 음각 표현을 반복하는 작업 과정은 회화에서 고유한 질감을 얻는 일종의 제의다. 우민정은 불설비유경(佛說比喩經)이 전하는 안수정등(岸樹井藤) 설화를 각색한 새로운 이야기, 코끼리 떼와 독사 떼에게 제물을 바치면 일시적으로 위기로부터 벗어나는 세계선을 이미지로 상상한다. 그의 설화 속 주인공은 등나무 넝쿨 위 우물 밖 세상으로의 완전한 탈출과, 꿀의 유혹으로부터 해독되기를 간절히 원한다. 하지만 그 외부 역시 다른 벽으로 둘러싸인 불가항적 질서의 세계이다.

우민정_ L'ombre Dans L'eau_마대, 혼합 흙에 혼합재료_160×112cm_2022
우민정_벌들_Honnybee_마대, 혼합 흙 위에 혼합재료_53×41cm_2021
우민정_벌들_Balance_마대, 혼합 흙에 혼합재료_53×41cm_2021
우민정_Not Young Any More_마대, 혼합 흙에 혼합재료_29.5×19cm_2021
우민정_35Stars_마대, 혼합 흙에 혼합재료_35×27.5cm_2022

우민정은 불(火)과 불(佛)을 그린다. 흙과 물은 불과 상성이지만 회화 재료로 불을 대신한다. 누구도 정의할 수 없는 '깨달은 자'는 현실로부터 도약하는 세계선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 둘을 이미지로 현실에 붙잡을 수 있다면, 마침내 고해의 끝, 가장 오래된 이야기의 종막에 다다를 수 있을까. 우민정은 벌과 별을 발견하지 못할 광야로 떠난다. 그 또한 믿음이었다. 높이뛰기용 장대와 달리기로 일생에 난입한 성난 코끼리를 뛰어넘는 광인의 반중력(antigravity)처럼, 우민정은 관념에 붙들리는 조건으로부터 저항하는 항해술을 제안한다. 거시적 원류에 편승하지만 그로부터 벗어나는 카운터 전략. 우민정은 인류 문화유산 가운데 알레고리적 회화에서 채굴한 일부 기호와 시각적 양식으로 자전적 세계관을 재구축한다. 화염과 '깨달은 자'를 재현하는 작업은 우민정과 현대인으로서 시도하는 조건으로 의미가 있다. 일관된 문화적 독해에 정치적 제동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과업을 찾아 나선 그였기에. ■ 백필균

Vol.20220206a | 우민정展 / WOOMINJUNG / 禹旼廷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