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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토크 / 2022_0108_토요일_06:00pm
GS칼텍스 예울마루 창작스튜디오 2기 입주작가展
주최,주관 / GS칼텍스 예울마루 후원 / 여수시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신정 휴관 물때에 따라 오픈시간 변동가능
GS칼텍스 예울마루 GS CALTEX YEULMARU 전남 여수시 예울마루로 83-67 장도전시실 Tel. +82.1544.7669 www.yeulmaru.org
『물과 섬』 전시는 예술의 섬 장도(長島)에 머무는 기간 동안 주변에 위치한 여수의 섬들을 직접 탐방하며 영감을 받은 바를 상상풍경(想像風景)으로 풀어낸 작품들로 구성된다. 자연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몸의 모든 감각을 열어 놓고 현장에서 느껴지는 그 자체를 온전히 경험해야 한다. 풍경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닌, 그 풍경을 통해 살아 움직이는 본인의 감정과 이와 함께 연상되는 마음의 풍경을 작품 속에 투영시킨다. 자연에 대한 관찰과 실제 겪었던 현상적 경험은 오직 현장에서 직접 느꼈던 생생한 '기억'을 떠올리는 과정을 거치며 작품으로 반영된다. 이는 자연으로부터 받은 영감을 섬세히 드러내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여수의 바다 풍경은 동해, 서해와 달리 나지막한 시선으로 오랜 시간 동안 바라보게 하는 특유의 지리적 환경을 펼쳐 보여준다. 그 수려한 바다 풍경에는 시선을 머물게 하는 '섬'이 있다. 수평적 시선으로 바라볼 때 보이는 섬을 향해 다가가 길이 나 있는 곳을 걸었다. 자연의 현장에서 낯선 길을 걷는다는 것은 설레임과 동시에 긴장감을 느끼게 했고, 이전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대상을 마주하며 복합적인 감정을 경험하게 했다. 금오도 비렁길을 혼자 걷는 동안 끝이 보이지 않는 숲속에서 오른쪽에 물이 있음을 확인하며 안도감을 느꼈다. 바다가 아닌 물이 보인다는 표현은 안개가 자욱할 때 물의 출렁임으로 현재의 위치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던 경험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섬 탐방의 첫 여정이었던 백야도는 섬의 어느 곳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매우 다른 풍경들을 품고 있었다. 지도를 확인하며 하화도, 낭도, 안도, 개도 등 여러 섬들을 찾았던 여정에서 때로는 순간순간 그곳이 어디인지 잊게 되었다. 그저 저 멀리 보이는 물과 지금 발을 디디고 있는 땅, 그 자체가 섬이었다. 지도를 보며 섬의 이름을 찾아보던 시기를 지나, 점차 어느 섬이 특정 섬인지가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수로를 따라 움직이는 여객선에서 스쳐 지나가듯 만났던 무인도가 매우 신비롭고 인상적이었다. 직접 가보지 않으면 그 섬의 모습을 보기 어려운 장구도, 소문도, 목도, 수항도, 초삼도, 중삼도, 외삼도 등 수많은 무인도는 서로 다른 표정과 자세를 잡고 있는 사람의 모습 같았다. 낭도에서 볼 수 있었던 작은 유인도인 추도는 드로잉과 회화 작품에 등장하기도 한다.
2015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Reykjavík), 2016년 노르웨이 올빅(Ålvik), 그리고 2021년 여수에 머물렀다. 우연히도 세 곳의 레지던시에서 작업실의 창문은 모두 물을 향해 있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깊은 겨울 바다를, 노르웨이에서는 봄과 여름의 피오르드를, 여수에서는 봄부터 겨울까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지냈다.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며 작업했던 기존의 환경과 달리, 여수 장도에서는 마치 물과 대화하듯 대상과의 거리가 가까워지며 물아일체가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장도는 진섬다리를 건너야 들어올 수 있다. 물때에 따라 섬에서 육지로 나가는 진섬다리가 열리고 닫힘을 경험했던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듯 수면의 모습에 집중하게 되었다. 물에 대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던 본인에게 서서히 물이 먼저 다가와 말을 건네듯 대화를 이어갔다. 물이 아슬아슬하게 차올라 다리가 잠기기 시작하면 숨을 참은 듯 순간 물이 고요하게 멈춰있는 듯하다. 그 잔잔한 수면에 손바닥을 살며시 올려놓고 물이 아슬아슬하게 닿고 있는 것처럼 그 위를 걷는 상상을 해본다. 끊임없이 흘러 움직이며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멈춘 듯하다.
이번 전시에서 8개월여간 마주한 물과 섬을 가까이, 깊숙이 때로는 밀고 당겨보며 관찰했던 기억을 풀어낸다. 흘러가는 물결과 스쳐 지나가는 바람을 부여잡듯 끊임없이 붓끝으로 그 유유히 흘러가는 시간의 풍경을 화면 안으로 잡아끈다. 유난히도 아름다웠던 여수 바다의 윤슬은 깊은 여운으로 남아 화면 곳곳에 흔적을 남긴다.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자연을 드로잉에서 선과 여백으로 드러내고, 회화 작품에서는 특정 색상의 선들을 수없이 중첩시켜 부드러운 느낌을 강조하여 표현하였다. 작품에 등장하는 부드러운 촉각적 표현은 물결, 바람, 풀 또는 그 무엇이 될 수 있다. 붓의 움직임으로 호흡의 들숨과 날숨처럼 물과 섬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 정유미
Vol.20211218b | 정유미展 / CHUNGYUMI / 鄭唯美 / drawing.painting