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유나이티드 갤러리 UNITED GALLERY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02길 41(역삼동 616-12번지) Tel. +82.(0)2.539.0692 www.unitedgallery.co.kr
19세기 프랑스의 자연주의 문학과 미술의 역사를 살펴보면 한 인간의 성격을 유전과 사회적 환경이 결정한다고 믿었다. 자연주의는 사실적인 묘사뿐만 아니라 주체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환경이나 유전 같은 밑에 숨은 힘들을 '과학적으로' 결정하려고 시도한다. 이러한 의도는 동시대의 삶의 환경과 사고방식과도 일맥상통하다. 그러나 좀더 들여다보면 작금의 시대는 비정상적이고, 초자연적인 사고방식이 혼재된 자연주의라고 볼 수 있겠다.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삶을 조명하지만 현실을 이겨내기 위한 힘을 초자연적 관점으로 극복하기도 하고 자연스럽지 않은 비정상적 방식으로 비틀어 비껴 가기도 한다. 여기 세 작가 윤영혜, 최유희, 최윤정은 각자 다양한 자연주의적 관점으로 바라본 풍경을 그려낸다.
윤영혜는 회화작가로서 회화를 회화로 구현하고자 한다. 이 말인즉슨 회화의 성격과 본질을 회화 자체로 풀어나가고자 하는 메타적 성격을 지닌 회화인 것이다. 작가가 체험하는 회화를 다시 회화로 재현하는 것은 작업이 연속적으로 이어지게 한다. 그 연속성은 일종의 '시뮬레이션'을 거쳐 구현되는 것으로써, 오리지널 회화 작품의 일부를 재현하고. 그 재현된 그림의 일부를 다른 방식으로 재현하며 형식을 가늠할 수 없는 시뮬레이션화된 회화로 진행된다. 미래를 계획하고 실천하는 삶이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에서, 삶에 순응하는 방식으로 그때 그때 현실 감각에 제어되어 구현되는 회화야말로 회화가 가진 예측하기 힘든 연속성을 재현하는 것이라 믿는다.
최유희는 페인터로서의 역할에 주력한다. 캔버스 위에 지속적으로 뒤덮어가는 섬세한 붓질은 부지불식간에 전면을 뒤덮는다. 자연물과 닮은 패턴화된 이미지들은 변이된 픽셀처럼 화면에 번식한다. 기이한 식물과 환경의 형태들은 마치 살아있는 동물처럼 꿈틀대며 유동하여 막막한 현실을 미끄러져 나가게 이끌어준다. 회화 속 인물들은 괴이하고 낯선 풍광 속에서 유영하며 떠다니는데, 이들은 어울리는 무늬 옷을 입고는 있는 것 같지만 마치 그 분위기에 대응하거나 심취하지 않는 듯한 무표정으로 마주한다. 반복적인 붓질로 이루어진 패턴은 비관적인 현실을 뒤덮어가며 비껴 나아간다.
최윤정은 관동지방의 산수를 유토피아로 펼쳐낸다. 몇 년 전부터 고향으로 돌아가 작업하고 있는 작가는 자신을 늘 품어주고 있었던 관동 산수의 존재를 재발견하게 된다. 단순히 산수화의 소재인 '산'으로써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생명이 생성되고 소멸되며 발화하고 번영하는 장소로서, 신묘한 삶의 터전으로써 구축하는 것이다. 봉우리 사이로 비집고 올라오는 색들은 삶의 의지, 내지는 욕망으로 솟아올라 결국 밝은 빛을 뿜어내며 발광한다. 현실과 타협점을 찾는 것이 아닌 그 너머의 세계를 갈구하는 이상향을 구현하는 것은 상징적이고 이상적이며 심지어 초 자연적이기까지 한 낭만주의에 가깝다. ■ 윤영혜
Vol.20211229b | UN/SUPER/NATURALISM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